▲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일 18번홀 전경<KPGA>

[와이드스포츠 최웅선 기자]KPGA 코리안투어가 세계 7대 투어 가입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투어 사이즈는 기본으로 투어의 국제적 위치/인터내셔널 투어와 교류/골프발전의 기여도/코리안투어 선수들의 국제대회 성적/월드랭킹 상위권 선수들의 출전 여부 등이다. 완전한 문호개방이 돼야 세계 7대 투어 가입이 가능한 것이다.

코리안투어는 이제 투어 사이즈/국제적 위치/코리안투어선수들의 국제대회 성적/골프발전의 기여도 등에서는 어느 정도 요건이 충족됐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인터내셔널투어와 교류 면에서는 폐쇄적이라 할 수 있었다. 2010년 이후 한국남자골프의 ‘특급대회’ 대부분이 신생투어로 국제적 위상이 전혀 없는 원아시아투어와 공동주관했다. 세계 6대 투어인 아시안투어와의 교류가 더 현명했지만 스폰서의 의지라 KPGA의 의지와는 무관했다.

다행히 2016년부터 신한동해오픈이 아시안투어와 공동주관으로 개최되고 있고 시행착오 끝에 올해부터는 ‘특급대회’ 전부와 내셔널타이틀 ‘코오롱 한국오픈’이 아시안투어와 동행한다.

코오롱 한국오픈의 귀환은 의미가 크다. 타이틀 스폰서인 코오롱은 어니 엘스, 로리 매킬로이, 세르지오 가르시아, 리키 파울러 등 당대 최고의 ‘월드스타’를 초청해 남자골프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또 2014년부터는 ‘월드스타’를 초청하는 대신 코리안투어의 발전과 경쟁력을 위해 국내선수 위주로 대회 분위기를 바꿨다. 흥행에 중점을 둬야하는 기업에서 ‘월드스타’를 초청하면 쉽지만 흥행보다는 한국남자골프 육성에 초점을 맞춘 것.

한국오픈이 아시안투어와 공동주관하면 세계 6대 투어와의 국제적 교류가 더 커져 코리안투어의 국제적 위상은 그 만큼 더 높아진다.

파죽지세라 할 만큼 분위기도 좋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국내 골프사상 역대 최대 상금규모로 개최됐다.

코리안투어의 새로운 비전과 방향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우승자에게 국내최초로 열린 PGA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와 올해 2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출전으로 주목 받고 있는 제네시스오픈 출전권을 줬다. 또 코리안투어 선수들이 제네시스 오픈 ‘톱10’에 입상하면 차기년도 출전이 보장된다. 국내에서 PGA투어로 직행할 수 있는 ‘티켓’이 늘어나는 셈이다.

더 고무적인 건 코리안투어 대회장을 꽉 메운 구름갤러리다. 작년 9월 신한동해오픈은 배상문의 투어 복귀전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예선 탈락으로 흥행에 빨간불이었다. 하지만 1,2라운드 2,610명에 불과했던 갤러리가 3라운드 8330명, 4라운드 14,106명이 입장했다.

또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최종라운드에서만 무려 18,191명이 입장해 코스를 꽉 메웠고 4라운드 합계 26,924명이 코리안투어 선수들의 경기를 현장에서 함께 호흡했다. PGA투어와 견주어도 모자람 없는 분위기였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들의 꿈이었고 우승은 ‘속보’와 함께 스포츠면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현재는 진입문턱이 낮아졌다. 국내에서 큰 무대를 충분히 경험한 선수들의 성장 때문이다.

KLPGA투어 선수들의 급성장 배경은 그 동안 KLPGA투어를 10년 이상 꾸준히 지원해온 롯데그룹, NH투자증권, KB금융그룹, 하이트진로, ADT캡스, 한화그룹 등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한화그룹은 1990년부터 8년간 ‘서울여자오픈’으로 KLPGA투어를 8년간 후원해오다 2011년부터 한화금융클래식(현 한화클래식)으로 역대 최고 상금대회를 만들었다. 총상금뿐 아니라 2016년까지 일반대회인데도 LPGA투어 메이저대회만큼의 규모와 코스세팅, 그리고 선수위주의 대회운영을 해 선수성장에 촉진제 역할을 했다.

‘빅 매치’를 경험한 선수들은 세계무대에 나가서도 주눅 들지 않고 톱클래스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제 기량을 뽐낼 수 있었다.

