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승을 만들어 가는 송영한

[와이드스포츠=최웅선 기자]2014년의 마지막을 하루 앞둔 12월 31일 오후 문자가 왔다. 송영한(25.신한금융그룹)이다. ‘어린왕자’란 좋은 별명을 지어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덕담이 있었다.

송영한과 첫 만남은 2013년이다. 그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와 원아시아투어가 공동주관하는 시즌 개막전인 인도네시아 PGA챔피언십에서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치며 곧 개막할 코리안투어에서 ‘루키’ 돌풍을 예고했다.

잘 생긴 외모와 수줍은 미소가 얼굴에서 떠날 줄 모르는 송영한은 쟁쟁한 코리안투어 선배들 사이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9월 열린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둘째 날 공동선두에 오르더니 셋째 날은 4타차 단독선두까지 질주했다. 프로 데뷔 첫 승이 보였다.

3라운드가 끝난 뒤 인터뷰를 위해 프레스룸에 온 송영한은 선두라는 기쁨보다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대회 때마다 자주 만나던 기자와만 눈을 마주쳤다.

인터뷰가 끝나고 송영한과 잠시 시간을 가졌다. 송영한이 대뜸 “내일 어떻게 해야 긴장하지 않을까요”라고 묻는다. “연습라운드 하듯 편하게 하면 돼”라고 답하는 도중 “제가 내일 우승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쏟아낸다.

골프대회를 취재하면서 쌓은 안목이라면 여자투어와 달리 남자투어는 ‘루키’의 우승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웠다.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또 ‘루키’가 선두로 질주하다가도 최종라운드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대답하기 곤란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준우승만 해도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내심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송영한은 “내일 정말 열심히 해서 프레스룸에 올께요”라며 연습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자가 볼 때 송영한이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지옥보다 더한 코리안투어 최종라운드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텃새와 미디어의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내면서 자신의 기량을 펼치기에는 너무나 여린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종라운드에서 송영한은 경기 초반부터 벌떼처럼 달려는 사진기자들과 방송카메라 앞에 몹시 흔들렸다. 우승은 당시 국가대표 아마추어였던 이창우가 차지했다.

딱 1년 전인 이맘 때 태국 출장을 갔다. 전지훈련을 하는 선수들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태국 방콕에서 600km가 떨어진 북동부 넝카이의 빅토리아 골프클럽에 캠프를 차린 송영한을 만나기 위해 렌트카를 빌려 운전해 갔다.

취재가 끝난 뒤 사적인 얘기가 오갔다. 송영한은 “그 때 그러셨죠. 우승을 쫓다보면 잡을 수 없다고… 지금까지 몇 번 우승기회가 있었어요. 샷에 문제가 없었는데 ‘왜 우승하지 못하는 것일까’라고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데 맨탈이 약했던 걸 느끼겠더라구요”

그는 말을 이어갔다. “이제 알겠어요. 우승을 쫓기보다 매 순간 흐트러짐 없이 열심히 하면 잡을 수 있다는 것을요”

어린왕자였던 송영한은 어느덧 성숙하고 진지한 남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본으로 본격 진출한 2015년 그는 JGTO 신인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골프인생 1막을 멋지게 펼쳤다. 그리고 30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클럽 세라퐁코스(파71)에서 열린 아시안투어와 JGTO가 공동주관하는 SMBC 싱가포르오픈 대회 3라운드에서 2타차 단독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 대회는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와 한국남자골프의 ‘희망’ 안병훈(25.CJ) 등이 출전해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어 송영한에게는 의미가 크다.

3라운드 경기가 일몰로 중단돼 31일 3라운드 잔여경기와 최종라운드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체력적 부담은 있지만 타수를 잃을 위기상황에서 긴장하지 않고 파 세이브로 홀 아웃 하는 송영한의 플레이를 보면서 그가 자신의 생애 첫 승을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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