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미국프로골프에 도전하는 공영준 프로

한국프로골프(KPGA) 대표 '몸짱'으로 통하는 공영준(52.토마토저축은행). 그는 골프와 인연을 맺기 전 태권도 유망주였다. 태권도는 그의 삶 자체였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사고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 공영준(52.토마토저축은행)/KPGA제공

스물일곱에 골프선수가 되기로 맘 먹은 공영준은 서른 넷에 한국프로골프(KPGA) Q스쿨에 도전 프로가 되고 2년 뒤인 1995년 영남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둔다. 그리고 14년 동안 코리안투어 상위권의 꾸준한 성적을 내며 2009년 시니어가 돼 그 해 12월 아시안투어 최강자가 모두 출전한 태국 시니어PGA선수권에 첫 출전 우승을 일궈냈다. 1년의 공백 기간을 보내고 지난 8월 10일 챔피언스투어에서 국내 시니어무대 첫 우승을 거뒀다.

태권도로 세계를 제패하고 88서울올림픽 금메달 유망주에서 골프선수로 삶이 바뀐 그를 만났다.

청소년시절 88서울올림픽 금메달 유망주였다는데?
-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 가서 태권도를 했어요. 열심히 운동한 덕에 미국 태권도 국가대표로 뽑혀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땄습니다. 그리고 88서울올림픽 미국 태권도 국가대표 주장으로 올림픽을 준비하며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어요. 올림픽 금메달의 꿈은 물론 선수생활까지 포기해야 하는 큰 부상이었어요.

올림픽 금메달이 좌절되자 눈앞이 깜깜했죠. 그렇게 방황하다 스물 일곱에 골프선수가 되겠다고 맘 먹고 미국 최고의 레슨프로인 데이비드 레드베터와 타이거 우즈의 스승으로 유명한 행크 헤이니에게 지도를 받으며 PGA Q스쿨을 준비했어요. 잠시 한국에 들어왔는데 주위에서 자꾸 KPGA Q스쿨에 한 번 나가보라고…. 얼떨결에 Q스쿨 통과하고 우승까지 해 버렸어요.(웃음)

우승하고 투어보다 레슨에 집중 했는데 혹시 생활고 때문인가?
- 투어에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해 기업에서 후원을 받았어요. 다른 선수들보다 여유가 있어 연습만 하면 됐는데…. 그게….(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서른 넷에 프로에 데뷔해 우승하자 많은 사람들이 배우려고 장사진을 이뤘어요. 지인들과 레슨 받고 효과를 본 사람들을 통해 자꾸 찾아오는데 인간관계 때문에 거절 할 수도 없고…. 또 가르치다 보니 보람도 느끼고.... 발목 잡혀 하루 이틀 지내다 보니 14년이 지나 시니어가 됐습니다. 하하~

프로선수로서 레슨 보다 우승에 더 보람을 느끼지 않나?
- 우승 좋죠. 우승은 개인의 행복이지만 레슨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모두가 나눌 수 있어 더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아마추어보다 프로지망생들을 가르쳤어요. LPGA투어 이지영, 남매 골퍼인 KLPGA투어 최유진, KPGA투어 최혁재 등이 지금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한국여자오픈에 이지영의 캐디로 나섰는데 이유는?
- 지영이가 2005시즌 KLPGA 시드를 받았어요. 전지훈련을 잘 해서 좋은 성적 내라고 했더니 열심히 할 테니 시합 때 백을 메달라고 하더군요. 같은 주에 코리안투어가 열렸는데 제 시합 포기하고 약속대로 캐디를 했죠. 그때 지영이가 한국오픈에서 첫 우승을 하고 그 해 열린 LPGA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도 우승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으로 진출했어요.

▲ KPGA 챔피언스투어 2회 대회에서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공영준/KPGA제공

지금도 선수들을 지도하나?
- 제자들이 성장해 우승하는 걸 보니 제 마음 한 켠에 숨어있던 우승이 꿈틀대더군요. 가르치던 제자들 모두 프로에 입문 시키고 저 역시 다시 투어에 집중하기 위해 PGA투어 잭 존슨의 스승이자 '원 플레인 스윙'으로 유명한 마이크 밴더에게 스윙 교정을 받았습니다.

뒤 늦게 다시 스윙 교정을 한 이유는?
- 골프를 시작하며 꿈꾸던 미국 PGA투어는 이제 힘들지만 대신 PGA시니어 투어에서 우승해 젊었을 때 이루지 못한 꿈을 꼭 이루고 싶어 미국에서 마이크 밴더와 함께 호흡을 맞췄습니다. 첫 출전한 아시안 시니어투어에서 우승하고 바로 PGA 시니어 Q스쿨에 응시하려 했는데 태권도 할 때 다쳤던 발목 부상이 재발해 1년 쉬었습니다. 회복하고 지난 8월 10일 끝난 한국 시니어투어에서 우승했습니다. 젊었을 때보다 요즘 볼이 더 잘 맞습니다. 하하~

몸을 봐선 20대다. 비결은?
- 워낙 운동을 좋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요. 그러나 보니 건강은 물론이고 평균 드라이버 거리가 280야드이고 맘 먹고 때리면 300야드도 문제 없습니다. 하하~

중년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 건강을 먼저 생각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연습장에 있다 보면 무리한 스윙으로 인해 부상을 입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대부분 부정확한 스윙과 비거리 욕심 때문입니다. 골프를 즐긴다고 생각하시고 프로에게 꾸준한 레슨을 받으시면 건강도 좋아지고 골프실력 또한 늘 것입니다.

공영준 프로는 인터뷰가 끝나고 미국프로골프(PGA) 시니어투어 Q스쿨 준비를 위해 2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쉰을 넘긴 나이에도 멈추지 않고 도전하는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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