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코스에 내려 앉은 구름

고 연덕춘 프로가 일본 PGA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한국프로골프가 태동한 1941년 이후 대회에 참가한 프로선수 전원이 상금을 받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우승상금만 2억원인 채리티 하이원리조트오픈이 7일부터 10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해발 1,136m의 고지에 위치한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CC(Par72.7천148야드)엔 대회 첫날부터 장맛비가 거세게 내렸다.

1라운드 오전 일찍 출발한 이민창(25.볼빅)은 8언더파 64타의 코스레코드를 작성하며 생애 첫 우승의 기회를 만들었고, 오후 조로 출발한 김대현(23.하이트)은 1번홀(Par4)부터 티샷을 그린에 올려 이글을 잡아내 한국 최고의 장타자임을 과시하며 3번홀 버디와 4번홀에서 또 다시 이글을 골라내 4홀에서 5타를 줄이는 괴력을 뿜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5번홀 티 박스에 들어선 순간 대회장에 쏟아지는 장대비로 7번홀까지 보기 2개를 토해내 상승세가 꺾였다.

오후 2시 10분 대회장에 내린 폭우와 안개로 경기가 중단돼 오후조로 티업한 78명의 선수가 경기를 마치지 못하고 8일(금) 오전 6시20분에 1라운드 잔여 경기를 치르게 됐다.

이틀째인 8일(금)에도 장맛비와 낮은 구름은 대회장을 덮여 수 차례 경기가 중단되면서 37명의 선수가 1라운드를 마치지 못했다.

▲ 9일 6시30분 1라운드 경기를 재개하고 있는 선수들

대회 3일째인 9일(토)에서야 1라운드 잔여경기를 끝내고 2라운드를 시작했지만 국가대표 배윤호(18.제물포고3년), 데이몬 웰스포드(호주), 김창윤(28) 등 3명만이 경기를 마치는 파행은 계속됐고 대회조직위원회는 4라운드 72홀 경기를 2라운드 54홀로 축소하기로 하고 마지막 날인 10일(일) 경기를 재개하기로 했다.

10일 오전 6시30분부터 재개될 예정이었던 경기는 더 큰 비와 코스에 내려 앉은 낮은 구름으로 인해 4시간 가량 지연되자 경기위원회는 10시 40분 대회 종료를 선언해 1라운드로 대회가 끝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회 조직위는 규정에 따라 총상금의 50%인 5억원 가운데 대회 전 약속한 기부금 10%를 제외한 4억5천만원을 아마추어 3명을 제외한 출전선수 153명(기권자 포함)에게 균등 배분했다.

규정에 따르면 3라운드 종료 시에는 상금의 100%를 지급하고, 2라운드는 종료 시에는 총상금의 75%를 순위에 따라 지급하게 되어 있다.

이번 대회가 1라운드로 종료됨에 따라 공식대회로 인정되지 않아 8언더파 64타를 쳤던 이민창의 코스레코드 기록도 인정 받지 못하며 선수들이 받은 상금 또한 상금 순위에 포함되지 않게 되었다.

▲ 9일 2라운드를 마치며 9언더파 135타 단독선두에 올랐던 국가대표 배윤호(18.제물포고3년)

한편, 2라운드까지 9언더파 135타 단독선두에 올랐던 국가대표 배윤호(18.제물포고3년)는 대회 취소로 기록으로 인정 받지 못함과 동시에 우승할 경우 프로자격을 얻어 내년부터 코리안투어에서 뛸 수 있는 직행 티켓을 놓쳤다.

원아시아투어와 한국프로골프투어(KGT)가 주관한 이번 대회엔 KPGA소속 경기위원과 원아시아투어 소속 경기위원이 함께 했다. 영어를 사용하는 원아시아투어 경기위원과 영어를 못하는 KPGA 경기위원간의 의사소통 부재로 오락가락하며 2라운드까지 끝낼 수 있었던 대회를 나흘 동안 1라운드 종료라는 파행을 만들어 냈다고 대회 관계자들의 말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대회 취소는 불가항력이지만 의사소통 부재로 인재에 가까운 1라운드 종료는 선수를 비롯해 대회 관계자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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