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역사를 찾아 가기 위해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탔다.

제9호 태풍 ‘말로’가 비껴간 서울 하늘은 코발트색 물감보다 더 진했고 흰구름은 하얗다 못해 눈이 부시기까지 했다. 남산이나 북악산에 올라가 서울시내 전경을 찍는다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겠지만 발걸음을 돌리진 못했다.

독립문역 4번 출구로 나와 ‘서대문 독립공원’의 ‘독립문(사적 제32호)’으로 향했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현 위치의 독립문은 다른 곳에 있었다. 도로인지 지하철인지가 개통을 하면서 현재 위치로 옮겨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건물인 독립문은 1896년 영구 독립을 선언하기 위해 ‘독립협회(獨立協會)’가 전국민 모금을 통해 청나라 사신을 영접하던 영은문(迎恩門) 자리에 건립했다. 독립문 뒤편엔 독립협회를 설립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신문을 창간한 독립운동가 ‘송재 서재필 선생’의 동상이 있고 동상 뒤엔 3•1독립선언기념탑이 있는 역사교육의 현장이자 산 교육장이다.

1897년 일제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조선이 자주독립국임을 대외에 알리고자 ‘대한제국’을 선포하지만 1905년 ‘을사늑약’이라는 불법적 강제 조약을 체결, 일제는 고종황제의 근대화를 가로 막고 외교권과 사법권을 강탈했다.

1908년 10월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개소된 ‘서대문형무소’는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저항하는 우리민족을 탄압하고 항일의지를 좌절시키고자 일제에 의해 지어졌다. 4년 후인 1912년 서대문감옥으로 이름을 바꾸고, 더욱 많은 독립투사들을 투옥하기 위해 1923년 대규모 증축을 거듭하면서 서대문형무소로 이름을 바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수감하고 고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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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달군 인두로 살을 지지는 불고문과 전기고문 그리고 여성에게는 성고문까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잔악한 고문과 고초에도 일제에 굴복하지 않고 투옥된 독립투사들은 죽음을 택했다.

고문으로 순국한 독립운동가들의 죽음을 은폐하기 위해 사형장 바로 옆에 있는 비밀통로 ‘시구문’을 통해 시신을 몰래 갔다 버렸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악명을 떨쳤던 서대문형무소는 서울형무소, 1961년 서울교도소, 1967년 서울구치소란 이름으로 사용되었고 1987년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하면서 서대문 감옥시대를 마감하였다.

애국지사를 탄압하고 고문했던 서대문형무소는 1998년 11월 5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란 이름으로 일제의 잔혹한 고문과 억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순국하신 선열들의 자주독립정신을 느낄 수 있는 역사의 산 교육장이 되었다.

해방 후 명칭이 바뀌었지만 사람들은 서울구치소란 이름대신에 서대문형무소로 불렀고, 그곳에서 징역을 산 사람들은 ‘101번지’라 불렀다. 서대문형무소의 주소가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이기 때문이다.

▲ 통곡의 미루나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나와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사형장으로 끌려 갈 때 순국선열들께서는 조국의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생(生)을 마감해야 하는 한(恨)을 눈물로 토해 내며 붙들고 통곡했던 사형장 입구의 ‘통곡의 미루나무’ 그리고 순국선열들의 시신을 몰래 밖으로 버릴 때 사용하던 ‘시구문’ 그 문으로 얼마나 많은 우리의 순국선열들께서 지나가셨는지….

최웅선 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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