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어 늦깍이 '루키' 안백준

[와이드스포츠(포천)=최웅선 기자]‘상남자’는 ‘사랑과 명예’를 목숨처럼 신봉한다. KPGA 코리안투어 안백준도 사랑과 명예를 중시하는 상남자다.

스물여덟이란 늦은 나이에 코리안투어에 첫 발을 디딘 ‘새내기’ 안백준은 ‘금수저’는 아니지만 ‘은수저’는 물고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더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할 수 있는 호주로 동생과 함께 유학을 떠났고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 호주교포 이준석 함께 아마추어 대회를 호령했다. 하지만 프로 데뷔해서는 자신의 존재감조차 찾지 못하는 그저 그런 선수가 됐다.

안백준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한국의 자유로운 대학생활에 대한 환상이 있어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귀국했다”며 “놀고 즐기는 대학생활을 해보니 왜 그랬는지 후회가 된다”고 했다.

차고 넘치는 환경에서 자란 안백준은 고교시절 잠시 귀국해 KPGA 세미프로 자격을 취득했다. 그리고 2008년 귀국해 KPGA 2부 투어에서 우승하며 상금랭킹 상위권 자격으로 정회원이 됐다. 하지만 코리안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낙방하자 군 입대를 선택했다.

그는 “QT에서 떨어지고 2부 투어 생활을 하지니 짜증이 났다. 어차피 가야할 군대였기에 현실 도피성으로 군대를 선택했다”고 한다.

제대 후에는 ‘밤문화’에 빠졌다. 매일 밤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술을 즐겼다. 돈은 마르지 않는 ‘샘물’인 부모의 몫이었다. 그렇다고 골프채를 놓지 않았다. 매달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 레슨비와 필드 비용도 부모가 뒷받침했다.

방탕한 생활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됐다. 그러는 사이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기 시작했다. 모자람 없이 자랐던 그였기에 부족한 생활은 견디기 힘들었다.

어느 날 침대에 누웠을 때 자신이 생각한 서른 살의 자화상을 떠올렸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서른 살에 대한 꿈이 있었다”며 “내 서른 살은 결혼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린 모습이었는데 돈을 벌기는커녕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 마음이 아팠다. 이제라도 내 자신을 위해 그리고 싫은 말씀 한 번 안하시고 나를 뒷바라지 해준 부모님을 위해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다”고 했다.

안백준은 스윙코치 없이 연습에 매진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열린 KPGA 코리안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처음으로 통과해 ‘새내기’가 됐다. 스물여덟 살의 짧은 삶이지만 자신의 목표를 이룬 첫 번째였다.

안백준이 올 시즌 ‘루키’지만 코리안투어 선수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인사다.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와 훤칠한 키에 근육질 몸매도 모자라 패션 감각이 모델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남대문 시장에서 거저주운 옷이라도 그가 입으면 맞춤옷이 된다. 선수들이 협찬 받는 허리벨트라도 그가 차면 다른 모습이다. 평범함을 싫어하는 그의 스타일 때문이다.

안백준은 이제 화려한 유혹을 뿌리치고 골프에 매진하려 한다. 어린 시절 그가 생각했던 서른 살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는 “‘루키’인만큼 신인왕이 올 시즌 목표”라며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이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걸음이다. 욕심을 부리기보다 컷 통과를 목표로 개막전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쳤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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