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포스트=이강래 기자]올시즌 메이저 타이틀인 PGA 챔피언십을 거머쥔 미국의 제이슨 더프너는 운동선수로는 어울리지 않는 배불뚝이에 독특한 웨글링을 하는 선수다. 좌우로 두 번 흔드는 웨글 후 거침없이 채를 휘두르는데 볼 스트라이킹 능력이 대단하다.

더프너는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스타덤에 오른 ‘늦깍이’다. 그래서 그런 지 말수도 적고 이글이나 버디를 잡아도 화려한 세리머니는 없고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책임감은 대단히 강하다. 국가대항전에 유독 강한데 지난 주 프레지던츠컵에서 3승 1패를, 지난 해 라이더컵에서도 3승 1패를 거뒀다. 두 대회 모두 처음 출전해 거둔 성적이라 의미는 더욱 크다.

더프너가 세상에 알려진 건 2011년이었다. 그 해 두 번이나 연장전에서 모두 패해 동정의 대상이 됐는데 그의 커다란 눈망울은 슬픔을 배가시켰다. 당시 더프너는 WM 피닉스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마크 윌슨에게 패했고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선 ‘절친’인 키건 브래들리에게 3홀 연장전 끝에 1타차로 패했다. 다행히 더프터는 2012년 취리히 클래식에서 연장전 끝에 베테랑 어니 엘스를 누르고 PGA투어 첫 승을 거뒀다. 당시 오랜 연인관계이던 아만다 보이드에게 우승 트로피를 결혼선물로 건네 화제가 됐던 더프너는 여세를 몰아 결혼 보름 만에 출전한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까지 거머쥐며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흥미로운 점은 더프너의 오늘을 만든 멘토가 ‘흑진주’ 비제이 싱이라는 점이다. 더프너는 PGA투어 데뷔를 앞둔 지난 2004년 초 TPC 소그래스에서 우연히 싱을 만난다. 연습장에서 싱을 만난 더프너는 자기 소개를 한 뒤 “함께 연습 라운드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럴수만 있다면 제겐 대단한 영광인데요. 그렇지 못한다 해도 이해할 거구요”라고 수줍게 말한다. 무슨 운명인 지 낯선 이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싱은 더프너의 제안을 받아 들인다. 그리고 더프너는 연습량이 많기로 유명한 싱의 훈련 스케줄을 4~5일간 똑같이 따라 한다.

둘은 시즌 중에도 연습 라운드를 함께 했다. 2004년은 싱에겐 골프인생 최고의 해였다. 무려 9승을 거뒀으며 시즌상금 109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반면 루키 더프너는 상금랭킹 125위 안에 들지 못해 2부 투어인 네이션와이드투어로 돌아가야 했다.

더프너는 지난 주 프레지던츠컵 때 기자들을 만나 처음으로 싱과의 인연을 털어놨다. 무려 10년 만의 고백이었다. 더프너는 “2004년 싱이 우승한 대회중 PGA 챔피언십을 제외한 모든 대회 때 연습라운드를 함께 했다. 내겐 엄청난 경험이었다. 싱과 함께 나눈 시간, 그리고 그가 내게 전수한 지식들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고 말했다.

PGA투어에서 아시아선수로는 최다승(8승)을 거둔 최경주는 수년전 후배인 배상문과 김대현을 미국으로 불러 들여 함께 동계훈련을 했다.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챔피언인 양용은도 가까운 후배인 김경태, 노승열, 김형성 등과 연습라운드를 함께 하며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올 해 처음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했던 김형성은 “대회를 앞두고 (양)용은이 형이 브리티시오픈 때 연습라운드를 같이 하자고 전화해 줬다. 너무 고마웠고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골프를 대표하는 양대 기둥인 최경주와 양용은이 올 해 들어 부쩍 약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건 성적 만은 아닌 것 같다. 혹시 아는가. 그들로 인해 우리도 더프너 같은 선수를 갖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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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기자  desk@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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