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선수들의 리우올림픽 참가 여부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리우 올림픽 홈페이지 캡쳐>

[와이드스포츠=임성윤 기자] 최근 골프계에서는 리우 올림픽 불참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를 비롯해 세계 톱랭커들이 줄줄이 불참을 선언한데다 최근에는 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리앤 페이스(남아공)가 여자선수로는 처음으로 불참을 선언했다. 세계랭킹 16위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도 최근 아시아권에서 처음으로 불참을 통보했다.

지카바이러스가 주된 원인이다. 태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바이러스는 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이 발생국인데다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약이나 예방백신조차 개발되지 않았다.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6월까지 1,616명의 소두증 신생아가 보고 됐고 이 중233명이 지카바이러스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골프선수가 특히 지카바이러스에 민감한 것은 바이러스를 옮기는 전염원이 숲이나 호수 웅덩이 등에 주로 서식하는 이집트 숲모기이기 때문이다. 골프는 경기 자체를 풀숲이 우거진 지역에서 진행해야 하고 워터 해저드를 지나쳐야 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특히 높다.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선수들 대부분이 자신의 건강은 물론 가족의 건강을 우려했음을 이유로 들었다. 가임기의 여성이나 이들을 배우자로 두고 있는 남성 골퍼들은 태아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위험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선수들 중에서는 아직까지 이를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불참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손목부상이 이유다.

개인적인 명예도 있지만 국민정서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크다. LPGA투어에서 활약중인 선수의 관계자는 “지카바이러스가 무섭기는 해도 섣불리 불참을 선언하기에는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 올림픽이라는 무대와 치료약이 없는 바이러스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골프대회의 상금규모가 여타의 스포츠 대회보다 크다는 점도 오히려 부담이다. 불참을 선언할 경우 돈(상금)을 벌기 위해 국가와 국민을 져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고 개인의 부 보다 국가의 명예를 낮게 취급했다는 주홍글씨가 새겨질 가능성도 크다.

이미 아담 스콧(호주)의 경우 수영국가대표로부터 ‘얼마나 더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인가’라며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고, 쉘 스워첼, 루이스 우스투이젠 등이 불참을 선언한 남아공의 경우 레전드 골퍼 개리 플레이어가 강한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피하기 힘든 감염 위험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큰 압박이자 강요일 수 있다. 국내 선수들 중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은 모두 20대의 가임기 여성이거나 앞으로 더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는 남성들이다. 태아 소두증의 위험을 감내해야한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상금을 벌어들이기 위해 올림픽에 불참한다”는 비판이나, “골프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를 크게 보지 않는다”는 시각, 혹은 “골프선수들은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등의 추측들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기 전에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는 바이러스에 노출돼야 하는 선수들의 우려를 생각해 봐야 하며, 스스로 지카바이러스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국가의 명예나 위신이 중요하다고는 해도 혹시라도 모를 위험을 평생 감내해야 하는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올림픽 출전 여부는 물론 개인의 선택이다. 뉴질랜드 대표가 확실시 되는 리디아 고의 경우 “브라질 측이 잘 통제할 것이라 믿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개인의 선택을 언급하기 전에 단체(국가)라는 점을 이용해 한쪽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수들은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임성윤 기자  lsyoon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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