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군 진압작전에 맞서 버스에 불를 지른 현장

태국 정부청사를 20일째 점거 농성 중인 UDD(독재저항민주주의연합전선)가 자진 해산했다.
지난 12일 오후 방콕과 주변 주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며 왕궁 주변과 주요시설에 완전 무장한 군병력과 장갑차가 투입된 방콕은 최대 축제인 태국 새해 맞이 쏭크란 행사가 모두 취소되며 폭풍전야를 연상케 했다.

▲ 반정부 시위대가 떠난 현장

13일 쏭크란을 맞은 시내 중심부는 대형 쇼핑몰 등이 임시 휴업에 들어가고 도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 때문인지 세계최고의 교통 정체를 자랑하는 방콕시내는 죽은 도시가 되었다.

13일 오전11시 태국 왕궁 주변 사남루왕과 반정부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정부청사 주변을 연결하는 타논 라차담넌 도로는 군병력에 의해 통제가 되어 차량 통행과 시민들의 출입이 제한 되어 군사작전이 임박했음을 주변 분위기로 느낄 수 있었다.

▲ 주변 순찰을 하고 있는 군 장갑차

방콕의 관광 명소의 하나인 승전기념탑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도로는 군병력에 의해 모두 통제되고 장갑차가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군병력이 경계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는 승전기념탑과 라차다를 연결하는 도로인 삼리압딩댕에서는 시위대가 도로 한복판에 휘발유가 가득 실린 유조차와 버스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군병력이 군사작전을 감행할 경우 폭파하려고 준비된 상태였으며 시위대가 사제 폭탄을 투척하였지만 사상자는 없었다.

▲ 유조차에 휘발류를 가득채워 폭파 위협하며 군진입을 막은 반정부 시위대

좁은 도로 주변에 서민아파트가 유조차와 6m 옆에 있어 유조차가 폭발할 경우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군은 작전을 중지하고 시위대와 무한정 대치상태에 들어 가며 장기전을 예고 하였다. 낮 기온이 43도가 넘는 더위에 방치된 유조차가 햇볕에 과열되어 휘발유 압력으로 생긴 가스가 새어 나와 주변 시민들과 시위대가 모두 도망간 긴급상황에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시민이 유조차로 뛰어가 긴급 조치를 취하며 폭발의 위험을 넘겼다.

긴박한 상황에 군은 사복을 입은 군인 1명과 물차를 시위대로 보내 시위대를 설득하여 유조차에 물을 뿌려 열을 식히는 사이 유조차를 탈취하여 안전하게 빼 내었다.

▲ 진압작전에 투입되는 군병력

유조차 폭발 위협에 작전을 펴지 못하던 군병력은 위험물이 없어지자 500여명의 군인들은 하늘에 총을 발사하며 시위대에 돌진하자 시위대는 저항 없이 흩어졌다. 사제폭탄과 총으로 무장이 예상된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은 군인 수백 명이 동시에 쏘는 총소리와 장갑차의 굉음 그리고 검은 연기로 뒤덮인 도시는 시가전을 연상케 했다.

▲ 13일 시위현장을 치우는 군과 소방대

큰 위협이 사라진 군은 장갑차 2대를 앞세워 승전기념탑에서 팔람9까지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하고 있는 도로를 일거에 정상화 시켰다. 시위대가 물러간 도로에는 현정부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몰려나와 시위대 진압에 나선 군인들을 박수를 치며 환영하였다.

빨간 티셔츠(UDD)가 물러간 도로에 군이 투입되자 빨간 티셔츠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반탁신을 외치며 시위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나 군이 나서 설득 자신해산 시켰다.

흩어진 시위대가 다시 집결한 삼리압딩댕의 도로는 버스와 폐타이어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불을 붙여 군병력의 진입을 막으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 저항하는 반정부 시위대

기자는 반정부 시위대 진압에 나선 장갑차에 탑승 시위진압을 지켜보았다.
진압에 나선 군병력은 13일 저녁 주택가에서 발생한 총격전을 의식한 듯 극도의 긴장 상태를 보였다. 군은 시위대와 100여m의 간격을 유지하며 시위현장 고층 건물에서의 저격을 경계하고 진압에 나설 때는 장갑차를 앞세우고 총을 하늘에 발포하며 시위대를 해산 시켰다.

