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가 죽어도 골프 약속은 지킨다!"라는 말이 있듯 아마추어 골퍼가 한국골프장에서 플레이를 할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출발시간에 늦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그 만큼 한국에서는 골프 약속은 절대적인 것이다.

금요일 오후, 중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엔 양복을 입은 중년의 신사들로 만원을 이뤄 빈 좌석을 찾아 볼 수 없다. 골프가 더 이상 고급스포츠가 아닌 요즘 한국의 복잡한 골프환경을 벗어나 주말골프를 해외에서 저렴(?)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해외에 살고 있는 교민들 또한 골프라면 사족을 못 쓴다. 한국과는 달리 주중에는 부킹을 하지 않고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골프장이 많아 평일에도 시간만 있으면 라운딩을 한다. 유럽에서 살다 온 지인이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주중에 골프를 치는 사람은 한국사람일 가능성이 90%이상이고, 비 오는 날 플레이를 하는 사람은 100% 한국사람이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골프를 좋아하고 열정이 넘친다.

짧은 골프 역사와 변변치 않은 환경에서도 한국의 골프는 아시아 최초로 PGA TOUR "US OPEN" 챔피언을 배출 했으며, LPGA 무대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세계가 인정하는 골프강국이다. 한국 골프는 프로 세계에서만 강한 것이 아니라 아마추어에서도 강하다. 아마추어 선수가 아닌 순수 일반 골퍼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비싼 라운딩 비용과 부킹의 어려움을 빼면 한국 골프는 좋은 조건을 많이 갖추었다. 외국에서는 레슨비용이 비싸 대부분 골프를 지인들에게 귀동냥을 하거나 독학을 한다. 저렴한 레슨비용 때문에 한국은 99.9%의 골퍼가 프로에게 골프를 배우고 라운딩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외국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을 보고 한국엔 왜 이렇게 많은 프로골퍼가 있느냐고 물어 보기도 한다. 스윙이 좋아 프로골퍼로 착각하는 것이다. 스윙뿐만 아니라 실력도 좋다.

골프 경기 규칙의 첫 장엔 "에티켓과 매너"라는 페이지가 있다. 타(他)종목의 스포츠 경기에서도 매너는 필수지만 골프에서는 특히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서 배운 골퍼들은 대부분 레슨프로들에게 배워 실수가 드물지만 해외 골퍼는 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프로에게 배울 기회가 없어 "에티켓&매너" 등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라운딩을 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많은 실수를 한다.

라운딩 약속을 해 놓고 티 오프(Tee Off) 시간보다 늦게 오거나, 세컨샷에서 남의 볼을 친다. 자신의 볼이 아니라고 알려주면 당연하다는 듯 "아직 초보라서…."라고 한다. 퍼팅 라인을 밟고 지나가는 것은 예사이고, 그린 위에서 스파이크를 끌어 그린을 망가트리고 볼 자국 수리도 하지 않는다.

뒷 팀이 바짝 따라 붙었는데 샷을 연습한답시고 두 번씩 볼을 친다. 앞 홀이 비었는데도 플레이가 더디면서 뒷 팀에게 패스도 해 주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게임을 즐기고 있다.

초보골퍼가 볼을 잘 칠 수는 없지만 게임을 즐기기에 앞서 골프장에서 갖추어야 "에티켓과 매너" 정도는 숙지하고 라운딩을 했으며 하는 바램이다.

최웅선 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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