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시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7일 시작된 코오롱 한국오픈에 출전하기로 했던 김시우(18.CJ)가 대회가 열리는 천안에 내려 가지 않았다. 대신 연세대 면접장에 간다. 김시우의 한국오픈 출전을 홍보했던 코오롱그룹 측은 머쓱하게 됐다.

당초 김시우는 한국오픈과 대학 면접에 모두 가려 했다. 대한골프협회와 한국프로골프협회의 힘을 빌어 면접 시간을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는 쪽으로 조정하려 했다. 그러나 받아 들여지지 않자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김시우의 2013년은 매사가 이런 식이었다. 한국오픈과 연세대 면접 모두 이미 오래 전부터 예정된 일로 상식적이라면 한 쪽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욕심만 앞서 '양 손에 떡'을 쥐려 했다.

지난 해 말 김시우가 미국PGA투어 사상 최연소로 Q스쿨을 통과했을 때 세상은 '장미빛'이었다. CJ그룹이 어린 김시우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줬고 언론에선 그의 미국 진출을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김시우는 Q스쿨 때 인생 최고의 골프를 쳤는 지 모른다. 나이 제한에 걸려 대회 출전이 여의치 않았던 점을 감안해도 Q스쿨 때 보여준 기량을 지금까지 한번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시우는 PGA투어 데뷔전인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에서 예선탈락한 뒤 계속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두번째 대회인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는 첫날 79타를 친 후 기권해 미국인들에게 '어린 선수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심어줬다. 결국 김시우는 올 해 미국PGA투어에 8번 출전해 7번 예선탈락,1번 기권이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김시우는 사실 출발부터 스텝이 꼬였다. 여기 저기서 후원 제의가 들어오자 돈관리를 하는 김시우의 부친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클럽'을 선택하는데도 돈과 관련된 '저울질'을 했다. 빨리 아들이 원하는 클럽을 결정한 후 그 클럽으로 데뷔전을 준비해야 했으나 맥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무리한 경기 출전도 잘못이었다. 김시우는 4월부터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와 PGA투어를 병행하며 16주 연속 경기에 나갔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신세로 전락한 김시우는 성적을 내지 못하자 자신감만 잃고 말았다.

이를 증명하 듯 지난 8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CJ 인비테이셔널 기자회견장에서 김시우는 고개를 숙인 채 테이블만 바라봤다.최경주, 데이비드 톰스, 이동환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시우에게 질문을 하는 기자는 없었다. 이런 냉대가 편할 수도 있을 만큼 김시우는 기자회견 내내 다른 이의 시선을 불편해 했다. 김시우는 후원사 대회인 CJ 인비테이셔널에서도 77-73타를 쳐 공동 80위로 예선탈락했다.

김시우에게 중요한 것은 '앞날'이다. 김시우는 연세대 면접을 마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웹닷컴투어 Q스쿨에 도전한다.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Q스쿨 합격 여부를 떠나 세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주니어 시절 김시우 보다 화려한 성적을 냈던 김비오와 강성훈도 나가 떨어진 게 미국PGA투어다. 김시우에게 선수생활을 계속할 의지가 있는 한 올해의 실패에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김시우는 이제 대학에 입할할 창창한 나이다. 프로전향을 안했다면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고3 학생일 뿐이다. 또한 CJ그룹이란 든든한 돈줄도 있다. 지난 일년간의 경험이 '양날의 칼'이 되겠지만 욕심만 버린다면 자신을 해치는 칼로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 김시우에겐 시간도 있고 돈도 있다. 힘든 시간은 앞으로 나갈 동력을 제공한다는 말에 의지해야 한다. 염려가 되는 것은 계속되는 '욕심'이다.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려는 김시우가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하기는 어렵다. 골프에 '올인'을 해도 모자랄 판에 허울 좋은 대학 졸업장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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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기자  desk@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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