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의 골프장

필드에 나가면 평범한 옷 차림의 외국골퍼들과 비교해 한국골퍼들의 패션감각은 돋보인다. 기자가 체류하고 있는 태국 파타야 인근의 골프장엘 가보면 녹색 잔디 위에 눈에 띄는 사람들은 100%라 해도 될 정도로 "까올리 마담(한국여성)"들이고, 한국남자골퍼이다. 연예인 못지 않은 훌륭한 패션감각이 태국에 불고 있는 한류와 함께 대한민국에 대한 동경심을 갖게 한다.

"한국엔 프로골퍼들이 참 많네요!"

현지인과 외국인들이 한국 아마추어골퍼들의 스윙을 보고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그 만큼 한국골퍼들의 스윙은 멋지고 아름답다. 스윙이 좋은 만큼 골프실력도 좋은 편이다. 한국의 열악한 골프환경 속에서도 실력이 좋은 건 한국인 특유의 부지런함과 노력이 아닐까 한다.

태국에서 골프는 중상류층과 외국인들이 즐긴다. 한국골퍼처럼 패션감각이 뛰어나지 않고 잘 치지 못해도 태국 내에선 힘있고 영향력 있는 돈 많은 사람들로 그들에겐 한국골퍼에겐 찾아 볼 수 없는 게임을 즐기는 여유가 있다.

주중 한낮에도 연습장 타석을 꽉 채우는 한국과 달리 태국은 퇴근시간까지 타석은 텅 비어 있고, 필드 역시 방콕 소재 몇 개의 골프장을 제외하면 주중에는 부킹 없이 언제나 라운딩이 가능한 탓에 시간이 많은 한국골퍼와 외국인들은 주중에 골프를 즐긴다. 기자 또한 그린피 부담이 적은 주중에 라운딩을 한다.

앞 팀에 밀리고 뒷 팀에 쫓기고 한 팀(4명)에 도우미 1명인 한국골프장과 달리 저렴한 그린피와 개인캐디가 동반되는 여유 있는 라운딩은 골프천국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넘치는 여유 탓일까? 사람들의 소음이 진동하고, 핸드폰 벨소리가 골프장의 정적을 깬다. 샷을 하던 골퍼는 소리에 놀라 슬라이스를 내기도 훅을 내기도 한다. '미스 샷' 하나가 그날 게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골프…. 내가 미스 샷의 주인공이 되었다면 어떤 기분일까?

한국골프장이건 외국골프장이건 골퍼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매너가 있다. 골프의 기본 매너는 동반자와 다른 플레이어를 배려하지만 거꾸로 자신을 보호해 준다.

첫째, 골프장에 왔으면 핸드폰은 매너모드로….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키고 내심 버디를 노리는 세컨샷 도중에 동반자의 지지고 볶는 핸드폰 소리가 울린다면….

둘째, 티박스에선 절대 떠들지 마라! 좌로 우로 찢어지는 티샷 때문에 짜증이 나는 판에 동반자까지 떠들어 집중할 수 없다면…. 티샷을 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면….

셋째, 동반자 볼 안 보고 자신의 볼만 치려고 하는 골퍼들…. 동반자가 있는 골프는 순서가 있다. 티샷은 전 홀에서 최저 타수를 기록한 사람이 먼저, 세컨샷은 그린에서 제일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이 한다는 것쯤은 기본 상식이다. 그리고 미스 샷이 나와도 제발 큰 소리로 욕하거나 소리 지르지 말자!

기자가 라운딩을 할 때 캐디가 물었다. "C8 알라이 캅?(C8이 뭔 뜻이예요)" 기자 왈 "탐 마이(왜 묻냐)?"…. 그들이 한국말을 못 알아 들어도 분위기로 욕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요즘엔 한국골퍼들이 워낙 많이 다녀가 웬만한 한국 욕은 모두 알아 듣는다.

넷째, 그린에 스크래치(상처) 내지 마라! 그린에 떨어진 볼 자국을 수리하지는 못할 망정 신발을 끌고 다녀 스크래치를 내거나 퍼팅이 들어갈 듯 말 듯 한다고 몸을 쥐어 짜 그린을 짓이긴 골퍼들 스크래치는 수리한다고 원상태로 복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만약 짧은 거리의 버디 찬스에 내 퍼팅라인에 스크래치가 있다면 어떨까?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면서도 동반자를 배려해야 하는 팀 플레이이기도 하다. 자신이 기본 매너를 지킬 때 동반자도 자신을 배려할 수 있다.

최웅선 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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