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LPGA투어 원조 '신데렐라' 안시현이 2년 2개월만에 필드로 복귀했다.

 
[스포츠서울닷컴 | 골프포스트(부산)=이강래 기자]안시현(29)이 돌아왔다. 8일 부산 아시아드 골프클럽에서 시작된 ADT캡스 챔피언십이 복귀전이다. 2011년 9월 한화금융클래식 출전후 26개월 만의 컴백이다. 안시현은 다음 주 전남 무안으로 이동해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A) 시드 예선전에 나간다. 이틀간의 예선을 통과하는 게 우선이고 그 다음 나흘간의 본선에서 40위 안에 들어야 한다.

연예인 마르코와의 결혼과 함께 필드를 떠났던 안시현은 단란한 가정생활을 하는 듯 했으나 불화설이 돌았고 결국 지난 6월 파경을 맞았다. 현역시절 튀는 행동으로 눈총을 받았던 안시현은 세파에 지친 듯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본인 스스로 “어린 나이에 철없는 행동을 해 구설수에 오른 기억이 많다”며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창 때 안시현에게 골프는 ‘일’이었고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결혼 후 임신과 출산으로 정신없던 얼마간은 골프를 잊고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가 골프가 그리워지기 시작했고 “은퇴 전 왜 열심히 하지 않았지?”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가정이 깨진 후 이런 생각은 더욱 절실해졌다. 절망감 속에서 빛을 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자신을 지루하게 했던 ‘골프’였다.

결국 안시현은 지난 6월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인천 집에서 수원CC까지 매일 오가며 4~5시간 볼을 때렸다. 그리고 오후엔 잠실로 이동해 1시간 30분씩 체력훈련을 했다. 다시 골프채를 잡았을 때 절감한 건 체력 부족이었다. 그리고 자연 분만으로 인한 몸의 밸런스 변화도 심했다.

다행히 하드 트레이닝으로 이제 힘이 부친다는 느낌은 없다. 그리고 오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스윙에도 큰 변화는 없다. 드라이버샷은 여전히 250~260야드 정도 나가고 아이언샷의 정확성도 떨어지지 않았다. 부족한 면이 있다면 쇼트게임이다. 은퇴 전과 비교할 때 아무래도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쿨’하게 생각키로 했다.

믿는 건 ‘절실함’이다. 18개월된 딸 ‘그레이스’를 생각하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절박한 만큼 집중력은 좋아졌다. 가끔 말도 안되는 실수가 나오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신중해 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가 안 풀리면 제 풀에 포기하던 마음도 없어졌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아줌마의 끈질김이 생겼기 때문이다.

안시현은 외롭지 않으려 노력한다. 대회장에서 마주치는 어린 선수들은 낯설지만 그에겐 든든한 친구와 언니가 있다. 안시현과 동갑내기인 최혜정은 연습라운드를 함께 돌며 “넌 잘 할 수 있어!”라고 용기를 준다. 결혼과 함께 필드를 떠난 선배 박지은 역시 통화할 때마다 “시합 준비 잘 해!”라고 격려한다. 안시현은 박지은이 지난 달 하나외환 챔피언십 은퇴 경기를 준비할 때 함께 라운드를 돌며 자신의 복귀전을 준비했다.

안시현은 과거 ‘4차원’이란 소릴 들었다. 남들이 뭐라 하든 본인이 내키는 대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욕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이젠 이런 면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애 하나 딸린 ‘돌싱’이 된 지금 남들 얘기 신경 쓰다가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오로지 재기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앞만 보고 달리기로 했다. 2003년 CJ 나인브릿지 클래식 우승으로 신데렐라가 됐던 안시현은 이제 인생의 부침 끝에 다시 출발선에 섰다. 딸의 이름처럼 그에게 주변의 은총(Grace)이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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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골프전문기자  altim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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