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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장애 딛고 KPGA 최연소 프로 된 문태양'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 승인 2011.12.11 23:26
아들 하나를 두고 결혼생활 13년째를 맞는 문제원(45)-김창선(44)씨 부부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없을까? 고민하다 초등학교 수영선수로 전국대회에서 수 차례 우승까지 한 아들 태양이가 다니던 스포츠센터에서 본 골프가 재미있어 보여 온 가족이 골프를 시작했다.

두 달 만에 가족과 함께 필드에 나가 첫 라운딩을 가졌고, 주말이면 가족 동반 라운딩을 했다. 재미가 붙었는지 수영을 멀리하고 골프에 빠진 태양이는 연습장 형들 따라 지역에서 열리는 인천시장배에 나가 3등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수영 유망주였던 태양이는 골프선수가 되겠다고 부모를 졸라 허락을 받고, 그 해 처음 나간 전국대회인 제주도지사배에서 99개를 쳤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태양이는 연습에 매달렸다. 얼마 후 지역대회인 인천시장배 첫날 '다운 힐 라이(downhill lie)'에서 샷을 하다 삐끗했지만 우승했다.

골반 통증 때문에 X-레이도 찍어보고 검사도 했지만 이상이 없다. 한의원에 다니며 침을 맞고 두 번째 나간 전국대회 첫날 통증이 더 심해졌다. 최종라운드에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왔지만 이를 악문 끝에 1언더파 143타를 쳐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 2011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최연소 정회원이 된 문태양(17.인천제일고)
MRI를 찍었더니 '외상성 고관절탈구(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관절)'와 성장판에 손상을 입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1년 동안 골프를 칠 수 없다'는 말에 태양이는 수술대에 오르는 다음 날까지 울었다. 병원 침대에 누운 지 5개월 걷기 재활이 시작됐다. 수술한지 6개월 만에 다시 걷게 됐지만 핀을 빼는 수술이 아직 남았다.

걷게 되자 부모님은 반강제로 한달 동안 말레이시아로 골프전지훈련을 보냈다. “의사선생님이 재활을 위해 많이 걸어야 한다고 하는데 밖을 나가려고 하지 않아요. 어쩔 수 없이 반강제로 아픈 아이 혼자…." 어머니 김창선씨는 말을 잊지 못한다.

말레이시아에 온 태양이는 골프를 칠 수 없었다. 입원해 있는 6개월 사이 키가 자라면서 핀을 박은 다리가 짧아져 어드레스가 되지 않았다. 골프가 싫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태양이는 핀을 빼는 수술을 했다. 또 휠체어 신세를 졌다. 4개월 후 교정기에 의지해 걷게 되자 부모님은 다시 골프를 하라고 강요했다. 절뚝거리며 골프를 치는 게 죽기보다 싫었지만 부모님은 완강했다.

"중학교 1학년이라 다시 공부를 해도 됐지만 장애를 입었다고 꿈을 포기하기 보단 할 때까진 해 보고 노력해도 안 되면 그때 포기해도 늦지 않다고 아이를 설득 했죠." 아버지 문제원씨는 말한다.

부모님 강요에 못 이겨 다시 시작한 골프는 엉망이다. 어드레스가 되지 않아 뒷땅이나 탑볼을 쳤다. 대회에 나가지만 번번히 탈락했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언더파를 쳤는데 중학생이 되어서는 8~90대 스코어를 쳤다. 그렇게 암울한 시간을 보내던 태양이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넌 볼도 못 치면서 무슨 골프선수냐!"고 함께 레슨을 받던 동갑내기 여자아이가 비꼬았다. 화가 났지만 볼을 못 치는 건 사실이다. 연습장을 옮겼지만 '볼도 못 치면서 무슨 골프선수냐'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부모님 때문에 연습장에 나가긴 했지만 마음 속에선 골프를 지웠다.

   
▲ 어머니 김창선씨와 포즈를 취한 문태양
사춘기를 겪던 태양이는 매사에 짜증을 부리며 어머니와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나섰다. "무슨 일 있니?" "아니오." 대답은 간단했다. 표정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문제원씨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겪었던 삶을 이야기 했다. "남자는 결코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라는 말과 함께….

시즌이 끝나자 태양이는 '다시 시작하겠다.'며 겨울전지훈련을 보내달라고 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아들을 믿고 보냈다. 두 달 만에 돌아 온 태양이는 달라졌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를 재촉해 연습장으로 갔다. 그 해 전국대회 우승은 없었지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국가대표 상비군 발탁이 예상됐지만 4점차로 탈락했다. 잃었던 아들을 다시 찾았다.

태양이는 남들보다 빨리 프로가 되는 목표를 정했다. 2011년 3월 11일 KPGA 세미프로 테스트 접수마감 날짜가 태양이의 생일(94년3월11일)이라 운이 좋았다. 세미프로 테스트와 정회원(PGA) 선발전을 가볍게 통과하고 17세 최연소 KPGA프로가 됐다. Q스쿨 중앙예선에서 2라운드 합계 3언더파 141타를 쳐 최종전에 합류하는 줄 알고 엄마에게 통과했다고 전화까지 했는데 매칭스코어방식(백카운트)으로 동타에서 떨어졌다.

‘다리가 조금 불편할 뿐 장애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문태양은 “올해 시드전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나이가 어린 만큼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해 내년 2부 투어나 아카데미투어에서 꼭 우승해 상금왕으로 정규투어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며, “정규투어는 많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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