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희(24)가 제20회 SK텔레콤 오픈의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이상희의 캐디백을 책임진 김보라(28)캐디 역시 우승의 감격을 공유했다. <사진=KPGA 제공>

[와이드스포츠(영종도)=임성윤 기자] “무엇인지는 몰라도 우승을 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우승을 하고나니 말도 못할 정도로 기쁘다”

우승한 선수의 소감이 아니다. 우승한 선수의 뒤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우승으로 가는 길을 제시해 준 캐디의 우승 소감이다.

22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파72·7209야드)에서 진행된 SK텔레콤오픈 최종라운드는 이상희(24)가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의 우승으로 이상희는 2012년 KPGA선수권 우승 이후 3년8개월만의 우승이자 개인통산 3승을 신고할 수 있었다.

경기 후 이상희는 “오랜시간 기다려온 우승이라 너무 기쁘다”며 “우승 트로피를 들고 동네 한바퀴를 돌아보고 싶다”는 감격을 전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기쁨을 느끼고 이상희 못지 않게 주목을 받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SK텔레콤 대회내내 이상희의 골프백을 책임진 캐디 김보라(28) 캐디였다.

프로골프투어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전담 캐디를 고용한다. 대회를 치르는 동안 유일하게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존재가 캐디이기에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캐디와 함께하는 것이 우승에 대한 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희는 해외 투어에서 주로 활동하다보니 캐디를 구할 수 없었고 매니지먼트사에 부탁해 하우스캐디를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코스의 특성을 잘 아는 하우스캐디와 함께하는 것도 좋게다는 계산 역시 있었다. 이렇게 만난 캐디가 바로 김보라 캐디였다.

대회를 통해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이들의 호흡은 찰떡궁합처럼 잘 맞았다. 이상희는 1라운드 단독 선두에 오르더니 2라운드에서 2위, 3라운드와 최종라운드까지 단독선두를 유지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과정에서 김보라 캐디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

김보라 캐디는 캐디 경력 7년차로 스카이72GC 측에서 진행하는 투어캐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베테랑이다. 스카이72에서만 만6년여간 캐디로 활동해 1680여회 이상의 라운딩 경험을 가지고 있고 코스의 요소요소를 잘 알고 있는 인재이기도 하다.

▲ 만6년동안 스카이72 에서 하우스캐디로 근무한 김보라(28)캐디는 그 어떤 전문캐디보다 코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사진=KPGA 제공>

스카이72 관계자는 “선수 사정으로 하우스캐디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위해 능력있는 캐디를 선별, 투어 교육을 실시한다”며 “주로 선수와의 성향이 잘 맞을 것 같은 캐디를 매칭시키는데 이상희 선수와 맞을 것 같은 캐디가 김보라 캐디였다”고 전했다.

김보라 캐디 역시 이상희와의 호흡이 처음부터 잘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실제로 만나기 전까지는 이상희 선수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연습라운딩을 해 본 이후 잘 치는 선수 인 것을 알게 됐고 처음 봤지만 오래 만난 사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이후 우승경험이 있는 선수이자 2주 전 매경오픈에서 마지막 날 부진해 우승을 놓친 것도 알게 돼 이번 대회에서는 꼭 우승하길 바랐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어 “우승에 대한 확신은 아니었지만 대회 내내 우승을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이같은 느낌을 전달해 주기 위해 위기의 상황에서도 ‘누나만 믿어라’, ‘하늘은 우리편이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말들을 주로 건넸다”고 말했다.

김보라 캐디가 결코 감성적인 말들만 전한 것은 아니다. 스카이72 오션코스는 지형적으로 구역마다 바람의 방향이 다르고 핀의 위치마다 공략법에 차이가 있다. 시간대에 따른 공략법도 다르다. 김보라 캐디는 오션코스의 이같은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조언대로 플레이한 이상희의 성적은 그 어떤 대회보다도 좋았다.

이상희 역시 “코스를 잘 아는 하우스 캐디 누나라서 그런지 바람의 방향, 코스별 특성, 핀 위치에 다른 홀별 공략 등을 다양하게 조언해 줬다. 특히 위기의 순간에 따뜻하고 자신감을 북돋는 말을 전해 줘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고마움을 전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동료 캐디들로부터 축하를 받은 김보라 캐디는 “직접 골프백을 가지고 이동해야 하는 투어라운딩은 일반 라운딩에 비해 10배나 힘이 든 것 같다”며 “하지만 선수가 잘했기에 나도 우승에 대한 욕심이 났다. 그리고 마지막홀 버디퍼팅이 성공하는 순간에는 내가 우승한 것처럼 신이 났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투어대회에서의 캐디를 해 본 것은 처음이지만 우승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 올해 삼재가 지났는데 대박의 행운이 찾아온 것 같다. 너무 기쁘다”는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임성윤 기자  lsyoon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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