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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볼 치며 꿈을 키운 LPGA투어 이일희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 승인 2011.11.22 09:19
유복한 가정의 큰 딸로 태어난 아이는 아빠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골프 삼매경에 빠진 아빠는 "맛있는 짜장면 사줄게"라며 주말이면 딸을 데리고 골프연습장을 갔다. 아빠를 기다리는 동안 깨진 볼 주어다 치며 시간을 보내던 이일희(23.파인테크닉스)는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2007년 KLPGA 투어에 합류 첫 해부터 리더보드 상단을 차지 '유망주'로 탄탄대로를 달린다. 하지만 투어 3년차로 우승권에 가까워질 무렵 돌연 LPGA투어로 자리를 옮긴다.

"투어프로가 되고 많은 선수들을 보면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데 주위의 반대가 심했지만 기왕 놀려면 큰 물에서 꿈을 펼치라고 아빠(이남표 53세)가 밀어 줬어요."라고 이일희는 말한다.

   
▲ LPGA투어 이일희(23.파인테크닉스)
LPGA '루키' 시즌인 2010년 상반기 기아클래식을 빼곤 모두 예선 탈락했지만 하반기 대회에서 전부 컷 통과하고 LPGA투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7위라는 성적을 올린다. 그 해 10승을 합작한 한국낭자군단의 성적과 비교하면 초라했지만 5개 대회에 나가 풀시드를 확보한 그녀의 가능성을 본 기업이 스폰서로 나섰다.

"미국에 진출했지만 대회가 많이 줄었어요. 체류하기엔 경비부담도 되고, 선수로서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대회가 끝나면 그날 저녁 비행기를 타고 와 KLPGA투어도 병행했죠. 하반기 성적이 나자 스폰서가 붙어 2011시즌엔 미국에 체류하며 LPGA투어만 전념하려고 준비했는데 계약금을 차일피일 미루던 스폰서가 시즌이 시작됐는데도 돈을 주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와 미국 대회가 있을 때만 건너가 참가했어요."

이일희는 LPGA투어에 출전할 때면 경비를 줄이기 위해 제일 싼 이코노미클래스 티켓을 구입해 혼자 비행기를 타고, 대회 조직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호텔 대신 '하우징'을 했다. LPGA 투어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돌아다녀 상위권 선수가 아니면 호텔에 투숙하기 힘들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대회장 근처 빈 방이 있는 가정집을 모집해 선수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한국선수로는 이일희가 유일하지만 외국선수들은 많다.

"지난 10월 2일 끝난 대우증권클래식까지 8개 대회를 연속 뛰었는데 3개 시합은 한국에서 5개는 미국에서 했어요. 한국에서 미국을 다니는데 시차까지 하면 일주일이 6일 밖에 안 되요. 하루 연습하고, 4일 시합하고 25~30시간 비행기 타고 오고 갔죠. '루키'인 지난해 초 적응하느라 성적이 나빴어요. 하반기 성적이 좋아 올 시즌 LPGA 투어만 뛰려고 했는데 스폰서 문제로 한국으로 돌아 올 수 밖에 없어 LPGA 투어에 전념할 수 없었던 게 너무 아쉬웠어요."

   
▲ 캐디와 함께한 이일희
그녀는 한국투어만 전념해도 되지만 LPGA 시드가 있는데 포기하고 한국대회만 매달리긴 싫다고 한다. "일본 투어도 생각했지만 모든 선수의 꿈은 LPGA 투어예요. 저 역시 골프를 시작할 때 미국이 꿈이었죠. 돈을 생각하면 한국이나 일본을 선택했겠지만 돈을 위해 꿈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2011 시즌 중반 그녀는 '파인테크닉스'라는 새로운 스폰서를 만나 경제적 부담을 덜고, LPGA투어 2012시즌 풀 필드시드(144명이 출전하는 대회에 참가하는 시드)를 확보해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부모님이 미국이란 낯선 나라를 혼자 다녀 걱정하시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잖아요. 기회가 주어진 지금이니까 할 수 있고, 힘들다고 기회를 놓쳐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안정되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만 좀 더 좋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선 제가 좀 더 잘 해야죠. 마음이(경제적) 편하면 골프가 잘 되겠지만 마음이(경제적) 편 하려면 좀 더 노력해야겠죠."라고 이일희는 당차게 말한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면 조용필의 '꿈'이 흘러 나온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골프백을 메고 자신의 꿈을 찾아 세계를 돌아다니는 이일희는 "꿈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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