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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프에서 멋진 샷을 하고 있는 LPGA 박인비선수 | ||
싱이 당시 사건에 대해 억울하다고 호소할 때마다 아시안 투어는 기록 수정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코어카드를 조작했다는 아시안 투어와 속임수가 아닌 오기라며 실격이 정당한 판정이라는 싱의 주장에 진실은?
25년이 지난 사건의 진실은 당사자인 비제이 싱은 알고 있다. 골프신(神)이 잠깐 낮잠을 즐기느라 완전범죄는 있을지언정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다.
9년 전 인터넷 골프모임에 가입하게 되어 월례 모임에 나가 한성CC에서 라운딩을 하게 되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의 플레이가 낯설었지만 반갑게 맞아주는 많은 회원들과 인코스와 아웃코스로 나뉘어 플레이를 했다. 내 차례가 되어 첫 홀 티박스에 섰다. 긴장한 탓에 티샷을 당겨 왼쪽 러프지역으로 떨어졌지만 다행히 짧은 Par5라 파를 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4번째 샷을 핀에 붙여 파를 하고, 다른 3명의 플레이어들은 더블보기 이상을 했는데 왕고참 되시는 분 왈 "첫 홀은 몸이 안 풀렸으니 모두 파로 인정!" 나를 뺀 모두가 흡족해 했다.
회원가입 절차에 구력과 핸디캡을 기입하는데 싱글을 왔다 갔다 하는 나는 백돌이(핸디캡28)를 적어 넣어 한 수 배우라는 회장의 배려로 싱글 1명과 80대 중반의 실력파 2명과 팀이 되었다. 18홀을 도는 동안 스코어조작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알까기까지 동원되었다. 라운딩이 끝나고 모두가 함께 하는 식사 자리에서 각자의 스코어가 발표되었다.
어찌된 일인지 13개 오버를 친 내 스코어는 10오버 82타로 나 보다 조금 더 친 싱글 핸디캡의 소유자 역시 10오버 82타, 18오버파 이상을 친 동반자 2명 또한 80대 중반 스코어로…. 이심전심이라 했던가! 식사가 끝나자 조촐한 상품과 함께 시상식이 열렸다. 처음 모임에 참가한 사람을 제외하는 원칙에 따라 자신의 핸디캡보다 적은 타수의 베스트를 기록한 사람이 최우수상을 니어핀과 장타상 등등….
라운딩을 하다 보면 다양한 성격의 골퍼들과 만난다. 함께 플레이를 하다 보면 잘 모르던 동반자의 인격과 성격이 파악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神)이 아닌 이상 미스샷으로 볼이 깊은 러프에 들어 갔거나 나무 등 장애물에 가로 막혀 있을 때 또는 잘 맞은 볼이 페어웨이 한 가운데 떨어졌는데 재수없게도 수리가 되지 않은 디봇(divot)에 들어 갔을 때 볼을 살짝 건드려 옮겨 놓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골퍼는 자신의 처한 상황에 대해 받아 들이고 그대로 플레이 한다. 이것이 골프의 정석이다.
해저드 또는 안 좋은 상황에 볼이 놓여 자신이 없을 때 볼을 옮겨 플레이를 하는 골퍼들은 운동 삼아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내기 골프에서 동반자의 눈치를 이리저리 살피다 발로 툭 쳐서 볼을 옮겨 놓는 몰염치한 골퍼…. 더티플레이(dirty play)를 하고도 버디 값 챙기고, 파 잡았다고 동반자의 주머니를 터는 골퍼는 돈 욕심 아닌 승부욕 때문이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욕심에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하고 동반자에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더티플레이를 목격한 동반자는 인간관계 때문에 보고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른 척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삶을 살다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잘 극복하고 행복을 거머쥐듯 골프 또한 인생의 축소판과도 같다. 티샷이 해저드나 러프에 들어 갔을 때 짜증보다는 자신의 결과물을 받아 들이고 다음 샷에 집중해 파를 하거나 행운의 버디를 낚는 기쁨은 도전하는 골퍼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닌 특권이자 성취감이다.
승부에 집착해 동반자를 속이고 결과에 치중하는 골퍼에게 말하고 싶다.
"도전하는 자만이 정복할 수 있고, 타인은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을 속이지는 못한다는 것을…."
최웅선 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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