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현. <사진제공=KLPGA>

[와이드스포츠=윤영덕 기자] 김지현(24.한화)이 또다시 우승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다. 2주 연속 생애 첫 우승에 다가섰으나 마지막 순간에 웃은 선수는 김지현이 아니었다.

김지현은 22일 강원도 춘천의 라데나 골프클럽(파72.6323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6억원) 결승에서 박성현(23.넵스)에게 연장 승부 끝에 패했다. 결과는 준우승.

지난주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도 김지현은 3라운드까지 선두로 나섰다. 생애 첫 우승을 ‘와이어 투 와이어’로 기록할 기회였다. 그러나 결과는 최종라운드에서만 4타를 잃고 공동 17위로 내려 앉아야 했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이 아쉬운 김지현이었다. 그리고 이 아쉬움이 낳은 결과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특히 이번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는 그야말로 우승 문턱까지 올랐었기에 후유증이 우려를 낳기도 했다.

김지현은 경기 중반까지 박성현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그러다 박성현이 12번홀과16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내 2홀을 앞섰다. 2개홀 남겨놓은 만큼 1홀만 비겨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성현이 17번홀에서 깃대를 맞추는 아이언 샷으로 ‘탭인’ 버디를 기록, 1홀차로 추격하자 김지현은 흔들렸다. 심지어 18번홀에서는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리기까지 했다. 반면 박성현은 홀 옆 3m 거리에 볼을 붙이며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지현은 박성현보다 우승에 조금 더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벙커라고는 해도 홀까지의 라이가 오르막 경사였기에 어프로치에 이은 파세이브가 충분히 가능했다.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하는 박성현의 입장에서 3m 퍼팅 거리가 결코 만만치 않았다는 점도 있었다.

이때 파 세이브만 성공했어도 김지현은 감격스러운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김지현의 벙커샷은 홀을 지나쳐 내리막 퍼팅을 남기게 했고 결국 보기를 적었다. 박성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침착하게 파퍼팅에 성공,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마지막 순간에 보기를 범해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김지현과 깊은 심연에서 수면위로 올라 숨을 돌리게 된 박성현의 막판 승부의 결과는 볼 보듯 뻔했다. 10번홀에 치러진 연장 첫 번째 경기에서 박성현은 버디를 잡아냈고 김지현은 파를 기록했다.

이로써 박성현은 시즌 4번째 우승컵을 차지했고 ‘매치퀸’이라는 타이틀도 추가할 수 있었다. 상금순위 1위를 비롯한 각종 주요 타이틀 부분 선두라는 부가적인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다잡았던 우승을 놓치 김지현은 2주연속 아쉬운 결과에 '뒷심부족'이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아야 했다.

▲ 김지현. <사진제공=KLPGA>

2010년 정규투어에 뛰어든 김지현은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투어 시드를 유지하기 힘든 선수였다. 자신의 부족함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던 김지현은 신인왕 김효주(21.롯데)를 주목했다.

당시 김효주는 신인왕을 비롯해 평균타수 1위, 대상포인트 2위, 상금순위 4위 등 각종 주요 타이틀 부분 상위권에 오른 무서운 신인이었다. 특히 기복 없는 플레이가 장점이었기에 김지현은 매번 김효주와의 연습라운드를 자처했다.

2013년 시즌 후반부터 김효주와 연습라운드를 동반하기 시작한 김지현은 당시 김효주에 대해 “후배지만 기술적으로나 멘탈 부분으로나 정말 좋은 것 같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후배에게도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시도한 노력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2014년 ‘톱10’에 3차례 자리했고 지난해는 9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상금순위도 22위에서 12위로 상승했다.

이날 김지현은 오전에 펼친 4강 경기에서 시즌 2승을 기록 중인 장수연(21.롯데)을 7홀 차로 누르는 등 절정에 샷 감각으로 12개홀 만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만약 결승 17번홀에서도 김지현이 자신의 샷을 믿고 조금만 더 침착했다면 올 시즌 박성현의 대항마로 급부상 할 수 있었다.

2주 연속 우승경쟁을 펼쳤던 김지현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확실히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여기에 쓰리도록 아플 수 있는 이번의 경험은 멘탈적인 성장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어렵다는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같은 소속팀인 신지은(24)과 노무라 하루(23)도 자신을 믿고 플레이 했기에 첫 승을 기록할 수 있었다.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도중 김지현은 “예전에도 챔피언 조에 배정이 됐던 적이 있지만 한 홀에서 욕심을 내다가 우승을 놓쳤다. 그 이후로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2013년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후배를 따라다녔던 것처럼 올 해의 김지현도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점은 파악했으니 이제 개선의 단계가 남았다. 우승과 달리 미비점 보완은 이미 한번 경험해 본 김지현이다. 처음 보다는 더욱 쉬울 수 있다.

자신을 믿는 굳건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면 김지현은 지금보다 몇단계 더 올라선 경지에서 KLPGA를 즐길 수 있다.  

윤영덕 기자  ydyun@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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