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비가 이달 초 대만에서 열린 스윙잉 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 개막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닷컴 | 골프포스트=이강래 기자]박인비(25.KB금융그룹)가 AP 선정 ‘올해의 여자선수’ 수상에 실패했다. 세계 여자골프 사상 63년 만에 메이저 3연승이란 위업을 달성했으나 미국 언론으로부터 제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이다. 세계적인 통신사인 AP가 1931년 제정한 이 상은 스포츠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나 아직 한국인 수상자는 없다.

박인비는 수상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경합 후보에도 끼지 못해 충격을 안겼다. AP통신은 26일(한국시간) 테니스 스타인 세레나 윌리엄스를 ‘올해의 여자선수’로 발표했다. 윌리엄스는 96표중 55표를 얻었으며 뒤를 이어 WNBA(전미여자프로농구) 피닉스 머큐리의 센터인 브리트니 그라니어(미국)가 14표로 2위, 수영선수인 미시 프랭클린(미국)이 10표로 3위를 각각 기록했다. 나머지 순위와 득표수는 발표되지 않았다.

박인비가 홀대 받은 것에 ‘황당’ 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박인비는 올 해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에서 메이저 3연승을 거뒀다. 이는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이후 63년 만의 일이었다. 베이브 자하리아스는 AP선정 ‘올해의 여자선수’ 최다 수상자이기도 하다. 자하리아스는 1932년 육상선수로 한 차례 이 상을 받은 뒤 1940년대와 1950년대는 골프 선수로 변신해 5차례나 수상했다.

박인비는 또한 올 시즌 미키 라이트(1961년)와 팻 브래들리(1986년)에 이어 LPGA투어 사상 세 번째로 단일 시즌 메이저 3승을 거뒀다. 그리고 한국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LPGA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으며 상금 타이틀을 2년 연속 차지했다. 박인비는 지난 7월 NBC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인 ‘투데이 쇼’에 출연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유명세를 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P 어워드에서 홀대 받은 이유는 뭘까.

미국인이 아니라는 점, 인기가 떨어지는 LPGA투어 선수라는 점을 들 수 있다. AP통신은 미국의 스포츠 편집자들로 ‘올해의 선수’ 투표인단을 구성하는데 올 해 상위 득표 3명이 모두 미국선수들이었다. 하지만 득표 2위를 기록한 농구선수 그라니어는 팀을 WNBA 파이널에 진출시켰으나 왼쪽 무릎 부상으로 풀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3위인 미시 프랭클린은 지난 해 런던올림픽 수영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으나 올 해는 뚜렷한 활약이 없었다. 단지 미국인이라는 이유, 지명도가 높다는 이유로 박인비를 앞선 것이다.
 
하지만 이 것 만으론 납득이 어렵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미국인도 아니고 인기없는 LPGA투어 선수였음에도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이 상을 싹쓸이했다. 올 해 성적만 놓고 보면 박인비가 그들보다 뒤진다고 말 할 수 없다. 미국의 골프 칼럼니스트인 렌달 멜은 “박인비가 올 해 AP 어워드 투표에서 톱3에도 들지 못한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라며 “여자 골프엔 최악의 해”라고 평가했다.

박인비는 영어를 잘 한다.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떠난 덕에 미국 언론과의 의사 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력도 뛰어나다. 메이저 3연승은 소렌스탐이나 오초아도 달성하지 못한 엄청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인비가 AP 어워드에서 소외된 이유는 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 박인비는 스타 파워가 부족하다. 미국의 일부 골프기자들은 박인비의 성격과 외모를 거론하며 상품성의 부족을 지적한 바 있다. 성적 만으론 스포츠 비지니스 세계에서 제 값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투표로 새삼 부각됐다. 실력 만큼 중요한 게 ‘이미지’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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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골프전문기자  altim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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