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안투어 경기장면<사진제공 KPGA>

[와이드스포츠=최웅선 기자]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내년 시즌은 역대 최고로 예정되어 있다. 사상 최대의 상금과 최고의 대회수라는 장밋빛 미래다. 현실이 된다면 코리안투어로선 제2의 도약을 위한 디딤돌을 놓게 된다.

코리안투어 선수들은 KPGA의 공식 발표가 나지 않아 아직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분위기다. 그래도 대회수가 늘어난다면 KLPGA투어를 능가하는 경기력으로 골프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장담하는 선수들이 많다.

스윙의 기술적 완성도만 평가한다면 한국남자선수들은 세계 최고 무대인 미국 PGA투어 선수들과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경기력만으로 팬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PGA투어에 진출한 한국남자선수들 조차 김효주, 전인지, 박성현, 이보미 처럼 매 대회 구름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선수는 없다.

여자선수들은 대회기간 중이라도 경기가 끝나면 팬들과 SNS로 소통하는 것은 기본이고 팬클럽과 저녁식사를 하는 선수도 많다. 또 시즌이 끝나면 전지훈련을 가기 전 팬클럽 회원들과 라운드도 하고 정기적인 오프라인 만남도 갖는다.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선수들은 팬과의 소통에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코리안투어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팬클럽을 보유한 선수는 몇 명이고 팬과 SNS로 소통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갖는 선수는 몇 명일까. 협회를 탓하기 전 선수들 스스로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한다.

양휘부 KPGA 회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코리안투어의 자생력을 키워야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KLPGA 선수들처럼 팬을 몰고 다니는 스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타성을 가진 선수를 발굴해 키워나가겠다”고 덧붙였다.

KPGA는 창립 이래 현재까지 누가 수장이 되느냐에 따라 ‘흥망성쇠(興亡盛衰)’의 부침을 거듭했다. 반면 KLPGA투어는 수장이 바뀌고 때에 따라 ‘공석’이 돼도 꾸준히 발전했다. 기업은 회장 얼굴보고 대회를 열어주지 않는다. 철저히 손익 계산을 따진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KLPGA는 투자 대비 광고효과가 더 크다. '팬심'을 사로잡은 KLPGA선수들의 결과물이다.

▲ KLPGA투어 경기장면<사진제공 KLPGA>

코리안투어 선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로 눈을 돌려보자. 일본골프다이제스트 편집장을 지낸 다치카와 마사키 기자는 “JGTO도 JLPGA투어의 인기에 눌려 대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JGTO는 마쓰야마 히데키, 이시카와 료 등 세계적인 스타가 존재하지만 JLPGA투어는 태극낭자들의 기세에 눌려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팬을 외면한 채 자신의 경기에만 몰두하는 남자와 달리 여자선수들은 평상시 SNS는 물론이고 경기가 끝나면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팬과 만나 소통한다. 남자에서 여자투어로 돌아선 ‘팬심’이 대회수를 늘리고 성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KLPGA투어와 ‘일맥상통’ 한다.

코리안투어의 현실을 짚어보자. 대부분의 선수들이 협회 집행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뿐 자신들이 투어를 위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망각하고 있다. 집행부에서 투어 발전을 위해 선수들에 대한 규제 규정을 만들면 간섭이라고 반발한다. 그저 대회만 열어주면 된다는 식이다.

JLPGA는 선수의 복장까지도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위반하면 제재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간섭이라고 따지지 않는다. 조금 불편해도 투어 전체를 위한 규제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대회수가 늘어난다고 해 돌아선 팬심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선수 개개인의 팬 서비스가 없다면 흥행에 실패하고 흥행에 실패하면 기업이 후원을 중단할 것은 뻔하다.

양 회장의 오랜 기자생활과 마케팅 전문가다운 냉철한 분석과 판단은 현재 코리안투어가 처한 상황의 ‘맥(脈)’을 정확히 짚었다. 이제 코리안투어의 흥망성쇠는 선수의 능력에 달렸다. 분명한 것은 선수 개인이 아니라 다 함께 성장하는 ‘우리’라는 생각의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 때다. 팬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선수들이 많아야 팬심을 잡을 수 있고 팬심을 잡으면 코리안투어의 ‘자생력(自生力)’이 생긴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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