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KLPGA투어 풀시드를 획득한 안시현이 카메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스포츠서울닷컴ㅣ골프포스트=최웅선 기자]'원조 신데렐라' 안시현(29)이 돌아왔다. 지난 22일 전남 무안의 무안CC에서 열린 2014 KLPGA 정규투어 시드전 본선을 통해서다. 예선을 포함 6라운드를 소화한 안시현은 시드 획득이 확정되자 환한 웃음과 함께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일할 직장을 얻었기에 '지옥의 레이스'에도 불구하고 안시현의 얼굴에 지친 기색은 없었다.

안시현이 시드전을 경험한 건 2002년 KLPGA투어 정회원에 입회하면서다. 꼭 11년 만이다. 대회장에서 만난 안시현에게 "내년 시즌 목표가 뭐냐?"는 질문을 던지자 "예전에는 나 자신을 위한 골프를 했다면 이제는 딸(그레이스)를 위한 골프를 하고 싶다"는 말로 대신했다. 목표가 뭐나는 질문을 다시 던지자 "1승정도..."라고 수줍게 밝혔지만 목소리엔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현역시절 톡톡 튀는 돌출행동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최종라운드 마지막 홀 퍼트를 떨구고 나자 인천 집에서 엄마를 기다릴 딸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한다. 안시현은 "빨리 시즌이 시작됐으면 좋겠다"면서 "그레이스를 위해 우승하고 싶다"고 재차 다짐했다. 그의 말엔 딸을 위해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싱글맘'으로 필드에 복귀한 안시현은 2년이 넘는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샷감이 살아 있었다. 본선 첫날 1언더파를 적어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그는 둘째 날 2오버파를 쳐 주춤했다. 하지만 '무빙데이'인 3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써 내 순위를 끌어 올렸다. 최종라운드를 이븐파로 잘 마무리한 안시현은 22위로 내년 시즌 풀시드를 확보했다.

시드 획득이 확정된 순간 지유진(34)과 조윤희(31) 프로가 안시현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러자 안시현은 "긴장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어린 선수들과 경쟁은 쉽지 않았다. 그럴 때 마다 딸 그레이스를 떠올리면 마음이 편해져 경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딸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골프장을 빠져 나가던 안시현은 "철부지 때 저를 아껴 준분들께 고맙다는 인사 한 번 못 드렸는데 이제 고맙다는 인사를 내년 시즌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면서 "내년 시즌 기대해도 좋다"는 말을 했다. 10대 후반~20대 초반 선수들이 지배하고 있는 KLPGA투어에서 내년 '아줌마 돌풍'이 불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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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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