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의 유명 골프채를 도용한 '짝퉁' 골프채를 중국에서 대량 수입해 판매하던 업자가 적발되었다. 브랜드를 위조하는 짝퉁과는 달리 자체 모델까지 만들어 충격을 주었다. 이쯤 되다 보니 골프채 구입하기가 망설여진다.

골프클럽은 크게 미국과 일본브랜드로 나뉘며, 흔히 '정품'이라고 하는 클럽은 라이센스를 가진 한국지사(미국제품) 또는 총판(일본제품)에서 수입해 공식대리점을 통해 판매한다. '병행수입품'은 이들 외 업체에서 수입 판매하는 제품으로 같은 모델이라도 '스펙(Spec)'이 다르다.

미국제품(US스펙)은 서양인, 일본제품(JAPAN 또는 ASIA스펙)은 동양인 골퍼에게 맞도록 개발됐다. 아시아 골프시장이 커지자 미국 메이커가 동양인에 맞춰 개발해 판매하는 모델이 일본스펙이다. 일본브랜드는 동양인에 맞춰져 정품이나 병행수입품의 스펙에 차이가 없다.

클럽의 스펙을 따지다 보면 스윙웨이트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스윙웨이트는 스윙 할 때 느끼는 무게감을 특수저울로 측정하여 알파벳으로 표기한다. 'D0(디제로)'를 기준으로 헤드 쪽이 무거워지면 D1에서 D9까지 올라간다. 힘이 강하고 스윙스피드가 빠른 골퍼에 적합하다. 반대로 C9 밑으로 내려가면 힘이 약한 골퍼가 사용하기 좋다. 여성의 경우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지만 B9~C4정도의 스윙웨이트를 갖는다.

▲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골프포스트

한국남자 아마골퍼의 스윙스피드는 평균 88마일(mile/hour) 정도. 업체는 이를 기준으로 동양인에 맞게끔 클럽헤드를 제외한 샤프트와 그립의 스펙을 구성한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52~57g(드라이버)의 샤프트를 장착하고 그립 또한 체형을 고려해 가늘고 가벼운 그립을 끼워 C7~D0의 스윙웨이트의 클럽을 구성한다. 이것이 바로 정품이라고 하는 '일본스펙(Japan Spec)'이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모두 동일하다.

병행수입품(US Spec)의 경우 65~70g(드라이버)의 샤프트와 일반적인 그립을 끼워 D2~D4정도의 스윙웨이트를 갖는다. 스윙스피드가 100mile/hour 이상이 나오는 골퍼에게 적당하다. 참고로 미국PGA투어 선수들의 평균 스윙스피드는 110mile/hour로 스윙웨이트 D2~D4정도의 클럽을 사용한다.

지사 또는 총판에서 수입한 정품이 인터넷에 판매되기도 하는데 공식대리점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동일한 모델인데도 가격이 저렴하다. 이유가 있다. 자세히 들어다 보면 병행수입품과 동일한 US스펙 제품이다.

마포 창전동에서 골프샵을 운영하는 스마일골프 김영훈 대표는 "인터넷에 판매하는 제품의 대부분이 병행수입품이다. 정품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샤프트 중량 65g정도에 스윙웨이트 D2~D4의 스펙으로 아마골퍼가 사용하기엔 무리"라고 한다. 또한 "터무니 없이 싼 가격에 판매되는 정품일 경우 병행수입품과 동일한 스펙일 가능성이 많아 클럽을 구입하기 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이런 제품은 정품이라도 오프라인 공식대리점에선 구입할 수 없다. 'Only Internet'에서만 가능하다. 요즘 유행하는 신제품 클럽에 '정품' 스티커가 붙어 A/S 걱정 없고 공식대리점에 비해 가격까지 저렴하다면 클럽에 대해 잘 모르는 골퍼는 현혹당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병행수입품이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힘이 좋고 스윙스피드가 빠른 골퍼는 강한 클럽을 사용해야 한다. 반면 스윙스피드가 빠르지 않은 골퍼들이 강한 클럽을 사용할 경우 부상의 위험은 물론이고 비거리 등에서 손해를 본다.

한국지사 또는 총판을 통해 정식 수입되지 않은 일본스펙 병행수입품은 괜찮을까? 동양인 체형에 맞게 만들어진 제품이라 괜찮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제품의 일본스펙은 한국지사를 통해 일본제품은 라이센스 계약을 맺은 한국총판에서 독점 수입하게 된다. 미국브랜드의 일본스펙은 지사를 통해서만 판매가 되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등에 판매되는 US스펙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고 일본제품은 한국총판 외에는 판매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입업자들은 편법을 사용한다.

90년대 중반 골프채를 수입했었다는 조모씨는 "본사에서 대리점을 통해 판매되고 남은 제고는 본사로 반품한다. 세트에 50만원을 주고 가져 왔다면 반품할 경우 원가만 돌려 받기 때문에 수익이 발생되지 않지만 수입업자에게 55만원에 팔아도 5만원의 수익이 발생하게 되는데 업자들이 이런 루트를 통해 구입한 제품을 국내에 공급한다. 본사에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총판과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수입업자들 중 마진을 많이 남기기 위해 클럽을 분해해 국내에 들여와 조립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짝퉁이 아닌 이상 US스펙이나 일본스펙 모두가 각 메이커에서 제작된 제품이다. 그러나 골프클럽에 대해 지식이 없는 골퍼가 온-오프라인 골프샵에서 용품을 구입할 경우 제품 스펙을 반드시 확인하고 시타를 거친 후에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저작권자 © 와이드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