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텐랑은 다짐과는 달리 대회 2연패를 달성하지 못했다.

 
[스포츠서울닷컴 | 골프포스트(중국 옌타이)=최웅선 기자]아시아 태평양 아마투어 챔피언십 개막을 앞두고 열린 지난 23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골프천재’ 관텐랑(15)은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지난 4월 열린 ‘명인열전’ 마스터스에 참가해 우상인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동반 라운드를 한 얘기 등 기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 매가톤급 가십을 쏟아냈다. 그리고 자신의 골프 실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음을 뽐내며 타이틀 방어를 자신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관텐랑의 자신감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대회가 개막되자 어린 천재는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경기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툭하면 자신의 캐디에게 화를 냈다. 1,2라운드 연속 오버파를 기록한 관텐랑은 ‘무빙데이’인 3라운드에서 전반 9홀에서만 5타를 줄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2타를 잃고 상승세가 꺾이고 말았다. 어린 천재는 클럽에 문제가 있었다는 듯 3라운드까지 사용했던 클럽을 다른 것으로 교체하고 최종라운드에 나섰다. 관텐랑은 최종일 3언더파로 선전했지만 타이틀 방어에 실패한 게 분한 듯 경기 후 TV 인터뷰 때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였다.

어린 천재는 대회기간 내내 거만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성의 없이 대충 대답했다. 그리고 연습장에서 중국의 동료 선수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도 모르는 척 했다. ‘명품’ 브랜드의 의류로 휘감은 열다섯 살의 ‘골프천재’는 ‘인(人)’의 장막에 막혀 있었다. “관텐랑의 양쪽 어깨에 1톤짜리 벽돌을 올려놓은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흘러나올 정도로 거만함은 대단했다.

관텐랑은 장담했던 것과 달리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한 경기를 놓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일년간 기량이 발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창우(20.한체대) 등 관텐랑과 함께 경기한 한국선수들 조차 “15세의 어린 나이 치곤 관텐랑이 너무 거만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어린 나이에 두각을 나타냈다가 자기관리에 실패해 평범한 선수로 전락한 경우는 너무 많다. 타이 트라이언(미국)과 김시우(18.CJ오쇼핑)는 어린 나이에 미국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했으나 지금은 전혀 주목받지 못한다. 관텐랑이 중국 골프의 발전을 이끌 견인차가 될 것이란 기대감은 잠시 접어둬야 할 것 같다. 이번 아시아 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확인된 실력과 인성을 놓고 볼 때 겸손한 자세로 세계무대의 벽을 두드릴 개척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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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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