코리안투어에서도 원동력이 마련됐다. KLPGA투어의 한화클래식 같은 국내 대회가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에 의해 제네시스 챔피언십과 PGA투어 정규대회인 ‘더CJ컵@나인브릿지’다. 코리안투어가 세계 중심으로 도약할 디딤돌이다.

코리안투어의 국제경쟁력이 JGTO보다 높다고 단정 할 수는 없지만 떨어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아시아 최초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등극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 같은 선수가 배출되지 못한 건 PGA투어 ‘직행티켓’이 없어서다. 이제 제네시스와 CJ그룹이 발판을 만든 셈이다.

코리안투어가 세계 7대 투어에 가입되면 ‘OWGR(official world golf ranking)’ 포인트가 최소 아시안투어(14점) 수준으로 높아진다. 또 작년 7월 5일 와이드스포츠 단독 보도한 2019년부터 국내에서 다시 개최될 예정인 유러피언투어가 더해지면 코리안투어는 OWGR 포인트가 16점인 JGTO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코리안투어에서만 좋은 성적을 내도 세계랭킹 순위를 높여 PGA투어 진출이 가능케 되는 것이다. 가상 시나리오 같지만 오래 전부터 선수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기 위해 KPGA에서 진행하고 있는 ‘특급 프로젝트’다.

여기서 코리안투어 선수들의 위치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KLPGA투어의 고진영, 이정은6, 김지현처럼 구름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선수가 코리안투어에는 몇 명이나 있을까? 지난해 신한동해오픈과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구름갤러리가 코스를 메웠지만 현재 코리안투어 선수를 따라다니는 갤러리는 소수였다. 가슴 아픈 현실임에도 선수들은 갤러리가 많았다고 ‘자화자찬’하며 들떠있다.

남자선수들이 부러워하는 JGTO로 눈을 돌려보자. 마쓰야마 히데키, 이시카와 료 등 세계적인 스타가 존재하지만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팬을 외면해서다.

JGTO와 달리 JLPGA는 평상시 SNS는 물론이고 경기가 끝나고 팬과 만나 소통한다. 여자투어로 돌아선 ‘팬심’이 대회수를 늘리고 성장을 이끄는 셈이다. KLPGA투어와 ‘일맥상통’ 한다.

다시 코리안투어로 돌아가 보자. 대부분의 선수들이 KPGA에 불만을 토로할 뿐 자신들이 투어를 위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망각하고 있다. 집행부에서 투어 발전을 위해 선수들에 대한 규정을 만들면 간섭이라고 반발한다. 그저 대회만 열어주면 된다는 식이다.

JLPGA는 선수의 복장까지도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위반하면 제재한다. 그러나 간섭이라고 따지지 않는다. 조금 불편해도 투어 전체를 위한 규제라는 것을 잘 알아서다.

남자는 지난해까지 대회수가 늘면 월등한 비거리와 핀에 꽂히는 아이언 샷으로 팬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큰 소리 ‘뻥뻥’쳤다. 그들이 소망했던 것처럼 지난해 19개 대회가 열렸지만 현실은 어떤가?

대도시에서 열린 몇 개 대회를 빼면 아직도 그들만의 리그다. 또 몇몇 선수들은 티샷을 하고 갤러리가 보는데도 담배를 물고 페어웨이로 이동한다.

장래가 촉망되는 ‘L’선수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자신이 범한 미스 샷에 화풀이로 페어웨이를 찍어내고 벙커 턱을 작살냈다. K선수는 아버지뻘 되는 경기위원에게 ‘룰’ 집행에 대해 반말조로 거세게 항의했다. 두 선수의 모습은 방송 카메라에 잡혀 그대로 생중계 됐다.

이뿐이 아니다. 코리안투어 선수라면 모두 알고 있는 ‘군기잡기’가 성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회수가 늘어난다고 해 팬심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선수 스스로의 자정노력과 개개인의 팬 서비스가 없다면 흥행에 실패하고 흥행에 실패하면 기업이 후원을 중단할 것은 뻔하다.

작년 9월 티업·지스윙 메가오픈 대회 최종일 경기가 펼쳐지던 날 와이드스포츠는 인천 서구의 드림파크컨트리클럽에서 양휘부 KPGA회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양 회장은 “코리안투어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취임 초 공약했던 자생력의 터전은 어느 정도 마련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양 회장의 회고처럼 지난 시즌 19개 대회는 자생력의 발판으로 충분했다. 또 많은 선수들이 보여준 팬 서비스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몇 몇 선수의 이탈이 전체를 매도했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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