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주먹깨나 쓰는 내게 두발자유와 교복자율화는 어른이 된 듯 어른 흉내를 내기에 열중했다. 가짜 금장 라이터에 짝퉁 선글라스를 끼고 똥폼 잡으며 여학생 꼬시던 그 물건들은 모두가 청계천에서 구입했다.

공부는 뒤로 한 채 열심히 청계천을 파고 들었던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서울풍물시장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신설동역 10번 출구로 나왔다.

서울 서민의 삶에 애환이 담긴 청계천이 역사에 처음 등장하게 된 것은 6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초기 자연하천 청계천 주변엔 천민과 서민들이 살았다. 홍수가 나면 물이 범람하여 물난리를 겪었고, 평소에는 생활오수가 괴어 냄새가 진동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몇 번의 대규모의 준설공사가 있었지만 청계천은 오수 등으로 인해 냄새가 났고 우기엔 물이 넘쳤다.

서민의 삶과 함께 해온 청계천은 1960년대 복개되고 고가도로가 들어 서면서 청계9가 주변에 서민들이 중고물품을 팔고 사기 위해 하나, 둘씩 모여 좌판을 벌이며 '도깨비시장'이 형성되었다. 입던 팬티도 벗어서 팔면 팔린다던 도깨비시장은 값비싼 새 물건을 구입할 수 없던 서민들에 장터였다.

30년 넘게 서민과 함께한 도깨비시장은 이명박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청계천 복원 공사가 시작되며 삶의 터전을 잠시 잃었던 상인들은 서울시의 배려로 옛 동대문 운동장으로 이전하여 동대문풍물시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2년 전 다시 신설동 옛 숭인여중 부지로 이전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 서울 현대사의 희로애락이 물씬 담긴 서울의 명물이 되었다.

옛 추억과 현대의 멋이 공존하는 풍물시장은 2층 건물에 무지개를 뜻하는 '빨주노초파남보'로 나눠져 골동품 및 도자기, 생활용품을 비롯 갖가지 진귀한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초록동에서는 민속품, 골동품 등 옛날 물건을 노랑동에서는 옷이나 만물을 판매하고, 야외상설무대에서는 '사랑과 문화나눔'을 테마로 국악, 재즈, 뮤지컬, 마당극, 외국전통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수준급 공연이 무료로 펼쳐진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시민이 안 쓰는 물건을 가지고 나와 직접 판매하는 외국인 벼룩시장과 시민풍물장터 등도 마련되어 있다.

▲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한 선생님과 학생들

또한, 체험프로그램으로 풍물해설사의 안내로 시장 내에 숨어 잇는 옛 물건들을 찾아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추억의 풍물기행과 하회탈, 부채, 한지공예 등 전통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무료 전통문화체험코스가 있다. 본인이 만든 물건은 기념품으로 가져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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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볼거리
서울 동묘(東廟)
서울풍물시장에서 약 800m 떨어진 동묘는 중국 삼국시대 유비(劉備)가 세운 촉한(蜀漢)의 장군 관우(關羽)를 모신 사당으로 대한민국 보물 제142호로 지정되었으며, 주변에 벼룩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흥인지문(興仁之門)
서울풍물시장에서는 1.3km 동묘에서는 500m 떨어진 흥인지문은 조선 후기 건축 양식을 잘 나타낸 대한민국 보물 제1호로 국보 1호인 숭례문(崇禮門 남대문)과 더불어 가장 규모가 큰 성문이다. 주변에 대형 쇼핑몰을 비롯해 동대문 성곽공원과 서울성곽을 잇는 낙산공원 산책로가 있다.

동대문 성곽공원
서울풍물시장에서는 1.3km 동묘에서는 500m 떨어진 동대문 성곽공원은 흥인지문(興仁之門)과 연결된 성곽 주변 ‘이대동대문병원’ 부지 1만1542m²를 서울시가 공원으로 조성 옛 풍광을 재현한 곳이다. 공원에는 복원된 서울성곽을 비롯 전통정자 쉼터, 어린이들을 위한 과학놀이기구, 성곽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 등이 있다.

추천도보여행코스
서울풍물시장에서 흥인지문까지는 1.3km. 여유 있는 반나절 도보 여행 코스로 서울풍물시장→ 동묘(東廟)→ 흥인지문(興仁之門)→ 동대문 성곽공원을 거쳐 동대문 지역에서 쇼핑을 하거나 반대로 흥인지문→ 동대문 성곽공원→ 동묘→ 서울풍물시장에서 쇼핑을 할 수 있다.

최웅선 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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