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펑샨샨/LPGA투어 홈페이지 캡처

[골프포스트=이강래 기자] 지난 해 미국LPGA투어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펑샨샨(24)은 중국 골프 역사를 빛낼 기념비적인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중국 본토에선 유명 인사가 아니었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고향인 광저우 텐허 로드의 인파 속을 거리낌없이 다닐 정도였다. ‘녹색 아편’에 물들고 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빠른 중국의 골프 확산 속도를 무색케 하는 대접인 셈이었다.

그럴 만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펑샨샨이 중국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골프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중국 언론은 우승 소식을 속보로 전하지 않았다. 그녀의 우승 장면은 중국의 국영방송을 통해 중계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스포츠 뉴스의 하이라이트로도 나오지 않았다. 중국의 테니스 스타 리나가 2011년 프랑스오픈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을 때 대서특필됐던 것과는 큰 차이였다.

펑샨샨은 최근 미국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대다수 중국인들은 골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지난 해 내가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지켜본 사람들도 많지 않다. 그리고 메이저 우승에 대한 가치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나는 아직은 내가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을 불편함 없이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나를 잘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6일 베이징 파인밸리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미국LPGA투어 레인우드 LPGA 클래식을 기점으로 펑샨샨의 위상은 엄청나게 달라지게 됐다. 이번 대회는 중국 골프대회 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국영 방송인 CCTV5를 통해 중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이 중계의 의미는 대단하다. 중국 정부가 골프를 인기 스포츠인 탁구나 다이빙, 테니스와 동급으로 대접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CCTV5는 중국 국영방송의 스포츠 전문채널로 전파력과 파괴력이 대단하다.

‘CCTV 5’의 생중계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펑샨샨은 레인우드 LPGA 클래식에서 총력을 다했고 완벽하게 주연 역할을 해냈다. 대회 2,3라운드에서 이틀간 보기없이 버디만 18개를 잡아내며 세계랭킹 3위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공동선두를 이뤘고 최종라운드에선 극적인 끝내기로 우승까지 차지했다. 펑샨샨은 72번째 홀에서 기적같은 이글을 잡아내며 버디를 잡은 루이스를 1타차로 제치고 초대 챔프에 올랐다.

매치플레이를 방불케 하는 펑샨샨과 루이스의 맞대결은 13억 중국인들을 골프의 매력 속으로 끌어 들였다. 펑샨샨은 중국 전역에 생중계된 LPGA투어 경기를 통해 중국인들의 마음 속에 ‘골프’라는 두 글자를 확실하게 새겨 넣은 것이다. 또 다른 역할도 했다. ‘평샨샨 키즈’의 등장이다.

이번 레인우드 LPGA 클래식에 출전한 중국선수들은 펑샨샨을 제외하고 총 18명이었다. 중국에서 뛰고 있는 이들은 미국LPGA투어의 세계적인 선수들과 처음 경기했지만 의미있는 성적을 거뒀다. 프로인 예리잉과 아마추어 린씨유가 공동 19위와 공동 23위에 올랐다. 아마도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선 더욱 확실하게 ‘펑샨샨 키즈’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4월 마스터스에 14세의 나이로 최연소 출전한 관텐랑 같은 선수가 여자 쪽에서도 나오지 말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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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기자  desk@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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