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스와질랜드 까풍아 마을. 해발 1100m 고지에 있는 산골 오지인 이 마을은 너무도 가난하지만 일하는 남자는 찾기 어렵다. 들에 나가 나무를 구해오고 숨이 차도록 먼 길을 걸어 물을 길어오는 일도, 아이를 키우는 일도, 농사를 짓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일도 모두 여자들 몫이다. 남자들은 나무 그늘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잡담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남편이 없거나 있어도 무직 상태인 가정인 70%에 이르고 여성들이 외지에 나가 일을 구하지 못하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KOICA와 한국JTS 필리핀지부가 민다나오 송코 마을에 건설한 딸락딘족 전통문화 교육시설인 ‘평화홀’준공식에서 마을 어린이들이 전통의식의 하나로 춤을 추고 있다.

힘겨운 노동과 빈곤한 삶에 지친 까풍아 여성들에게 우리나라 대외무상원조를 전담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박대원)과 국제개발 NGO인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1995년 의약품 지원을 계기로 까풍아 마을과 인연을 맺은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은 1999년부터 현지에 정착해 유치원, 보건소, 에이즈환자 쉼터 등을 지원해 오다가 이곳 여성들의 비참한 삶을 알게 됐고 KOICA에 지원을 요청했다.

KOICA는 2007년부터 이 마을에 여성개발센터가 들어서도록 지원했고 그 해 11월 70평 규모로 문을 연 이 센터는 작업실, 교육실, 사무실과 창고 등을 갖추고 마을 여성 20명에게 재봉기술을 가르치는 것부터 교육을 시작했다.  

▲ KOICA와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이 스와질랜드 까풍아 마을에 건설한 여성개발센터에서 현지 여성들이 재봉교육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 스와질랜드 지부 황수진 씨는 “지난해 3월 마을 여성들이 만든 어린이교복을 팔아 번 돈을 나눠 줬을 때 환호하며 행복해 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현재 양재반, 기초반, 수공예반, 뜨개질반을 운영하고 있다.

KOICA는 5일 스와질랜드 까풍아 마을을 포함한 민간단체 장기지원사업의 성과발표회를 경기도 성남시 KOICA 연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했다. 굿피플, 글로벌케어, 한국JTS,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 등 7개 NGO는 이날 KOICA 지원으로 5년 이상 추진한 개발도상국 장기지원사업의 성과를 발표했다.

글로벌케어는 베트남 농촌 마을의 차 맛을 바꿨다. 베트남은 북에는 홍강, 남에는 메콩강이 흘러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지만 정작 깨끗한 물은 부족한 실정이다.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물은 혼탁하고 쇳내가 심하게 날 정도다. 생활용수로조차 사용하기 어려워 지역 주민들은 피부병과 위장병 등 각종 수인성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KOICA는 2002년부터 글로벌케어와 함께 하떠이성, 꽝찌성, 타이빙성 등에 정수기 보급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보급된 정수기만 8000개가 넘는다. 주로 차를 끓여 식수로 사용하는 주민들은 “차에서 단 맛이 난다”며 좋아하고 있다.

굿피플은 필리핀 결핵퇴치에 이바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결핵은 드문 질병이 됐지만 필리핀은 세계 9위의 결핵환자보유국으로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필리핀은 2010년까지 환자를 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 국가정책까지 내놓았지만 재정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9년째 필리핀 결핵퇴치 사업을 펴고 있는 굿피플은 2002년부터 KOICA의 지원을 받아 극빈환자에게 영양식을 제공하고 의심환자의 X-ray 촬영도 가능하도록 하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KOICA와 NGO는 전통문화 보존에도 기여했다. 한국JTS 필리핀지부는 민다나오섬 송코 마을에 ‘평화홀’과 깔라수얀 마을학교 건설사업의 성과를 발표했다. 현지 부족인 딸락딘족의 전통문화 교육을 돕는 이 사업은 문맹퇴치와 함께 인류의 문화유산인 원주민 고유문화가 보존되고 계승되도록 지원한 것이다.

KOICA는 국내 개발NGO를 대상으로 민간단체 지원사업을 펴고 있으며 올해는 42개 단체, 66개 사업을 대상으로 53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와이드스포츠  desk@golfpost.co.kr

<저작권자 © 와이드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