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의 용암이 만든 튜뮬러스 지형<한국관광공사 제공>

[와이드스포츠=최웅선 기자]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인 성산·오조 지질트레인은 선산일출봉과 성산리, 오조리를 두루 지나는 도보여행코스다.

전 세계인이 인정한 경이롭고 매혹적인 대자연을 품은 아름다운 섬. 화산이 빚은 자연의 걸작 속으로 특별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성산갑문 입구의 오조리 주차장에서 출발 내수면을 따라 걷는 7km의 원형코스는 식산봉과 족지물, ‘투물러스(tumulus)’지형이다. 길이 평탄해 소요시간은 3시간 정도다. 성산일출봉 등반시 40분~60분정도 더 걸린다.

첫 만남은 식산봉(食山峯)이다. 왜적의 침입이 잦은 시절 오름에 낟가리를 쌓아 군량미가 가득한 것처럼 속여서 식산봉이라 불렸다고 한다. 수풀이 무성한 오름 주변에는 희귀 염생식물황근이 군락을 이룬다.

▲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의 성산일출봉 전망대<한국관광공사 제공>

오조리에 들어서면 용천수인 족지물을 볼 수 있다. 용천수는 바닷가 인근에 솟아나는 맑은 지하수로 물이 귀한 시기에 식수와 빨래, 목욕까지 마을에 없어선 알 될 생명수 역할을 했다.

마을 끝자락에 나타나는 투물러스는 내수면에 남은 화산활동의 흔적이다. 용암이 흘러가다 장애물을 만나 부풀어 오르면서 표면이 빵 껍질처럼 굳어 독특한 지형이 됐다. 이곳을 지나 도로를 건너면 광치기해변과 터진목이다.

터진목은 썰물 때 모래톱이 드러나 성산리와 본섬을 잇던 곳이다. 지금은 모래톱을 메워 옛 지형을 잃었지만 4.3사건 때 마을 주민들이 이곳에서 집단 학살당한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 4.3 사건의 아픔을 품은 성산오조지질트레일의 터진목<한국관광공사 제공>

성산일출봉에도 슬픈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해변 절벽 여기저기에 일본군이 뚫어놓은 동굴이 있는데 2차 세계대전 말기 연합군에 대항해서 자살 특공 작전을 펼치기 위한 비밀 기지로 만든 것이다. 분화구 계단까지 이어진 길이라 오르기 힘들지만 주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수고를 보상한다. 성산일출봉에서 내려와 성산갑문을 지나면 출발점이자 도착점인 오조리 주차장이다.

끝이 아니다. 지질트레인은 3개가 더 있다. 김녕·월정, 산방산·용머리해안, 수월봉은 올레길처럼 안내 표식을 이용해 언제든 자유롭운 탐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거문오름은 예약제로 운영돼 해설사와 동행해야 입장할 수 있다.

▲ 거문오름 전망대에 오른 사람들<한국관광공사 제공>

거문오름은 제주세계자연문화유산센터에서 출발한다. 만장굴을 비롯해 김녕굴, 벵뒤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을 만든 모체로 화산학적 가치가 높다. 분화구 안은 다양한 식생이 자라며, 역사·문화적 요소가 고루 섞인 학습의 장이다.

삼나무 군락지와 정상 지점을 지나 전망대에 닿으면 사방이 탁 트인 전망과 올록볼록 솟은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래로는 동북쪽 화구벽이 허물어져 말발굽 형태로 굳은 분화구 모습이 한눈에 잡힌다. 분화구 안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된다. 1시간 30분 남짓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걷는 동안 원시 자연을 연상시키는 용암 협곡과 땅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풍혈, 깊이 수십 m의 수직 동굴 등 신비한 화산지형이 이어진다.

거문오름은 정상 코스(약 1.8km, 1시간 소요)와 분화구 코스(약 5.5km, 2시간 30분 소요)로 나뉘며, 분화구 코스에 자율적으로 능선 코스(약 5km, 2시간 소요)를 추가 탐방할 수 있다. 입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허용되며, 화요일과 명절 당일은 쉰다. 물 이외 음식물 반입은 금지되고, 샌들이나 구두를 신으면 탐방이 불가하니 운동화나 등산화를 반드시 챙긴다.

▲ 거북이 형상을 한 만장굴의 용암생성물<한국관광공사 제공>

거문오름이 만든 용암동굴 가운데 일반에게 유일하게 개방된 만장굴도 만날 수 있다. 학술적·경관적 가치가 높고,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동굴로 꼽힌다. 전체 길이 약 7.4km 중 1km 구간만 관람이 가능하다. 동굴에 들어서면 시간이 순식간에 수십만 년 전으로 돌아간다. 용암 유선, 용암 선반, 용암 표석 등 다양한 용암 생성물이 오래전 이곳에 용암이 가득 차 흘렀음을 보여준다. 옛 흔적을 따라 탐방로 끝에 다다르면 높이 약 7.6m에 이르는 용암 석주를 만난다. 용암이 빚은 걸작 앞에 감탄사가 절로 쏟아진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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