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안투어 경기장면<KPGA제공>

[와이드스포츠=최웅선 기자]제12대, 13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를 이끌던 박삼구 회장의 재임기간 8년은 연간 10개를 밑돌던 코리안투어를 16~20개까지 늘리며 본격적인 코리안투어시대를 열었다.

박 회장은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을 국내에 유치하고 ‘퀄리파잉스쿨’제도를 도입해 문호개방과 함께 국제화 시대를 열었다. 코리안투어의 ‘세계화 전략’의 시작점이다. 또 임기 말인 2011년부터는 코리안투어 사상 처음으로 ‘OWGR(official world golf ranking)’로부터 남자골프 세계랭킹 포인트를 부여 받았다.

OWGR포인트 6점으로 시작된 코리안투어는 5년 만인 2016년 3점 상승한 9점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박삼구 회장 퇴임 후 대회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KPGA로서는 OWGR 포인트 상승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뒷걸음질 치는 코리안투어에 명분이 없던 것. 그런데도 2016년 포인트 상승이 될 수 있었던 건 격랑 속에서도 KPGA가 계속적으로 추진해온 결과물로 수고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송병주 운영국장(현 전무)은 작년 7월 PGA투어 메이저대회인 ‘The Open championship(브리티시오픈)’ 주간에 직원 1명과 함께 잉글랜드로 날아갔다. 매년 브리티시오픈 주간에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 미국골프협회(USGA), 유러피언투어, PGA 오브 아메리카 등 전 세계 골프를 주관하는 10개 단체가 모여 국제회의를 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송 국장은 어렵사리 발언권을 얻어 “이번 디오픈에 한국선수들이 8명 출전했는데 그 중 5명이 코리안투어 KPGA선수권과 카이도시리즈 전북오픈에 5명이 출전했다”며 “같은 주에 열린 유러피언 2부 투어보다 세계랭킹 배점을 적게 받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설득했다.

그리곤 KPGA 코리안투어의 세계랭킹 배점 재상승 요청을 했다. OWGR은 그 자리에서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사실상 배점 상승 요청을 받아들인 것. 포인트 상승 1년 만에 재상승 요청은 세계골프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가능했던 건 ‘코리안투어 세계화 전략’이 격랑 속에서도 꾸준히 진행됐기 때문이다.

OWGR 상승은 단순히 코리안투어의 위상이 높아지는데 그치지 않는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처럼 자국에서만 좋은 성적을 내도 PGA투어 출전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일본골프의 ‘신성’ 마쓰야마 히데키, 이시카와 료 등 많은 일본선수들이 웹닷컴투어와 유러피언투어를 거치지 않고 PGA투어로 직행할 수 있던 건 JGTO의 높은 세계랭킹 포인트 때문이다.

한국남자선수들의 꿈은 PGA투어 입성이다. 하지만 2013년부터 ‘퀄리파잉 토너먼트(QT)’가 폐지되면서 사실상 ‘문(門)’이 닫혔다. 그러나 보니 스타급 선수들은 PGA투어 입성을 위해 일본과 아시아, 유럽을 떠도는 ‘노마드(nomad)’가 됐다.

유러피언투어 3승의 왕정훈(23)과 장이근(25)은 PGA투어 입성을 위해 지금도 아시아와 유럽을 떠돌고 있고 JGTO에서 ‘제2의 마쓰야마 히데키’로 불리는 임성재(20)는 PGA투어 진출을 위해 JGTO에서 올해 PGA 웹닷컴투어(2부 투어)로 무대를 옮겨 ‘고난의 행군’을 시작한다.

KPGA도 코리안투어 선수들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PGA투어 ‘직행 노선’을 개설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남자골프 현실에서 꿈같은 얘기 같지만 사실이다. PGA투어 직행 노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OWGR(세계랭킹 포인트)를 이해해야 한다.

지구촌에는 크고 작은 골프투어가 많다. 그러나 OWGR의 세계랭킹 포인트를 부여받는 유자격 투어는 미국, 유럽, 호주,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션사인투어), 한국, 아시아 연합체인 아시안투어 등을 포함해 18개 투어뿐이다.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는 토너먼트 때 OWGR 포인트가 가장 높은 24점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JGTO, 션샤인투어, 호주투어가 16점, 아시안투어, PGA웹닷컴투어 14점, 유러피언 챌린지투어 12점, 코리안투어 9점이다.

한국은 미국과 호주 다음으로 PGA투어 진출선수가 가장 많다. 그럼에도 유러피언 챌린지투어보다 세계랭킹 포인트를 적게 받는다. ‘글로벌 투어’로 인정받지 못해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OWGR 포인트 상승은 이미 요청한 상태로 늦어도 올해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 주간까지는 업그레이드 될 예정이다.

더불어 KPGA가 PGA투어 직행 노선 개설에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세계 7대 투어 가입이다. 현재 PGA투어, 유러피언투어, 션샤인투어, JGTO, 아시안투어, 호주투어가 세계 6대 투어다. KPGA는 코리안투어를 끼워 넣어 세계 7대 투어 진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계 7대 투어 신규가입은 진입 후 3~4년 내 세계랭킹 포인트가 최소 아시안투어와 어깨를 나란히 해 코리안투어 성적만으로 PGA투어 입성을 가능케 한다.

코리안투어는 6대 투어를 포함해도 미국, 유럽, 일본 다음으로 상금규모가 크다. 인터내셔널 ‘컨소시엄’인 아시안투어보다 상금규모면(유러피언투어 공동주관 제외)에선 위에 있다. 이쯤이면 세계 7대 투어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총상금 규모가 크다고 인정받는 건 절대 아니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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