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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형 스포츠, 당구는 가능 하다
임성윤 기자 | 승인 2016.02.23 09:18
국내 당구인구는 1,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 선진국형 스포츠 모델이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빌플렉스배 전국 여자 3쿠션 대회 전경. <사진=빌플렉스 제공>

[와이드스포츠=임성윤 기자] 대한민국의 스포츠는 아직까지 엘리트 스포츠의 기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가 10여년 전부터 사회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40여년 이상 유지된 기존의 틀은 변화시키기에는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엘리트 스포츠 정책은 간단하게 정부가 ‘될 성 부른 떡잎’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보인 소수의 선수들에게 다양한 혜택과 지원을 부여하고 추가적인 경쟁에서 성과를 보인 선수에게는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도록 보조한다.

1960년대 제3공화국 시절, 한국전쟁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당시 정부는 스포츠를 국민통합 수단의 하나로 활용했다. ‘국위선양’이나 ‘애국심’을 강조해 자부심을 고취시켰고 ‘스포츠 외교’라는 말로 스포츠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1963년 국민체육진흥법이 제정돼 정부 주도의 체육증진 시스템이 구축 됐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사상 첫 금메달이 나오자 엘리트 스포츠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시 됐다.

이는 단기간에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발전시키는 근간이 됐다.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포츠에서의 성과’는 개인에게는 신분상승의 동아줄이 됐고, 정부에게는 애국심 고취의 수단 및 정책 추진의 대안이 됐다.

하지만 성과 위주의 보조정책으로 인해 ‘운동밖에 모르는 반쪽짜리 학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고, ‘과정보다 결과’라는 ‘성적 만능 주의’가 스포츠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부작용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스포츠 상은 ‘생활스포츠’다. 아마추어 체육활동을 권장하고 저변을 확대해 사회전반을 건강하게 발전시킨다는 것으로 ‘운동밖에 모르는 선수’, ‘운동은 선수만’, 이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 ‘즐거운 스포츠 생활’을 지향한다. 스포츠 자체의 경쟁력을 갖춘다는 차원을 넘어 사회전반의 구성원을 건강하게 한다는 보다 뜻이다.

그러나 실제는 어떨까? 사회체육이 많이 확산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생활스포츠와 엘리트스포츠의 벽은 존재한다. 프로스포츠에서 볼 수 있는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체육부에 소속돼 집중적으로 훈련에 매진한 자원들이다. 특기생이 대학진학을 위해 시도하는 입시비리 사건은  물론, 승부조작 사건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프로가 되지 못하면 취직조차 힘든 학생선수들이 즐비하고,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기본적인 생활조차 영위하기 힘든 사회적 조건은 여전히 존재한다. '성적 제일주의'는 최근 불거진 프로스포츠의 승부조작사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스포츠 강국, 스포츠 선진국들은 학원스포츠보다 클럽스포츠가 활성화 돼있다. 학교생활, 사회생활은 영위하면서 클럽스포츠를 병행해 선수를 육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 고교야구의 경우 취미수준의 야구부에서 엘리트스포츠 수준의 야구부까지 공평하게 대회를 펼치고, 유럽 축구의 경우 명문구단들은 유소년 클럽을 활용해 선수를 육성한다. 기초종목들의 경우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국내 스포츠 관계자들은 “국내 스포츠는 저변이 약해 사실상 클럽스포츠가 수준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생활체육수준에서 엘리트스포츠 수준으로 넘어서기 위한 관문은 너무나 좁다.

하지만 당구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저변을 확보한 스포츠는 당구다. 국내 당구인구는 1200만명으로 추산되고 전국에 운영 중인 당구장은 2만5,000여개에 달한다.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스포츠도 아니기에 선수생명도 길고, 20대 중반이후에 선수등록을 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최근 고교 당구부가 생기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 선수가 되기 위한 관문은 아마추어 활동을 통한 기량향상이 대부분이며 이를 통해 활약하는 국내 선수들은 세계무대에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아마추어가 참가할 수 있는 전국규모의 대회가 활성화 돼 있는 것. 소위 선진국형 스포츠로서의 바탕은 이미 국내 전반에 깔려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넘어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체계적인 선수 발굴 시스템이 아직은 미비하고 산업으로서의 접근보다는 취미로 접근하는 시각에 더욱 치중돼 있다. 전국 규모의 대회 수나 상금규모도 더욱 증가시켜야 할 부분이다. 많이 개선 됐다고는 해도 어두운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

그러나 선진국형 스포츠로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 최근 국내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 한 두명이 아닌 다수의 선수들이 세계랭킹 상위권에 포지하고 있는 것은 국내 당구의 저변이 넓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소수 엘리트를 위한 스포츠가 아니라 다수의 동호인들이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스포츠. 그것이 당구라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현재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생활스포츠 확대의 정점에 서 있는 종목이 바로 당구라는 스포츠 임을 당구 관계자들이 다시 한번 자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성윤 기자  lsyoon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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