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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코리안투어 ‘루키’ 서요섭, 내 목표는 신인왕
최웅선 기자 | 승인 2016.02.29 08:48
겨울에도 체력 훈력에 구슬땀을 흘리는 서요섭

[와이드스포츠(대구)=최웅선 기자]‘똑딱 똑딱’ 여덟 살 소년이 자기만큼 키가 큰 골프채를 잡고 끙끙대며 공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여덟 살 ‘꼬마’는 열아홉 살이 됐다. 그리고 그해(2015년) 열린 2016 코리안투어 시드 선발전에서 공동 1위로 골프선수의 ‘꽃’인 투어프로가 됐다. ‘루키’ 서요섭(20)이 그 주인공이다.

인터뷰 장소인 대구의 상인 그린힐스골프랜드 입구에 들어서자 서요섭이 반갑게 맞이한다. 큰 신장과 우람한 체구가 장타자라는 느낌이 든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스윙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Q스쿨 공동 1위를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좋은 체격 조건에 기술적 완성도 높은 스윙을 소유한 서요섭이 아마추어 무대에서 빛을 보지 못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골프천재’, ‘골프신동’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5~6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도 했다”고 한다.

상비군으로 처음 태극마크를 달면서 주변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전국대회인 명지대 총장배 우승도 차지했다. 국가대표는 따 놓은 당상이라 여겼다. 하지만 국가대표는 커녕 상비군마저 탈락했다. 서요섭에게는 믿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그는 “중1 때 명지대 총장배 우승은 내게 독이 됐다. 골프가 다 된 줄 알고 연습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의 실력만 믿은 서요섭은 게으른 천재가 됐다.

성장기 골프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큰다. 자신보다 실력이 딸렸던 경쟁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서요섭은 게으른 천재에서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하고 있었다. 그는 “나 보다 못했던 친구들이 성적도 잘 나오고 상비군을 거쳐 국가대표가 되는 걸 보고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며 “연습하지 않아서라는 걸 부정하고 단지 운이 따라주지 않아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게으른 천재는 골프채를 멀리하면서도 고1 때 전남도지사배를 우승했다. 자만심이 점점 더 커질 만했다.

게으른 천재는 꿈이 있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 따는 것이다. 현실에서 가정이라는 것은 없지만 열심히 했다면 도전의 기회가 주어졌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자신의 자만심과 게으름이 천재성을 망치고 말았다.

트레이닝 코치의 운동지도를 받는 서요섭

서요섭은 “고2 때 ‘왜 골프가 안 되지’란 고민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될 이유가 없었다”며 “어느 날 1년 후배인 염은호가 생각났다. 어릴 때 나 보다 실력이 못했지만 엄청난 노력으로 국가대표가 되고 아시안게임 나가는 걸 보면서 내 실력만 믿고 연습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정신을 차린 서요섭은 연습에 매달렸다. 생일이 빨라 고3이 되면서 준회원과 정회원을 2등으로 통과했다. 첫 시드전은 떨어졌다. 대학진학을 투어카드 획득 이후로 미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단 1분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연습에 매진했다.

그는 “뚱뚱한 몸이었는데 운동량이 많아지면서 살이 빠지기 시작해 엉성한 스윙이 더 엉성해져 교정할 때 애를 먹었다”며 “교정한 스윙을 시합 때 유지하기 위해 2부 투어 대회를 빼 먹지 않고 다 나갔다”고 한다.

2부 투어 시즌이 절정에 이를 무렵 서요섭은 프라자CC 설악에서 열린 8회 대회에서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한다. 자만심이 아닌 자신감이 채워졌다. 게으른 천재의 결과는 코리안투어 시드 선발전 공동 1위다.

코리안투어 데뷔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그는 데뷔 전에 앞서 세 명이 Q스쿨 ‘서든데스’를 치러야 한다. 공동 1위기 때문이다. Q스쿨 당시 기상악화로 연장전을 치르지 못했다. 그래서 승부는 단 한 홀에서 결정된다. 1위와 2위, 3위의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1위는 코리안투어 출전 카테고리 67번이라 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그러나 2위는 작은 대회에는 나갈 수 있어도 메이저대회이자 상금이 큰 매경오픈과 SK텔레콤 등은 출전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원아시아투어와 공동주관해 코리안투어 선수는 74명만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2위 카테고리는 해외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는 이유다. Q스쿨 1위는 차기년도 시드유지를 좌우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요섭은 부담이 없다고 한다. 그는 “1등과 2등은 풀 시드와 부분 시드다. 2, 3등을 해도 상반기에 성적을 내 ‘리랭킹‘으로 카테고리를 끌어올리면 된다”며 “연장전 한 홀에 신경 쓰지 않고 루키로서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동 1위를 하니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의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부담을 떨치고 준비를 철저히 해 후회 없는 루키 시즌을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서요섭의 부모는 골프를 모른다. 평생 골프채를 잡아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아버지 친구 따라 연습장에 갔던 것이 인연이 됐다.

집안 형편은 어렵지 않았다지만 그렇다고 자식을 골프에 ‘올인’ 시킬 수 있는 ‘금수저’의 위치도 아니었다. 보통사람들 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그는 “주니어시절 다른 친구들은 대회를 나가기 전 연습라운드를 3번 정도 나가는데 나는 한 번 돌면 많이 돈 거였다”며 “시합코스를 인터넷에서 찾아 상상라운드를 하거나 용돈이 있으면 스크린 골프장에서 연습라운드를 했다”고 자신의 주니어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프로가 됐으니 상금을 수령하면 일정액을 기부해 어려운 분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다. 아버지께서도 약속을 꼭 지키라면서 적극적으로 응원하셨다”고 했다.

서요섭의 올 시즌 목표는 시드유지가 아니라 ‘신인왕’이라고 당당하게 자신의 포부를 밝힌다. 그러면서 “코리안투어가 몇 개 대회 없으니 시합감을 유지하기 위해 2부 투어와 KGF투어도 병행할 생각이다. 또 성인이 된 만큼 내 스스로 최소한의 경비를 벌어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 드리고 싶다”고 한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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