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 당시의 편애리

 
[스포츠서울닷컴ㅣ골프포스트=최웅선 기자]편애리(23.볼빅)가 필드와 작별을 고했다. 지난 10일 부산광역시 기장군의 아시아드CC에서 막을 내린 ADT캡스 챔피언십이 고별전이었다. 만감이 교차했는지 편애리는 이 대회에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꼴찌를 했다. 공교롭게도 우승은 동갑내기 친구인 최유림(23.고려신용정보)에게 돌아갔다.

1등과 꼴찌를 한 둘은 'ADT캡스 챔피언십'을 기점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최유림은 기다리던 생애 첫 우승에 성공하며 새로운 골프인생 설계에 들어갔다. 반면 고별전을 치른 편애리는 골프선수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1등과 꼴등 사이. 그들에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편애리가 스물 셋의 어린 나이에 은퇴를 결심한 것은 선수로서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불과 3년 전인 2010년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성공 가능성이 활짝 열린 선수였다. 재능과 성실함을 갖춘 편애리가 '재기'보다 '은퇴 후 학업'을 선택하기까지 힘든 번민의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짐작되는 이유다.

우리 주변엔 제2의 최경주와 박세리를 꿈꾸며 하루 종일 골프에 매달리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 중엔 투어선수로서 성공하는 이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흔적 없이 사라진다. 편애리의 은퇴는 아쉽고 안타깝지만 골프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업은 뒤로 한 채 골프에 '올인'한 선수들이 골프채를 내려놓았을 때 직업선택의 폭은 대단히 좁다. 기껏해야 연습장의 '레슨 프로'다. 하지만 레슨도 재능이 있어야 한다. 공을 잘 친다고 레슨을 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시장에서도 재능이 없다면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기 십상이다.

지난 주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자인 최유림은 중고시절 학업과 골프를 병행하면서 서울대 진학을 꿈꿨다. 그러면서도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프로로 전향했다. 최유림은 자신의 목표인 서울대 진학은 이루지 못했지만 상비군 출신이라 여러 대학에서 골프 장학생으로 영입하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장학금을 마다하고 수능 성적으로 명문 사립대인 경희대에 입학해 학사 과정을 마쳤다. 이유는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국내 현실에서 흔치 않은 성공 사례다.

KLPGA투어에 서아람(40)이란 선수가 있었다. 통산 3승을 거둔 그는 선수생활을 하면서도 학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은퇴 후 결혼과 함께 호서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귀감이 되는 사례다.

미국 시애틀의 폴만 워싱턴 대학교 사회학과에 합격해 내년 1월 말 미국으로 떠나는 편애리의 마지막 시합 역시 아버지가 캐디를 맡았다. 부친은 딸의 캐디로 오랜 시간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선수로서 마지막 홀로 걸어가는 편애리에게 아버지는 "그 동안 너무 수고했다"며 "부상 때문에 힘들었던 적도 많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해 줬다. 우승도 못하고 그만 두는 선수가 많은데 우리 딸은 우승도 했다"며 위로했다.

지난 주 ADT캡스 챔피언십이 열린 아시아드CC 7번홀은 2010년 우승자인 편애리의 이름 따 '편애리 홀'로 명명됐다. 편애리는 핸디캡 1번홀이었던 이 홀에 설 때면 힘들었던 과거와 영광이 떠올라 뿌듯했지만 마지막 날 마지막 홀인 18번홀의 티샷 때는 눈물범벅이 됐다. 동반 플레이어인 박햇님과 배희경은 은퇴하는 편애리에 대한 예우로 먼저 홀 아웃한 뒤 그의 마지막 퍼트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언제든 돌아올 수 있으면 돌아오라'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동료에게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편애리는 어렸을 때부터 관심을 두었던 '평론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유학을 떠난다고 한다. 스물 셋의 짧은 골프인생이었지만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세상'을 보고 배웠다. 과거의 영광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는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꿈을 이룬 평론가 편애리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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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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