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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선의 인사이드]전쟁보다 치열했던 ‘A+라이프 효담 제주오픈’
최웅선 기자 | 승인 2018.11.04 18:24
▲ 대회 개막에 앞서 '힐링'하는 이창우(촤측부터), 박준섭, 김준성<사진=최웅선 기자>

[와이드스포츠(제주) 최웅선 기자]제주도 제주시의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에서 개막하는 ‘A+라이프 효담 제주오픈’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일찌감치 연습라운드를 끝낸 선수들이 무리를 지어 해변을 거닐면서 바다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다.

꽃보다 아름다운 청춘의 여행이다. 그들의 표정엔 근심걱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개중(個中)엔 A+라이프 효담 제주오픈‘에 생과 사의 운명이 걸린 이도 있다. 이 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퀄리파잉 토너먼트(QT)'에 가야해서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도 컷 탈락 위기에 처한 이들도 노을이 물들어 가는 수평선 너머에 시선을 꽂는다.

오렌지색으로 물든 하늘은 금세 암흑이다. 황혼의 아쉬움에 삼삼오오 전망 좋은 카페로 자리를 옮겨 수다를 떤다. 그들의 표정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는 달리 행복하다.

‘A+라이프 효담 제주오픈’은 두 얼굴을 가졌다. 벼랑 끝에 몰린 선수에게는 시드를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고 차기년도 시드를 확보했지만 최종전에 나갈 수 없는 이에게는 시즌 마지막 우승도전이다.

암흑의 바다 수평선에 출렁이는 고깃배의 불빛이 우승을 다투는 이와 지옥(QT)의 문턱에서 몸부림치는 이의 희망처럼 보인다.

최종일 4라운드는 생과 사의 운명을 결정짓는 전쟁터였다.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후반으로 넘어가자 공동선두에 14명이 자리했다. 코리안투어 50년 사상 처음이다.

2011년 K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침묵하고 있는 김병준(36)이 보기 없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며 7타를 줄이고 공동선두에 합류하는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우승을 넘보기엔 타수를 더 줄여야 할 남은 홀이 없었다.

▲ 우승 축하 받는 박효원

공동선두의 팽팽한 균형이 깨진 건 생애 첫 승을 넘보는 현정협(35)의 16번홀(파3) 버디퍼트가 홀에 떨어지면서다. 그러나 1타차 살얼음판 선두는 오래가지 못했다. 현정협이 마지막 홀에 들어서자 ‘가을사나이’ 이형준(26)과 박효원(31)이 15번홀(파5)에 이어 16번홀 연속 버디로 리더보드를 재구성했다.

72홀로 모자랐던 승부는 연장 첫 홀에서 박효원의 데뷔 11년 만에 생애 첫 승으로 막을 내렸다. 박효원 혼자만의 기쁨은 아니었다. 비록 연장 패배했지만 “우승은 못해도 제네시스 포인트 대상은 꼭 받고 싶다”는 이형준은 자신의 바람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선두로 나섰다.

“우승해도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던 승자의 기쁨 뒤엔 그늘에 가려진 패자의 눈물이 있다. 제네시스 포인트 70위 또는 상금순위 70위 이내로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해 차기년도 시드 확보에 실패한 이들이다.

올해 코리안투어 데뷔 20년차 석종률(49)은 캐디로 나선 자신의 딸과 함께 고군부투하며 한 때 공동선두에 올랐다. 2006년 매경오픈 이후 12년 만에 통산 3승의 가능성을 밝혔다. 그러나 레전드의 소환은 아니라도 18번홀(파4) 보기가 아닌 버디였다면 차기년도 시드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였다.

혹자는 QT로 가는 이들을 실패자라 부른다. 하지만 그들이 존재했기에 승자가 있었고 또 그들의 실수가 승자의 샷을 더욱 빛나게 했다. 그들은 올해 코리안투어의 조연이었지만 내일은 당당한 주연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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