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님 노후자금으로 2년 안에 20억을 벌겠다는 백규정.

 
[스포츠서울닷컴ㅣ골프포스트=최웅선 기자]내년 KLPGA투어에서 신인타이틀을 다툴 것으로 기대되는 백규정(18.CJ오쇼핑)은 '효녀'다. 자신을 뒷바라지해준 부모님을 위해 2년 안에 20억원이란 거금을 벌어들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 생각을 한 것도 놀랍지만 2년이란 시간은 더욱 놀랍다.

지난 주 서울 양재동 커피숍에서 만난 백규정은 뜬금없이 "대만과 중국에서 3895만9125원 벌었으니 이제 19억6100만원 남았네요"라고 말했다. 무슨 말이냐는 질문에 대만에서 열린 스윙잉 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와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자신이 벌어들인 상금이란다.

백규정은 "골프를 하는 자식을 둔 부모의 하루는 내가 생각해도 힘들다. 매일 아침 연습장으로 출근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대회에 나가면 부모 중 한명은 가족과 떨어져 생활한다"며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헌신한 부모의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없지만 더 늦지 않게 남은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해 드리는 게 자식 된 도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10대 소녀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선수층이 두터운 KLPGA투어에서 2년이란 짧은 시간에 20억원이란 큰돈을 번다는 건 실현 불가능한 목표로 보인다. 하지만 백규정은 "주변에서 철부지의 건방진 목표라고 비웃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는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해 세계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딴 백규정이 프로로 전향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노후 대책(?)이었다. 먼저 금메달 연금 45만원 중 5만원을 매달 유니세프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또한 상금은 부모님이 관리하고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자신의 통장에 넣기로 했다.

백규정은 "처음엔 돈을 벌어 무엇을 할까 막연했다"며 "아직 구체적인 건 없지만 후배들을 위한 무엇인가를 하고 싶고 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뜻 깊은 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골프를 그만 두면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데 내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걸 배낭여행을 통해 경험하고 싶다"는 은퇴 후 계획도 밝혔다.

그는 나이가 들어 골프 밖에 몰랐다는 소리를 듣기 싫다고 했다. 조건이 좋은 다른 대학을 마다하고 학사 관리를 해 주지 않는 연세대를 택한 것도 공부와 골프를 병행하기 위해서다. 부모님은 투어에만 전념했으면 하는 바람에 다른 학교를 권했다. 하지만 백규정은 부모의 말을 거역하는 불효(?)를 저질렀다.

주니어시절부터 '라이벌'이었던 김효주(18.롯데)에 대해서도 "효주와는 친구사이인데 주변 사람들은 자꾸 비교를 한다. 효주를 보면서 부족한 점을 배웠고 골프를 더 열심히 하게 된 동기를 얻었다. 참 고마운 친구"라며 "프로가 된 만큼 무조건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루키 시즌인 내년 KLPGA 대상과 상금왕, 신인왕, 다승왕 등 4관왕을 목표로 삼은 백규정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단추로 박인비(25.KB금융그룹),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 등이 동계훈련지로 선택한 호주로 내년 1월 5일 떠난다. 백규정은 호주에서 세계적 레슨코치인 이안 츠릭과 만나 쇼트게임 레슨을 받고 체력훈련에 치중할 계획이다. 또한 2월 호주에서 열리는 미국 LPGA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월요 예선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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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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