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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최웅선 기자 | 승인 2009.10.30 00:56

   

2009년 8월 4일 오전 태국 남부 얄라(YALA)
태국 언론에서 연일 보도되고 있는 남부 이슬람분리주의자들의 테러를 취재하기 위해 어제 밤 7시에 방콕에서 출발해 밤새 차를 몰아 얄라(YALA)州 진입을 앞두고 있었다. 우리가 달리는 42번 국도 곳곳에 중무장한 군인과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어 이 지역이 테러위험지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정부에 의해 여행자제지역으로 지정된 태국 남부3개 州인 나라티왓(NARATHIWAT), 얄라(YALA), 파타니(PATTANI)에 위험을 무릎 쓰고 가는 것은 KBS “지구촌 뉴스의 ‘클릭 세상 속으로’”에 보낼 뉴스를 취재하기 위함이다.

군인과 경찰, 민간인이 총격과 폭탄테러 등으로 매일 사망자가 발생하지만 장기간 지속된 태국 남부사태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처럼 뉴스가 되지 못했다. 태국 내에서도 더 이상 ‘핫뉴스’가 되지 못하는 남부사태가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은 얼마 전 태국 신문에 일제히 보도되었던 학교 폭탄테러 때문이었다.

얄라에 진입하자 아랍어로 어지럽게 걸려있는 현수막들이 낯선 회색 빛 도시의 공포스런 분위기가 나를 압도했으며, 관공서인듯한 주요건물에는 모래주머니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무장한 군병력이 지키고, 거리엔 무슬림 복장의 사람들이 도시를 차지하고 있어 아프가니스탄에 와 있는 착각이 들었다.

(위 영상은 본지가 취재하여 KBS에 방송된 뉴스입니다.)

몇 년째 비상계엄령이 내려진 남부 3개 州의 정부 건물 및 주요 관공서는 전시를 방불케 했다. 경찰은 근무복이 아닌 전투복과 방탄복 그리고 중화기로 무장하고 모래 주머니로 참호를 만들고 바리케이드를 2중 3중으로 설치, 장갑차를 앞세운 군인들 역시 중무장 한 채 위험지역을 순찰하고 있었다.

우리는 얄라의 경찰본부로 향했다. 태국 지인의 소개로 얄라지역 경찰간부를 만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워낙 위험 지역이라 얄라에서 목적지인 나라티왓(NARATHIWAT)까지 동행해 주기로 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갈 수가 없다고 하며 우리에게도 포기 할 것을 권유하였다. 우리를 설득하지 못한 그는 우리에게 덜 위험한 길을 알려 주었다. 남부지역은 도로가 있다고 전부 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분리주의자들은 낮에도 매복해 있다 지나는 차량에 총격을 가하기 때문에 치안이 어느 정도 확보된 도로를 이용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나라티왓(NARATHIWAT)은 여느 도시보다 깨끗하게 정돈 되었으며, 하교시간 거리에 넘쳐나는 학생들 중 여학생 99%가 히잡을 쓴 무슬림으로 이곳이 불교국가 태국의 지방도시라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으며, 거리 곳곳에 배치된 완전 무장한 군인들이 없었다면 활기와 생기가 넘치는 도시였다.

   
▲ 시내와 도로 곳곳에 무장 병력이 순찰과 경계를 서고 있다.
2km 정도 직선으로 조성된 시내를 빠져나가면 상황이 전혀 다른 공포의 도시로 바뀐다.
도로 곳곳에 배치된 무장 병력과 검문소….
무장 군인과 경찰에 의해 등·하교하는 학생들….
테러의 대상의 될까 두려움에 떠는 불교신자들….
자신들이 이방인들의 시선에 테러리스트로 비춰지는 부담감….

계엄군과 함께 학교폭탄테러가 있었던 두송요(DUSONGYOR)지역의 무슬림 마을에 주민인터뷰를 위해 들어 갔다. 내가 아는 무슬림은 ‘전쟁과 테러’ 두 가지 뿐이라 마음 속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부끄러움으로 이방인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순박함과 멀리서 온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를 가진 그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그들의 조국인 태국을 사랑하고 그들의 종교에 믿음을 가진 他 종교인들과 다름없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것을 알고 무슬림에 대한 기본적인 나의 생각들이 잘못되었음을 일깨워주었다.

