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헨릭 스텐손(오른쪽)이 지난 주 터키시 에어라인 오픈에서 타이거 우즈와 경기하고 있다.

 
[스포츠서울닷컴 | 골프포스트=이강래 기자]헨릭 스텐손(스웨덴)이 이번 주 선수생명을 걸고 도박에 나선다. 오른 손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레이스 투 두바이’의 마지막 대회인 DP 월드 투어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손목 통증을 이유로 스텐손은 대회 개막 하루전 열리는 프로암에도 불참했다. 과연 스윙할 때마다 시큰거리는 오른 손목이 얼마나 버텨줄 지가 관건이다.

스텐손은 한달전 거주지인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CC에서 연습도중 오른손목 부상을 당했다. 담당 의사는 쉴 것을 권유했지만 유러피언투어 파이널 시리즈인 ‘레이스 투 두바이’ 출전을 결정했다. BMW 마스터스와 HSBC 챔피언스, 터키시 에어라인 오픈, 그리고 이번 주 DP 월드 투어 챔피언십 등 4개 시리즈로 구성된 ‘레이스 투 두바이’엔 3050만 달러(약 330억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3200만 달러가 걸린 미국PGA투어의 페덱스컵과 맞먹는 수준이다.

스텐손이 파이널 시리즈에 무리하게 출전한 이유는 돈과 명예 때문이다. 그는 사상 최초로 페덱스컵과 ‘레이스 투 두바이’를 동시에 석권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페덱스컵에 이어 거금을 거머쥘 수도 있다. 레이스 투 두바이에서 우승할 경우 150만 유로(약 21억 5300만원)의 보너스 상금을 받게 된다. 스텐손은 이미 유럽 선수로는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시리즈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으며 1000만 달러(약 107억원)의 보너스가 걸린 페덱스컵까지 차지했다.

스텐손은 현재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주 터키시 에어라인 오픈에서 공동 7위에 올라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2위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의 격차는 많이 좁혀졌다. 상금 1유로당 1포인트가 주어지는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에서 스텐손은 237만 9195점으로 2위 로즈(216만 5727점)에 21만 3468점차로 앞서 있다. 로즈는 HSBC 챔피언스에서 공동 5위, 터키시 에어라인 오픈에서 공동 3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로즈는 또한 DP 월드투어챔피언십의 대회코스인 주메이라 골프장에서 코스 레코드(62타)를 작성하기도 했다.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선수는 로즈만 있는 게 아니다. 3위인 그레엄 맥도웰(북아일랜드)은 32만 1800점차, 4위 이안 폴터(잉글랜드)는 34만 3906점차로 선두 스텐손을 추격중이다. DP 월드투어 챔피언십에 걸린 우승상금이 98만 5476유로이기 때문에 누가 우승하느냐에 따라 보너스 상금의 주인공이 바뀔 수 있다. 수학적으로 랭킹 9위까지 기회가 있다. 스텐손 입장에선 손목 통증에 ‘하이에나’처럼 달려들 추격자들 걱정으로 밤잠을 설칠 게 분명하다.

올시즌 화려하게 재기한 스텐손은 지난 해까지 드라이버 입스로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3번 우드로도 300야드 이상을 날리는 괴력의 장타자 였기에 드라이버 입스는 치명타였다. 이번 주 무리한 경기출전으로 손목이 망가진다면 스텐손의 장타는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스텐손의 손목 부상은 지난 9월 페덱스컵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부터 시작됐다. 그 때는 통증을 이겨내고 우승했다. 그래서 그런 지 스텐손은 멈출 줄 모른다.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말을 스텐손은 아는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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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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