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골프단 김상균 감독<윤영덕 기자>

[와이드스포츠=윤영덕 기자]“내년에 어떡하죠?”

2009년 US여자오픈 이후 8년 만에 스윙잉스커츠에서 우승한 지은희(31)의 축하 인사를 건네자 한화골프단 김상균 감독의 엄살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화골프단이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거둔 승수는 10승이다. KLPGA투어에서 김지현이 3승, LPGA투어에서 김인경(3승), 노무라 하루(1승), 지은희(1승)가 5승을 합작했고 JLPGA투어는 이민영이 2승을 수확했다. ‘V10’이다.

김 감독은 “시즌을 시작하면서 올해 3승만 했으면 더 바랄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이 우승하면 내년 목표를 어떻게 잡아야 하죠?”라며 “윗분(회사)들도 고민이 많아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목표란 달성하면 할수록 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김 감독의 근심걱정이 조금은 이해된다.

모든 선수의 우승이 소중하지만 특히 LPGA투어의 김인경과 지은희는 김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인경은 2007년 LPGA투어에 데뷔 해 2010년까지 3승을 거뒀다. 이후 5년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해 ‘한물간’ 선수로 치부됐다. 성적에 따라 선수의 몸값이 정해지는 프로세계에서 우승 못하는 선수는 스폰서의 버림을 받는 것이 당연한 현실이다.

김인경도 자신을 후원해 주는 스폰서의 버림을 받았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인경에게 손을 내민 게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은 “한국에서 ‘노장’ 취급하는 선수들은 한국여자골프를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레전드’다. 비록 전성기가 지나 성적을 내지 못하지만 LPGA투어에 신규 진입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다른 기업은 몰라도 우리 한화는 홍보를 위해 선수를 후원하지 않고 해당 스포츠의 발전과 새로운 선수들이 레전드를 보고 꿈을 키울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성적이 나지 않으면 폐기 처분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화의 기업 철학 덕분에 김인경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은희도 빼 놓을 수 없다. 지은희는 US여자오픈 이후 무려 8년간 우승이 없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아도 무방했다. 하지만 선수를 믿고 꾸준히 지원한 결과 우승으로 보답했다.

김 감독은 “한화가 선수를 지원할 때 우승하면 좋겠지만 꼭 우승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타의 모범이 되길 바랄뿐”이라며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뛰는 우리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한다.

글로벌기업 한화의 철학이 있어 한국여자골프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윤영덕 기자  ydyun@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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