▲ 장갑차 위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군

군이 전열을 정비할 때면 시위대는 보도블록과 유리병 등을 던지고 일본도로 무장한 시위대가 칼을 휘두르며 군과 맞섰으나 병사 1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는 것에 그쳤다.

시위대가 격렬한 저항을 할 경우 군은 한발 물러서며 시위대가 자진 해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현장을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반정부 시위대가 가정집 등으로 숨어들어 군이 체포할 수 있었으나 흥분한 병사들과 시위대들 간에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현장 지휘를 맞은 군 고위장교들에 의해 체포가 저지하는 등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듯 했다.

현지시간 오후 9시
정부청사를 점거하고 20일째 농성을 하고 있는 라차담넌 지역은 시위대와 군이 격전을 치른 듯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국왕이 거주하고 있는 아난타싸마콤 궁전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는 시위대가 바리케이트로 쳐 놓은 버스들이 시위대에 의해 불질러져 군의 진입을 막았으며 군병력 진입에 빠져나가지 못한 빨간 티셔츠를 입은 반정부 시위대는 현정부를 지지하는 시민들에 의해 집단구타를 당하는 등 친정부와 반정부의 갈등 양상을 심각히 보여 주었다.

13일 새벽까지 수 만명이 모여 현정부 퇴진을 주장하며 반정부 시위대에 의해 봉쇄되었던 라차담넌 지역은 군병력 투입에 의해 시위대는 정부청사로 피신 하였다. 군과 경찰은 정부청사 시위대 주변 길목을 모두 차단 군 특수부대를 배치하고 고립작전에 들어갔다.

현지시각 13일 오후9시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정부청사는 새벽과 많은 차이를 보였다. 10만 여명이 집결 했던 시위대는 모두 빠져나가고 3,000여명 만이 남아 현장을 사수 집회를 계속 아피싯 총리 퇴진을 요구하였다.

▲ 13일 새벽 1시(현지시간) 반정부 시위 지도부의 연설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시위 참가자

정부청사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봉쇄한 군은 고립된 반정부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더 이상에 진입을 하지 않았다. 또한 시위현장을 빠져나가는 시위대를 체포하거나 조사하지 않고 귀가 시켰다. 또한 군 방송차량을 동원 시위대에 집으로 귀가 할 것을 권했다.

한편 정부청사를 봉쇄한 시위대 지휘부는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자진 해산 하려는 듯 지휘부 연설에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들이 목격되었다. 40도를 넘는 폭염 속에 20일째 농성 중인 시위대는 탈진된 시위참가자들이 앰블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속속 후송되었다.

14일 오전/오후 방콕 시내
태국 최대 축제이자 신년맞이 행사인 쏭크란 축제가 모두 취소되고 시위대가 자진 해산한 방콕 도심은 비상사태 후유증을 앓는 듯 조용한 분위기였다. 시내 주요 대형 쇼핑몰과 상점은 문들 닫았으며 방콕시내에서도 교통량이 제일 많은 실롬 주변 도로는 노선 버스와 빈택시가 다닐 뿐 한적했다.

방콕 시내 중심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수쿰윗상가 식당에 식사하러 온 한국교민들은 방콕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 평온한 분위기를 보였다. 수쿰윗 한인식당에서 만난 ‘일등 세계로 투어’ 대표이사 김동원씨는 “지난 해 수완나폼 국제공항 점거 사태와 세계경기침체로 타격 받은 여행 업계는 이번 사태로 인해 사형 선고나 다름 없다.”라며 여행업계의 허탈감을 대변했다.

태국 정부는 14일 반정부 시위대가 자진해산하고 방콕과 주변 주가 정상을 되찾음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비상사태를 해제하겠으며 신년 연휴도 이틀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방콕 시위현장 현지 취재 최웅선 취재팀장, 윤영덕 기자

최웅선 취재팀장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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