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를 보고 수줍은 미소를 짓는 김지민

 
[스포츠서울닷컴ㅣ골프포스트=최웅선 기자]김지민(24.코브라푸마). 낯선 이름이지만 시뮬레이션 골프투어인 WGTOUR에서는 KLPGA투어 대표 ‘미녀골퍼’ 양수진과 안신애를 능가하는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그래서 인지 김지민의 스크린 골프 사랑은 각별하다.

김지민은 “작년에 스크린 골프대회 초청이 왔는데 출전하지 않았다”며 “올 초 전지훈련을 못 가게 됐는데 스크린을 통해 시합감을 느껴 보라는 권유가 마음에 와 닿아 나오게 됐다”고 스크린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김지민은 KLPGA 2부 투어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매 대회 마다 하위권을 맴도는 그의 스코어카드는 좌절감 뿐 아니라 패배의 아픔까지 안겨 주었다. 힘든 시간은 끝 모를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멈출 줄 몰랐다. WGTOUR는 홀로 ‘시련’이란 악마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던 그에게 탈출구가 됐다.

WGTOUR 출전은 충격이었다. TV 카메라와 취재진, 그리고 수많은 갤러리는 필드에서 느끼는 압박감 그대로 몸에 전달됐다. 김지민은 “필드에서 나를 지켜보는 TV 카메라와 갤러리는 극심한 부담을 주어 샷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실수가 자주 나왔고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그런데 스크린 골프대회에 출전하면서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덧 압박감이 사라져 맨탈이 강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들은 스크린과 필드가 다르다고 하지만 게임운영, 맨탈 등 거의 모든 면이 필드와 똑같다. 다른 건 스크린과 필드라는 차이 뿐”이라고 했다.

김지민의 성실함과 가능성을 눈여겨 본 골프존은 경제적으로 힘들어 골프를 포기할 뻔 했던 그에게 훈련비용 등을 적극 지원하면서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성장했다. 김지민은 “필드에서 베스트 스코어가 5언더파 67타였다”며 “WGTOUR에 출전해 7언더파 65타를 작성하고 필드에서도 타이 기록을 만들어 냈다. 내 골프가 향상 된 것을 느낌이 아닌 몸으로 체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에는 필드에서 버디를 잡으면 흥분이 됐는데 지금은 스크린에서 버디를 많이 잡던 생각이 나 무덤덤해 진다. 또 보기를 해도 다음 홀에서 버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WGTOUR를 만든 골프존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지민은 아동복 의류사업을 하는 부친을 둔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났다. 야구선수 출신인 아버지와 디자이너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뛰어난 운동신경과 미(美)적 감각을 물려받았다. 미술에서 자질을 보인 김지민은 초등학교 1학년 말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 미술을 공부하기도 한 재원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아버지와 함께 골프연습장을 드나들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미래의 박세리’를 꿈꾸며 골프선수로 나섰다. 하지만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업부도는 그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돈이 없어 레슨코치를 둘 형편도 되지 않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꿈을 접을 수는 없었다.

절치부심하던 아버지가 딸을 위해 레슨코치로 나섰다. 아버지와 딸의 힘겨운 노력은 열아홉 살에 KLPGA 준회원이란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투어 프로의 관문인 정회원은 얄팍한 지식과 단순한 기술로는 한계가 있었다.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김지민에게 큰 행운이 찾아왔다. 지도자로 명성을 날리던 김영일 프로를 만난 것이다. 김 프로는 주변에 비밀로 하고 김지민에게 무료 레슨을 해 주면서 경기에 내보내는 등 그의 부모 대신 뒷바라지를 했다. 김지민은 정회원 합격으로 고마움에 보답했다.

부모 역할을 하던 스승과의 인연은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김 프로가 암 수술을 두 번씩이나 받으면서 이별 아닌 이별을 해야 했다. 김지민은 “내 꿈을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김 프로님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 꼭 성공해 보답하고 싶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김지민은 내년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전지훈련을 떠나 2014시즌을 준비한다. 지난 9월말 새로 만난 코치를 따라 가는 것이다. 그는 “그 동안 혼자 연습했는데 새로운 코치를 만나 모든 면에서 좋아졌다. 고질병이라 생각했던 기술적 결함도 수정했고, 거리도 늘었다”면서 “비록 시드전에서 탈락해 많이 아쉽지만 내가 더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알았다”고 했다.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란 말처럼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쉼 없이 달리는 김지민의 2014년 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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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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