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스포츠
HOME 투어프로레슨
[가을여행]천룡이 승천했다는 ‘홍룡폭포’
최웅선 기자 | 승인 2016.10.04 10:52

[와이드스포츠(양산)=최웅선 기자]태풍 ‘차바’는 파란 가을하늘을 몇 일째 먹구름으로 덮었다. 사흘을 연다라 내린 비는 이제야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 투성이다.

국화잎을 따서 화전을 부쳐 먹는다는 중앙절(음력 9월9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지난여름 심술을 부린 ‘가마솥더위’는 여전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옷차림에 가을이 묻어나고 발걸음은 산사로 향한다. 지난 봄, 길 양옆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벚꽃나무는 벌써 낙엽이 지고 편백나무가 늘어선 한쪽 오솔길 옆 구절초가 쓸쓸히 가을을 맞이한다.

태백산맥의 정기가 흐르는 해발 922m의 천성산 아래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사찰 ‘홍룡사(虹龍寺)’가 있다. 홍룡사 오른쪽엔 천룡(天龍)이 살다가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홍룡폭포다.

홍룡사를 알리는 일주문을 지나자 오른쪽 낮은 축대 위로 한 뼘도 안 되는 자그마한 돌탑이 사열하듯 늘어섰다.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여행자를 맞이한다.

비 온 다음날이면 자연의 웅장함을 카메라에 담으려 많은 인파가 이곳을 찾는다. 이날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 낙수에 탄성을 자아낸다.

해가 중천이면 홍룡폭포엔 어김없이 무지개가 뜬다. 물보라 사이로 보이는 무지개를 ‘선녀가 춤을 춘다’ 거나 ‘황룡이 승천하는 것 같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카메라 앵글을 폭포에 맞춰 놓고 내심 무지개를 기다렸다. 해를 가린 먹구름은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중년여성이 폭포 앞에서 물보라를 맞으며 한참을 바라본다. 얼굴엔 기쁨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이다. 자리를 옮기더니 또 넋을 놓았다.

폭포 아래 연못엔 꽃봉오리를 터뜨리지 못한 라일락이 피었다. 사랑을 약속한 정인이 변심하자 시르시름 앓다 목숨을 끊었다는 전설의 흰 라일락이다. 그 옆 바위틈에서 구절초가 위태로운 모습으로 소박한 자태를 드러냈다.

홍룡폭포는 천성산 골짜기의 계곡에서 떨어지는 폭포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상, 중, 하 3단 구조로 되어 있다.

폭포 한켠으로 연꽃을 머리에 인 부처가 근엄한 모습으로 돌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을 굽어본다. 그 아래 단상에서는 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년 남성이 불공을 드린다. 그 옆으로 이름 모를 들꽃이 피었다. 너무 흔한 들꽃이라 사람들조차 이름을 모른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는 동자승 인형이 즐비하다. 까까머리 동자승에 도토리 껍질을 씌워 더벅머리를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진다.

처절한 도시의 경쟁 속에 사느라 순박한 미소를 잃은 지 오래다. 하지만 더벅머리 동자승이 내면에서 사라진 때 묻지 않고 가식이 섞이지 않은 미소를 되찾게 해 준 시간이다. 여행이 이래서 좋은 것 같다.

홍룡폭포 가는 길

승용차 : 경부고속도로 양산나들목→통도사 방면 35번 국도→ 대석마을→동양주유소 앞 우회전→대성마을 입구에서 왼쪽 홍룡사 방면. 사찰 입구에 무료 주차장이 있다.

주소

경남 양산시 상북면 홍룡로 372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저작권자 © 와이드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웅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