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셔 놓은 ‘불보사찰 (佛寶寺刹)’ 통도사에는 영축산을 배경으로 19개 암자를 거느리고 있다. 불자에게 통도사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성지’다. 와이드스포츠의 ‘와이드TV여행’에서는 통도사의 19개 암자를 모두 답사하고 그 중 자장암, 서운암, 반야암, 비로암, 사명암 등을 영상에 담았다[편집자주]

[와이드스포츠(양산)=최웅선 기자]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불보사찰’ 통도사의 산중 암자는 통도사의 긴 역사와 함께 숨 쉬어 왔다. 그러나 반야암은 20년이 채 안 되는 산중 암자다.

반야암에는 조계종 승가대학원장을 오랫동안 맡은 바 있는 지안스님이 수행하고 있다.

지안스님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학승으로 2014년 1월 남바린 엥흐바야르 전 몽골대통령이 반야암에 일주일간 머물며 금강경을 배우고 갈 정도로 금강경에 정통한 큰 스님이다.

학승인 지안스님이 반야암을 불사하게 된 이유가 있다. 20여 년 전 처녀보살이 반야암 터를 보시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전했다. 하지만 스님은 그 때마다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처녀보살의 조카가 유언이라며 스님에게 땅을 보시했다. 지안스님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부처를 모시는 중에게 땅은 필요 없는 소유다. 돈이 있으면 절을 지으련만 공부하는 학승에겐 그럴 돈도 없다.

지안스님을 존경하던 불자가 사연을 듣고 보시한 땅에 절을 지었다. 스님은 부처를 모시는 대웅전을 공부하는 곳이란 뜻의 ‘반야보전(般若寶殿)’이라 이름 지었다.

산중 깊은 곳에 위치한 반야암에는 등산로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스님은 산행에 지친 육신을 쉬어가라고 큰 정자를 지었다. 그리고 그 안에 쉬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책을 놓았다.

반야암에는 또 하나의 슬픈 얘기가 있다. 전 양산시장의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던 불자는 병이 깊어지자 병가를 내고 이곳에서 요양했다. 병가가 허락하는 18개월이란 시간동안 그는 계곡 건너에 돌탑을 쌓고 소박한 쉼터를 가꾸었다.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으로서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해서다.

건강을 되찾지 못한 상태에서 병가가 끝나자 그는 업무에 복귀했다. 그리고 6개월 후 속세를 등지고 부처의 품안으로 돌아갔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심혈을 기울여 하나, 둘 쌓은 돌탑은 추억의 공간으로 지친 몸을 잠시 쉬어가는 쉼터로 남았다. 하지만 속세에 남긴 그의 마지막 선물 돌탑도 이 땅을 뒤흔든 지진을 피해가진 못했다.

무너진 돌탑 한켠에는 돌탑을 쌓을 때 사용하던 작은 사다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돌탑을 지나가고 쉬는 사람들은 누가 왜 돌탑을 쌓았는지 모른다. 이제라도 그를 기억하고 극락왕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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