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취임식 하는 KPGA 황성하 신임회장

[최웅선 기자]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제16대 황성하 신임회장이 당선 2개월 만에 취임식
을 가졌다. 황 신임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강남의 임패리얼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 시상식과 함께 진행된 취임식에서 취임 일성으로 '난관극복' 의지를 밝혔다.

황 회장은 'KPGA의 조속한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회원들간의 소통과 화합 그리고 신뢰구축을 강조하고 "코리안투어 활성화를 위해 '투어 자문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적 흐름에 맞춰 교육체계 혁신을 통해 회원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가지고 협회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황 회장 및 16대 집행부가 당면한 과제는 만만치 않다. 지난 해 11월 박삼구 전 회장의 퇴임을 앞두고 열린 제14대 회장선거에서 '외부 회장 영입'을 내세운 이명하(54) 회원이 당선되면서 회원들간의 반목이 시작되었고, 제15대 회장에 추대된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먼저, 정회원과 준회원간의 갈등이다. KPGA소속 준회원들은 자신들을 '프로지망생'으로 규정한 정관 8조 2항 개정과 함께 참정권(투표권)을 요구하며 KPGA 프로회(회장 이응기)를 창립하고 준회원들의 위임장을 받아 '20년 동안 납부한 70억원에 달하는 '회비반환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KPGA회관 매입으로 금고가 바닥난 상태에서 소송이 받아들여지면 KPGA는 정회원과 준회원의 반목으로 '공중 분해' 될 위기에 처할뿐더러 KPGA에서 100% 출자한 한국프로골프투어(KGT)의 지분 문제까지 불거져 사실상 한국남자프로골프는 와해될 수도 있다.

현 집행부가 자신들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 KPGA 6천여 회원 중 80%를 차지하는 준회원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집행부 내부에서도 준회원의 처우 개선에 대한 문제가 대두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석 감사는 "황 회장이 당선되고 전반적인 감사를 했다."며, "KPGA 정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정관 수정을 권고했고 오는 18일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준회원들의 요구사항인 정관 8조 2항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준회원들은 '회비납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불합리한 정관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1988년 한국프로골프협회에 세미프로 제도가 생기면서 준회원을 '프로지망생'으로 규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티칭과 세미프로인 준회원이 KPGA에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월 회비는 2만원, 정회원은 2만5천원이다. 정회원이 준회원에 비해 월 5천원을 더 낸다.

커피 한잔 값도 안 되는 5천원은 Q스쿨 1차전을 통과한 프로들을 준회원으로 격하시켜 의무적으로 회비를 납부하게 하면서도 회비납부에 대한 권리인 참정권을 제한하고 Q스쿨 2차전 통과자인 전체 회원 20%의 정회원만이 KPGA 회장선출 권한을 갖고 있으며 집행부의 요직인 전무이사, 운영국장, 감사, 이사 등을 구성한다. 준회원은 회비를 납부할 의무만 주어지고 권리는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상태다.

준회원들이 해외 골프장에서 회원증을 제시하면 그린피 등을 면제 또는 할인 받는다. 하지만 국내 골프장에선 사정이 다르다. 그린피 등을 할인 받는 정회원과 달리 준회원은 아마추어와 똑같은 이용료를 낸다. 이유는 간단하다. KPGA 회원증으로 꼼수를 부렸기 때문이다. 회원증 회원번호에 정회원은 숫자로 표기하고 준회원은 숫자 앞에 'S'자를 넣어 교묘히 구분했다.

재미있는 점은 KPGA에서 박탈한 준회원의 권리를 해외에서는 인정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KPGA에서 아마추어로 규정한 준회원이 일본골프투어(JGTO) 등 외국투어 Q스쿨에 응시할 경우 KPGA 정회원과 같이 1차전을 면제받고 2차전부터 응시할 수 있다.

익명요구한 준회원은 "회비는 받지만 회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가장 큰 문제"라며, "현 집행부와 대화를 위해 이정훈 KPGA 사무국장과 회원게시판을 통해 여러 차례 건의 했지만 묵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관 8조 2항 때문에 회원끼리 신분차별과 반목이 일어 나고 있는 것인데 현 집행부가 주도권을 빼앗길 수 도 있는 정관 개정을 할 지는 의문이다.

익명의 현 집행부 이사는 "준회원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준회원들의 요구에 부흥하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 협회기를 들고 흔드는 황성하 회장

'투어 활성화'도 시급한 현안이다. 올해 KPGA투어는 13개 대회를 치렀다. 그 중 코리안투어 풀시드권자들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유러피언투어, 아시안투어, 원아시아투어 등과 공동 주관한 7개 대회를 뺀 6개 뿐이었다. 더 심각한 건 대회를 주최한 스폰서들이 경제 불황과 맞물려 내년 대회 개최 여부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심지어 몇몇 스폰서는 비전 없는 남자 대회 대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올해 개최되었던 대회 모두가 내년 시즌에 다시 개최된다 해도 13개 뿐이고 시드권자들이 모두 참여 할 수 있는 대회는 여전히 6개다.

지난 9월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한 직후 홍순상(31.SK텔레콤)은 "시즌 초부터 부진에 시달리다 밀리언야드컵으로 샷감이 올라왔는데 나갈 대회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톱 클래스의 프로들이 이럴진대 하위권 선수들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올 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퀄리파잉스쿨에 100여명이 출전한 것은 이런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선수들 사이에선 “이러다가 코리안투어가 연간 3~4개 대회밖에 열지 못하는 호주투어처럼 될 수 있다”며 해외무대 진출을 당연시 하고 있다.

지난 13대 황성하 전무이사와 집행부를 구성하던 인사들은 지난 14대 회장선거에서 '외부인사 영입'을 내세운 반대파에게 주도권을 빼앗겼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들을 반대하는 정회원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10월 8일 KPGA 16대 회장에 당선되고도 취임식까지 미루고 '두문불출'하던 황 회장이 이런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한계를 안고 탄생한 현 집행부가 해결하기엔 너무나 복잡하고 큰 문제들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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