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 들고 포즈 취한 김해림과 부친<와이드스포츠>

[와이드스포츠(군산)=최웅선 기자]성공한 프로골퍼가 우리 사회에서 누리는 것은 많다.

고액의 소득은 물론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프로암 행사만 봐도 알 수 있다. 프로암에 초청되는 인사들 중엔 일반인들이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과 4~5시간 함께 라운드를 하며 좋은 인연을 맺기도 하고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아쉬운 것은 이런 선택된 삶의 가치를 모르는 프로들이 많다는 점이다. 골프에만 몰두해 온 성장과정으로 사회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형성하지 못한 결과겠지만 다행히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그런 이유로 취재현장에서 남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프로를 만나면 반가움을 넘어 감동을 받게 된다. 김해림(28.롯데)이 그런 경우다.

김해림은 잘 나가는 선수는 아니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거액의 우승상금이 걸린 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없고 집안이 부유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남모르게 기부활동을 실천해 왔다. 상금이 얼마가 됐든 10%를 떼 불우이웃을 꾸준히 도왔다.

이런 기부활동이 종교적인 이유는 아니다. 부모님의 가르침 때문이다. 김해림이 기부를 시작한 건 골프선수로 돈을 벌기 시작한 2007년부터다. 2부 투어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김 프로는 처음엔 상금이 워낙 작아 기부금액이 몇 만원에 불과했지만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2년엔 1200만원을 기부했다. 총 기부금액은 1억원을 넘은지 오래다. 그의 선행에 감동을 받은 팬클럽도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그가 어려운 이웃과 인연을 맺은 건 아버지 김동성(57)씨와 어머니 김정제(60)씨의 권유 때문이다. 누리는 게 많은 만큼 그렇지 못한 사람과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는 게 부모님의 말씀이다.

김해림은 금전적인 기부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 몸으로 자원봉사 활동도 함께 병행했다. 방문할 곳은 어머니가 찾아 주신다. 김해림은 이런 활동에 대해 “자랑거리도 아닌데 남들에게 알릴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을 아낀다. 그래서 그의 아름다운 선행을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 그저 묵묵히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실천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풍족하지 않지만 그의 삶은 행복하다.

2010년 미국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김인경(28)이 멕시코에서 열린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후 상금 전액을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준 적이 있다. 이 기부행위로 한국선수들을 ‘돈 버는 기계’로 바라보던 미국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바뀌었다. 김인경은 우승상금을 좋은 곳에 써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큰 선물을 받았다. 그건 동료 선수들의 존경과 미국 언론의 따뜻한 환대다.

미국LPGA투어에 김인경이 있다면 KLPGA투어엔 김해림이 있다. 김해림의 이번 기부로 인해 선택 받은 삶을 살고 있는 더 많은 선수들이 기부행렬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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