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해 스카이72 골프클럽 하늘코스에서 열린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경기중인 박인비와 캐디 브래드 비처(왼쪽). 제공 | KLPGA

[골프포스트=이강래 기자]세계랭킹 1위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호주전지훈련을 마치고 이번 주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2014시즌 첫 경기에 나선다. 박인비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세계랭킹 2, 3위인 수잔 페테르손(노르웨이)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 이번 주 페테르손과 루이스중 한 명이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의 주인공은 바뀌게 된다.

박인비가 호주에서 겨울을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해까지 7년 연속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동계훈련을 했던 박인비는 호주출신 캐디인 브래드 비처의 권유로 퀸즈랜드주 골드코스트에서 처음 동계훈련을 했다. 지난 해 마스터스 우승자인 아담 스캇의 홈 코스인 생츄어리 코브 골프장에서 훈련한 박인비는 일주일에 사흘씩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체력훈련을 실시했으며 훈련을 마친 후에는 틈틈이 물리치료도 받았다. 세계랭킹 1위 수성이라는 중압감 속에 올시즌을 치러야 하는 박인비로선 뭔가 새로운 변화를 위해 미국이 아닌 호주에서의 훈련을 택했다.

캐디 브래드는 최근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훈련장소로 호주를 추천했고 인비는 이를 받아들였다. 전지훈련을 한 생츄어리 코브 골프장은 훈련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졌으며 인비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브래드는 또한 “인비는 수줍은 듯 보이지만 유머러스한 사람이다.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다”며 “다른 선수의 백을 맬 수도 있었지만 인비의 가능성을 봤기에 함께 했고 지난 해 내 판단이 옳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박인비가 루키일 때인 7년전 처음 캐디로 인연을 맺은 브래드는 지난 해의 영광을 합작한 일등공신이다. 박인비는 지난 해 혼다 LPGA 타일랜드 최종일 18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로 무너진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을 상대로 역전우승을 거둔 후 승승장구했다. 미국LPGA투어 사상 63년 만에 메이저 3연승의 금자탑을 쌓았고 시즌 6승을 기록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 결과 미국LPGA투어 상금타이틀을 2연패했으며 한국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캐디 브래드가 곁에 없었다면 이루기 힘든 업적이었다.

골프는 플레이어 스스로 모든 결정을 해야 하는 고독한 게임이다. 경기장 안에서 합법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캐디 밖에 없다. 그래서 선수와 캐디 간의 인간적인 교감과 유대는 대단히 중요하다. 캐디가 추천했다고 7년간 고수하던 전지훈련 장소를 바꾸는 골퍼는 흔치 않다. 박인비와 캐디 브래드의 신뢰관계가 얼마나 단단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박인비와 캐디 브래드는 이번 주 혼다 LPGA 타일랜드에 이어 싱가포르와 중국 하이난에서 열리는 HSBC 우먼스 챔피언스와 유럽여자투어(LET) 미션힐스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3주 연속 출전한다. 좋은 인간관계는 좋은 에너지를 준다. 선수와 캐디가 단순한 고용주와 피고용주의 관계라면 승부처에서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좋은 참모가 곁에 있기에 박인비의 2014시즌은 밝아 보인다. 또한 크게 성공하면 태도가 돌변해 사소한 잘못에도 쉽게 캐디를 해고하는 그릇된 인성의 소유자가 아니기에 박인비의 롱런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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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골프전문기자  altim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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