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스포츠(밀양)=최웅선 기자]여름에 얼음이 어는 곳이 있다. 경남 밀양의 ‘얼음골’이다.

아주 오래전 TV드라마 동의보감의 허준이 스승인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한 곳이 바로 이곳 얼음골이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픽션(fiction)’일뿐이다. 하지만 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것은 분명하다.

얼음골 입구에 발을 들여 놓자 냉기를 가득 머금은 서늘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추위를 느낄 정도다. 계곡 물길을 따라 자리를 깐 사람들 중 담요를 덮고 잠을 자는 사람도 눈에 띈다.

얼음골의 ‘칼바람’을 느끼고 싶다면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여름에도 얼음이 언다는 ‘결빙지’까지 가파른 돌계단을 500m쯤 올라가야 하지만 냉기 때문에 땀 한방을 맺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올라가지 않는 것이 좋다.

▲ 얼음골 계곡<사진 최웅선 기자>

두세 번쯤 길을 벗어나 계곡 물에 손을 담가 10초만 견뎌보자. 10초 이상을 견디면 한 여름 동상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결빙지에 반쯤 왔을 때 작은 암자 천황사가 있다. 10분쯤 투자해 천황사를 둘러보자. 보물 제1213호인 통일신라시대의 석불 좌상이 모셔져 있다. 8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가장 우수한 석불의 하나로 꼽힌다.

땀이 맺혔다면 결빙비로 발걸음을 돌리자. 그럼 거짓말처럼 냉기가 땀을 식혀준다. 사람이 많으면 돌계단 바위 옆에 잠시 쉬는 것도 좋다. 하지만 너무 오래 앉아 있지는 말자 몸이 얼 수도 있으니까. 바위틈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와서다. 그렇게 쉬엄쉬엄 올라가면 ‘결빙지’다.

얼음이 어는 시기는 4월부터 7월 중순까지다. 이맘때면 얼음은 녹는다. 예전엔 7월 말일까지 결빙 되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기상이변으로 얼음이 녹는 시기가 앞당겨졌다. 올해는 7월 16일 얼음이 녹았다.

결빙지는 바위투성이다. 바위 속에 거대한 에어컨을 숨겨 놓은 듯 강한 냉기가 뿜어져 나온다. 영상에 담지는 못했지만 바위 속 온도는 0℃다. 얼음골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지’ 중 한 곳이다.

결빙지만 눈에 담고 가기엔 2% 부족하다. 그럴 땐 천황사에서 ‘가마불 폭포’로 발길을 돌려보자. 천황사를 마주보고 있으면 입구 왼쪽으로 300m 거리에 있다. 철계단 앞에 이름 없는 작은 폭포가 있다. 철계단 위로 올라가면 상단에 좌우로 나란히 ‘숫 가마불’과 ‘암 가마불’ 폭포가 있다. 기암절벽으로 병풍을 두른 가마불 폭포는 남성과 여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결빙지의 서늘함 때문인지 가마불 폭포는 덥다. 그래서 가마불 폭포를 먼저 보고 결빙지로 방향을 잡아 얼음골의 여운을 남겨 가는 것을 추천한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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