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스콧(호주)이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 골프장 남코스(Par70. 7천4백야드)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850만달러)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5타를 더 줄여 세계랭킹 1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와 리키 파울러(미국)을 4타차로 제압하고 버림 받은 '황제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와 함께 우승을 일궈냈다.

2000년 스무 살의 나이에 PGA투어에 입문한 스콧은 300야드의 장타를 앞세워 타이거 우즈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다.

스윙코치 부치 하먼(미국) 밑에서 우즈와 같은 스윙 매카니즘을 구사하는 스콧은 PGA투어 톱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황제'의 그늘에 머물렀다. 결정적인 순간 홀을 비켜가는 퍼팅도 문제였지만 더욱 큰 문제는 경험 많고 능력 있는 보조자(캐디)가 없다는 것.

호주의 전설 '백상어' 그렉 노먼은 자신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캐디를 스콧에게 붙여 주었지만 코드가 맞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매년 승수를 쌓았지만 그는 잊혀져 갔다.

투어 11년 차를 맞은 스콧은 올 시즌 디 오픈까지 13개 대회에 출전해 9번 컷을 통과 했고, 4번 톱6 안에 들었지만 우승 문턱에서 번번히 주저 앉았다.

스콧은 우즈의 부상으로 쉬고 있는 윌리엄스를 임시 캐디로 두 번의 대회에 출전했다. 그 사이 우즈는 윌리엄스를 해고했고, 스콧은 기다렸다는 듯이 윌리엄스를 정식 채용했다.

윌리엄스와 호흡을 맞춘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첫날부터 1위에 오른 스콧은 2라운드에서 잠시 공동선두를 허용했지만 3, 4라운드 1위를 지켜내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궈냈다.

스콧은 "윌리엄스는 이 코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며, 우승의 영광을 윌리엄스에게 돌렸다. 반면 캐디 없이 출전한 복귀 전에서 우즈는 공동 37위(1오버파 281타)의 평범한 성적으로 쓸쓸히 퇴장했다.

똑같은 스윙을 구사하면서도 능력 있는 캐디가 없던 스콧이 윌리엄스와 호흡을 맞추며 우승한 것은 우연일까?

이번 대회 우승자인 스콧 보다 더 빛난 것은 '황제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였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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