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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민과 캐디 주형우의 ‘We did it’
최웅선 기자 | 승인 2019.04.16 12:25
▲ 조정민<KLPGA제공>

[와이드스포츠 최웅선 기자]“머리를 비워라”, “무슨 말이든 계속 떠들어라”

국내개막전 준우승에 이어 지난주 끝난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조정민(25)의 캐디 주형우 씨(39.이하 존칭 생략)의 주문이다.

조정민은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최종일 선두를 달리다 11번홀(파4) 보기와 12번홀(파4) 더블보기를 했다. 잔여 6홀이 남았지만 사실상 우승권에서 밀려난 셈이다. 조정민은 “두 홀에서 3타를 잃고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하지만 주형우의 생각은 달랐다. 난도 높은 코스에 강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뒤집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봤다.

캐디의 주문에 쉴 새 없이 수다를 떤 조정민은 이전의 실수를 모두 잊고 굳어진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주형우의 예상은 딱 맞아 떨어졌다. 3라운드 54홀 종착역으로 갈수록 리더보드 선두권 순위가 요동쳤다. 4홀을 남기고 4타 뒤졌던 조정민이 18번홀(파4) 버디를 포함 3타를 줄이고 선두의 징검다리 보기까지 더해져 극적인 우승을 거뒀다.

우승 기자회견을 위해 프레스룸에 들어 온 조정민은 “(우승)포기하고 있을 때 오빠(주형우)의 조언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우승 소감을 밝혔다. 조정민은 평소 스스로에게 “I can do it(나는 할 수 있다)”이라는 마법의 주문을 건다. 하지만 이날은 “We did it(우리는 해냈다)”로 바뀐 것.

캐디 주형우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정회원이다. 마음만 먹으면 코리안투어에서 뛸 수 있는 선수출신이지만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대리만족으로 채우기 위해 캐디로 전업했다.

맨 처음 호흡을 맞춘 선수는 KLPGA 대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김하늘(31)이다. 김하늘이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역시 대상 수상자인 양수진(27), 장하나(26)를 거쳐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이다연(22)과 우승을 합작했다.

KPGA정회원 출신으로 KLPGA투어 간판선수들의 백을 도맡았던 그의 경력이면 ‘몸값’이 높아진다. 하지만 그는 짧은 경력의 캐디들과 연봉이 비슷하다. 대신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에 선수의 성적에 따라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생각이다.

골프실력과 실전 경험이 풍부한 그이기에 ‘골프 레슨’을 할 경우 경제적으로 더 안정된다. 그는 “레슨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즐겁고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일(캐디)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시즌이 끝나면 선수와 캐디의 계약은 종료된다. 따라서 선수는 새로운 캐디를 물색한다. 하지만 주형우는 반대로 자신이 선수(조정민)를 선택했다. 먼저 전화를 걸어 ‘캐디를 제안했고 조정민 또한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고 한다. 주형우는 “평소 조정민을 유심히 지켜봤는데 실력뿐 아니라 다른 선수와 달리 자기관리를 철저해 먼저 제안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베터랑’급 선수는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조정민은 우승도 아닌 성적도 아닌 스윙의 기본에 충실하고자하는 다른 목표를 설정한다. 또 매달 스케줄을 짜 그 틀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조정민처럼 철저한 자기관리와 맨탈이 강한 선수도 우승권에서 갑작스레 무너지면 ‘멘붕’이 온다.

주형우는 “선수가 경기에 빠져들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실수가 나온다. 실수를 머릿속에서 빨리 지우고 긍정적으로 끌고 가야한다”며 “선수가 경기에 빠져들었을 때 재빨리 빼내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18번홀 동타인 상황에서 (조)정민이에게 내 할 일을 했고 긴장이 풀린 것을 보고 버디퍼트를 넣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멋진 최고의 선수”라고 덧붙였다.

사실 대부분의 선수는 위기순간에서 캐디의 조언은 귀에서 튕겨나간다. 하지만 조정민은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자신의 유일한 조력자인 캐디의 말은 귀담아 듣고 실천에 옮긴다. 선수와 캐디의 ‘찰떡궁합’이다.

 

최웅선 기자  widesport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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