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도약을 노리는 조민근(24)

[골프포스트=최웅선 기자]동계올림픽 쇼트트랙은 한국이 세계최강으로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 보다 더 어렵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프로인 조민근(24)은 초등학교 시절 쇼트트랙 선수로 빙판을 누비며 올림픽 금메달을 꿈꿨다. 쇼트트랙에서 쑥쑥 성장하던 소년은 골프라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면서 혼동이 왔다. 골프가 쇼트트랙보다 재미있던 것이다.

쇼트트랙 선수로 크고 작은 대회에 입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내던 그는 부모님을 따라 골프연습장에 따라가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부모의 스윙을 보고 클럽을 휘두르던 조민근은 골프에 빠져 들었다. 쇼트트랙 선수로 성장해 올림픽 금메달을 내심 바라던 부모로서는 골프에 빠져드는 게 걱정 됐지만 아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말리지는 못했다.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그의 골프사랑은 점점 더해만 갔고 결국 쇼트트랙을 접고 주니어 골프대회에 참가하기에 이르렀다. 늦게 시작한 골프지만 운동에 천부적 소질을 타고난 그의 성장은 남보다 빨랐다.

아버지 조성관(53)씨는 "처음 민근이가 골프를 할 땐 주말에 가족 라운드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쇼트트랙 유망주였던 얘가 갑자기 골프선수를 한다고 하기에 당황했죠(웃음). 그때는 말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늦게 시작했지만 바늘구멍 통과하기도 어렵다는 투어프로가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라고 한다.

▲ 스윙 점검을 마친 조민근은 KPGA투어 하반기 첫 대회인 보성CC 클래식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그는 주니어시절 서울시장배 준우승, 전남도지사배 4위, 파맥스배 단체전 우승 등 승승장구했지만 늦게 골프를 시작한 터라 국가대표와 상비군 포인트를 따기엔 역부족이었다.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나가 금메달을 따고 싶었던 그는 일찌감치 '프로' 입문으로 진로를 잡았다. 부모 또한 아들을 위해 전문적인 코치를 영입했다.

세미프로인 이광일(53) 코치와 함께 하면서 그의 성장은 더 빨라졌다. 2007년 봄에 치러진 코리안투어 Q스쿨 1차전을 통과하고 세미프로가 되었고, 여름에는 2차전 통과와 함께 최연소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그 해 11월에 열린 2008년 코리안투어 시드전도 가볍게 통과해 투어카드를 획득했다. 사상 최연소다.

잘 생긴 외모는 스폰서의 마음을 사로 잡아 화장품 회사에서 남자프로 최초로 메인 스폰서로 나서는 행운까지 겹쳤다.

그러나 프로 무대는 녹록하지 않았다.

'루키' 해인 2008년 13개 대회에 나가 8번 컷 탈락하고 5번 본선에 진출했지만 금호아시아나 오픈 27위가 최고성적으로 시드도 잃었다. 시드전에서 또 다시 투어카드를 획득했지만 2009년 성적은 최악이었다. 엎친대 덮친 격으로 2010년 시드전까지 탈락했다.

골프를 시작한 뒤 처음 맛 보는 좌절이었다.

2부 투어로 내려간 그는 절치부심하면서 연습에 더 매진했고, 아카데미투어 1차 대회 준우승이라는 결과로 보답 받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3차 대회 준우승, 4차 대회 6위, 7차 대회 9위를 기록하며 아카데미 상금순위로 2011년 코리안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2011년 KLPGA투어 조니워커 오픈에서 공동 4위라는 최고 성적을 올리며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상금랭킹 79위로 또 다시 Q스쿨을 다녀와야 했다.

대회수가 현격히 줄어든 2012년은 시합감을 유지하기 위해 1부와 2부 투어를 병행했다. 시즌 초반부터 중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횟수가 잦더니 KPGA 베어리버 챌린지투어(2부 투어)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에 감격을 누렸고 이어진 KPGA투어 해피니스 KPGA선수권에서는 7위를 차지했다.

그는 "KPGA선수권에서 샷감이 좋았다. 그런데 3라운드 14번홀까지 잘 치고 있었는데 갤러리 분들이 공동선두라고 알려 준 뒤 한 홀에서 OB 두 번 내고 무너졌다."며, "경험이 없어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때 저를 따라다니며 응원해 주신 노신사분이 계셨는데 대회가 끝나고 많은 용기와 힘을 주셨다. '무명'이지만 응원해 주시는 팬 덕분에 골프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2013년 시즌을 시작하면서 투어프로까지 이끌어준 이광일 코치와 그는 딜레마에 빠졌다. 투어 5년차인데 성적이 중간에서 머물러 뭔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합의점에 도달했고, 성적이 뒷받침 되지 않으니 스윙을 교정하기로 하고 이 코치와 의논 끝에 새로운 코치를 찾아 나섰다.

▲ 새 코치 아론 김(29)과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윙을 교정하는 조민근(24)

그는 "다른 코치를 생각하는 게 저를 키워주신 이광일 프로님에게 죄송했는데 '다른 경험도 좋겠다'며 제게 먼저 말씀해 주셨어요. 대게는 안 좋게 헤어지는데 이 코치님은 제가 더 잘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어요."라며 이 코치에 대한 고마움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민근은 지난 5월부터 새로운 코치 아론 김(29)과 만나 시즌 중 스윙교정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그리고 군산CC오픈 3라운드 전반 홀까지 단독선두까지 치고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후반 홀에서 무너져 최종라운드 공동 40위를 기록했다.

그는 "대회가 끝나고 제 자신에게 엄청 실망을 했어요. '맨붕'이 온 거죠. 내가 이것 밖에 안 되나 라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나도 우승 할 수 있다는 또 다른 가능성을 봤죠."라고 한다.

상반기 대회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스윙교정에 나선 그는 샷에 자신이 붙었다. 현재 컨디션을 60~70%까지 끌어 올렸고, 드로우를 자신의 구질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반기 첫 대회인 보성CC클래식을 준비하면서 그는 "전에는 내 구질이 없어 좌•우측으로 많이 움직였고 내 샷에 믿음이 없었다. 지금은 레슨을 받으면서 드로우를 내 구질로 만들었다."며, "보성CC 코스는 왼쪽은 벽이고 오른쪽은 절벽이라 드로우 구질인 내가 유리하다. 자신감을 찾은 만큼 이번엔 꼭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말 없이 형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한 동생(조효근 22.세미프로)에게 미안하다"면서 "코리안투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내년엔 꼭 정회원이 되어 시드전을 통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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