이번엔 소수인 불교도를 인터뷰했다. 시내를 벗어난 마을에는 극소수의 불교도들이 살고 있었다. 몇 년 전만해도 주민의 10%는 불교도였지만 불교도가 테러의 목표가 된 이후부터는 두려움에 이사를 가고 그나마 남아 있던 소수의 불교도는 테러로 희생되어 아주 극소수의 불교도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한 불교신자 아카라氏(가명)는 매일 밤 “다음 희생자가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그녀는 주위를 의식하며 불안함 모습을 보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부지역 3개주는 무슬림, 불교도 상관없이 서로의 종교를 인정하며 오순도순 사이 좋게 이웃사촌으로 자신들의 삶에 충실하며 살았지만 옛 정권의 종교정책에 반발한 소수 강경파 무슬림의 테러리즘과 분리주의로 형제처럼 지내던 불교도는 피해자로 무슬림은 가해자로 나뉘었다.

태국 남부사태를 정부와 언론에서는 테러로 규정하지 않고 태국어로 “쫀(강도)”으로 규정해 이슬람분리주의자들에게 자극적인 언어를 자제하고 있다. 또한, 태국 정부에서는 아피싯 위차치와(Abhisit Vejjajiva)총리가 직접 남부 이슬람 문제를 챙기며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 변화는 태국 내 많은 이슬람 지도자들에게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 무슬림 분리주의자들은 종교를 앞세워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불교 성직자들과 불교신자들, 그리고 학교에서 무슬림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살해하고 있다. 그들은 이런 만행도 모자라 무슬림 아이들이 대부분인 학교에 소수의 불교도 아이들을 겨냥해 폭탄을 설치하고 무차별 테러를 일삼고 있다.

   
▲ 왼쪽 위:무슬림 아이들 속에 불교도 아이가 섞여 공부하고 있다. 오른쪽 위: 교실에 걸려 있는 종이학  왼쪽 아래: 하교시간에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장 경계를 서고 있는 경찰과 군인  오른쪽 아래:무슬림사원에서 기도하고 있는 신자들
기자는 종교를 모르지만 어떤 종교든 선행을 베풀 것과 살인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다고 들었다. 무슬림 또한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신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믿는 종교의 우월성을 내세울 수 있으며 他 종교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앙과 믿음을 가진 종교인들이 자신의 믿음을 내세워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폭탄을 설치하고 선량한 사람들에게 무차별 테러를 일삼는 것은 자신들의 종교를 욕되게 하는 행위일 것이다.

두송요 마을에서 만난 젊은 여성이 처음 본 기자에게 울면서 “두렵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린다.”고 했다. 나라티왓 시내에서 노점상을 하며 살고 있는 불교도 청년은 기자의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 노점을 팽개치고 줄행랑을 쳤다. 기자가 다가가는 것 조차 무슬림분리주의자들의 테러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들에겐 가득했다.

나라티왓 시내 병원에는 테러로 희생된 많은 군인과 경찰 그리고 민간인이 입원해 있다. 하루에도 몇 명씩 사망자가 나오고 부상자가 속출한다. 나라티왓 병원에서 기자의 눈으로 본 부상자의 현실은 끔찍했다. 중환자실에서 회복되어 일반 병실로 옮긴 군인 부상자를 인터뷰했다. 21살의 그는 무슬림이라고 자신을 밝히고 사고 당시의 신문기사와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여 주었다. 동료는 사망하고 자신은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현지 계엄군 소속의 사복군인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믿지 못할 말들을 기자에게 해 주었으나 사실확인이 되지 않아 기사화 시키지는 못했다. 몇 칠을 그곳에서 지내며 많은 무슬림 신자와 만나 인터뷰를 했다. “테러는 지지하지도 용납하지도 않는다”라고 기자가 만난 모든 무슬림들은 한결 같은 말을 했다. 태국 남부 3개 州의 이슬람분리주의자들에 의한 테러행위는 자신들과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

취재한지 3개월이 다 되어 가고 방송이 나간 지 2달이 넘은 지금에 와서 기사를 쓰는 이유는 점점 더 잔인해져 가는 태국 남부 3개 州의 테러 행위와 불안에 떨며 수업을 진행하던 불교도 교사, 학교에서 보았던 무슬림 아이들과 같이 공부하고 운동장에서 뛰놀던 극소수의 불교도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어린아이들과 교사 그리고 민간인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될 것이다.

기자는 무슬림 신앙을 가지고 있던 부상병의 절규 “그들은(무슬림분리주의자) 자신들의 종교를 욕되게 하는 강도!”라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최웅선 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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