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안투어 '장타왕' 김태훈과 그의 아버지.

 
[스포츠서울닷컴ㅣ골프포스트=최웅선 기자]8년간의 드라이버 입스를 극복하고 꿈을 이룬 남자 김태훈(28). 그는 8월 KPGA투어 보성CC클래식에서 350야드가 넘는 파4홀에서 원 온을 시키는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정규대회 첫 우승을 차지하고 오랜 무명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드라이버 입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범식’이란 이름을 ‘태훈’으로 바꾼 일화는 그의 유명세를 더 하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그가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은 어려움에 처한 다른 많은 골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주고 있다.

주니어시절 김태훈은 돈이 없어 동계 전지훈련을 가지 못하고 혹독한 겨울을 집안에서 지내야 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성장하는 주니어선수가 겨우내 골프채를 놓는 건 선수생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처지를 탓하기보다 이를 또 다른 기회로 삼았다. 김태훈은 “남들 다 가는 해외 전지훈련 나만 못 가니 처음엔 속이 많이 상했다. 하지만 동계훈련 갔다 와 봄에 날씨 적응하느라 고생하는 것 보다 방안에서 빈 스윙하면서 스윙교정이나 하자고 마음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겨우내 추위에 적응한 김태훈은 이듬 해 3월 열린 주니어 개막전에서 전국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여세를 몰아 시즌 3승을 달성하며 주니어의 꿈인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주니어선수로는 늦은 나이인 고3 때의 일이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김태훈에게 ‘드라이버 입스’라는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이 시련은 프로 데뷔 후까지 그를 괴롭혔다. 김태훈은 “프로 데뷔 후 입스 때문에 친구처럼 지내던 아버지와 심한 충돌까지 빚었다”며 “입스 도피처로 선택한 것이 군대였다”고 말한다.

그가 힘들어 할 때 그를 지켜준 건 아버지였다. 김태훈은 “골프스윙에 대해 나 보다 아버지가 공부를 더 많이 하신다”며 “잘 치는 외국 프로들의 공통점을 찾아 내 스윙을 영상으로 촬영해 비교하며 교정해 주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스승”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김태훈은 늘 그랬듯 올 시즌도 동계 전지훈련을 가지 않는다. 대신 체력훈련과 빈 스윙으로 스윙교정을 하면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스승 없이 혼자 연습해야 하는 꿈나무들과 엄동설한을 나기로 했다. 그는 꿈나무들에게 스윙을 가르치지 않고 함께 풀어 나간다. 김태훈은 “요즘 주니어들은 코치가 가르치는 스윙에만 의존한다”며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해야 스윙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그래야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설명한다.

올 시즌 KPGA투어 간판스타로 우뚝 선 김태훈은 더 큰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 지난여름 일본골프투어(JGTO) 퀄리파잉스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차전 마지막라운드에서 ‘알바트로스(파5홀에서 2타로 홀 아웃)’와 이글, 버디를 합해 11타를 줄여 3차전에 진출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탈락 후 그는 “될 놈은 된다 했는데 안 돼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Q스쿨 탈락) 일본은 원전에서 방사능이 줄줄 샌 다네요. 건강한 자식 낳고 오래 오래 살라고 이렇게 하늘에서 도와주네요. 나는 그것도 모르고 속상해 했네”라는 글을 SNS에 올려 웃음을 자아냈다. 자신에게 닥친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는 김태훈의 긍정적 마인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김태훈은 “첫 승보다 골프선수로서 골퍼들이 알아봐 주는 게 올 시즌 가장 큰 수확”이라며 “나를 사랑해 주는 팬까지 생겨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그분들에게 실망 드리지 않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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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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