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끝난 제27회 신한동해오픈에서 한국에 첫 발을 디딘 폴 케이시(영국)가 역전우승을 차지하며 막을 내렸다.

케이시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최경주(41.SK텔레콤)를 보고 놀랐다."며, "한국 갤러리의 골프수준이 높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골프 대회를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가 볼 때 우승도 했으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듣기 좋은 말로 대충 때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 대회 때마다 매번 되풀이 되는 '수준 이하의 갤러리 문화'는 신한동해오픈에서도 예외 없이 반복됐다.

2라운드 12번홀(Par4) 티잉그라운드. 앞 팀이 빠지길 기다리는 이부영(47) 프로가 “(최)경주 떳다!”고 말했다. 10번 홀에 모여든 구름 갤러리를 보고 하는 말이다.

▲ 신한동해오픈에 참가했던 최경주/최웅선 기자

대한민국 골프 대표 브랜드 최경주(41.SK텔레콤)를 따라 움직이는 갤러리의 군무는 다른 선수들을 주눅들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카리스마 또한 넘쳤다. 동반라운딩을 펼치는 강성훈(24.신한금융그룹)이 분위기에 어색해 하더니 이내 적응하고 경기를 즐겼다.

최경주가 플레이 하는 동안 갤러리는 더 많이 몰렸고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팬들의 경쟁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선수들이 경기에 방해가 되자 경기진행요원이 제지에 나섰다. 옆에서 지켜보던 최경주가 진행요원에게 “괜찮으니까 놔 두세요.”라며, 갤러리들에게 “지금은 괜찮은데 스윙 할 때는 카메라나 핸드폰은 꺼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미소까지 지으며 정중히 부탁했다.

하지만 그의 바램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5번홀(Par3). 티샷을 위해 어드레스에 들어간 최경주가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 셋업을 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 세 번째 어드레스 만에 볼을 친 최경주는 더블보기를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5번홀 상황에 대해 묻는 질문에 "내 잘못이 제일 크지만 스윙 중 핸드폰과 카메라 셔터 소리가 방해 돼 스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멀리까지 오셔서 응원해 주는 팬들이 너무 고맙지만 성숙되지 못한 갤러리 문화는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핸드폰이나 카메라 셔터 소리에 방해를 받고 다시 서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빨리 볼을 쳐야 한다는 생각에 미스 샷이 나온다."고 했다.

▲ 17번홀 티샷이 엉킨 뒤 그린을 바라보는 김경태

최종라운드에서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가 15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쓸어 담으며 폴 케이시와 공동선두에 올라 우승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16번홀(Par4. 477야드)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지며 깊은 경사의 페어웨이 벙커에 볼이 빠져 위기를 맞았다. 두 번째 벙커샷마저 미스해 200야드가 넘게 남겨 놓은 상황. 세 번째 샷이 드로우가 걸리며 핀 앞쪽 4미터 지점에 떨어져 멈췄고 파 퍼팅이 홀에 떨어져 위기를 극복했다.

그리고 17번홀(Par3). 김경태가 스윙을 하려는 순간 카메라 셔터 소리로 방해를 받아 세 번 만에 샷을 했고 스윙이 엉켜 클럽을 놓쳤다. 다행히 파 세이브를 했지만 우승할 수도 있는 기회를 날렸다.

오는 6일부터 열리는 코오롱 한국오픈에는 '차세대 골프황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PGA투어 '신인왕' 출신 리키 파울러(미국)가 7일부터는 LPGA투어 하나은행챔피언십에는 LPGA투어 선수들이 한국 골프팬 앞에서 경기를 펼친다.

한국골프의 위상 만큼이나 높아진 갤러리 문화가 자리매김 했으면 한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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