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 생애 첫 우승에 가능성을 만든 노무라 하루

[와이드스포츠=최웅선 기자]노무라 하루(24)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일본국적의 선수다. 그런데 그의 골프백에는 태극기와 일장기가 동시에 박혀 있다. 어머니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10살 때부터 외할머니의 손에 맡겨져 문민경이란 이름으로 초·중·고등학교 때까지 한국에서 골프를 했다. 하지만 프로전향을 하면서 아버지의 국적을 취득했다.

오래전 일이지만 한국인 아버지와 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송아리와 나리 자매가 있었다. 세계 주니어 무대를 평정하면서 세계여자골프의 기대주로 성장했다.

송아리와 나리의 주니어시절은 한국이 아닌 태국국적으로 활동했다. 그때까지 한국 미디어는 태국 국적으로 활동하는 자매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자매의 프로전향을 두고 한국과 태국 미디어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자매는 프로전향과 함께 아버지의 국적을 취득했다. 그때부터 한국 미디어는 두 자매에게 아낌없는 스포트라이트를 보냈다. 반면 태국의 미디어는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아버지의 국적을 취득한 하루는 프로전향과 함께 19세이던 2011년 JLPGA투어 브리지스톤 레이디스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꿀맛 같은 우승의 달콤함 보다는 상처가 더 컸다. 당시 스폰서가 없는 어린 하루에게 스폰서가 붙을 법도 했지만 일본말을 못하는 반쪽 일본인이란 이유로 아니 한국계란 이유로 외면 받았다.

하루는 차별 받기 싫어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기업에서도 일본 국적인 하루를 반기지 않았다. 1년에 2억원 가량의 경비를 스스로 알아서해야하는 딱한 처지가 됐다.

가장 힘들 때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한국과 미국에서 골프단을 운영하는 한화였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 9월 KLPGA투어 최고 권위 대회인 한화금융클래식에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했다.

함께 초청받은 한국계 미국인 엘리슨 리가 대회 시작 전부터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하루는 철저히 외면 당했다.

하루는 첫 출전한 KLPGA투어에서 역전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그의 우승은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당시 한국과 일본은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었다. 다름 아닌 우리 땅인 독도를 자기들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위안부 문제를 정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일본 국적인 하루의 우승은 자연스레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됐다. 하루의 인생역전보다는 그저 KLPGA투어 최고권위 대회 우승자라를 형식만을 취했다.

LPGA투어가 2016년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미국 국적의 미셸 위, 엘리슨 리 등에게 미디어는 큰 관심을 표명했다. 그들의 몸속에 한국인의 DNA가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같은 한국인의 DNA가 흐르는 하루는 바하마클래식 대회 2라운드에서 생애 첫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공동선두에 자리 잡았지만 또 다시 외면 받고 있다.

지난해 LPGA투어에서 하루를 처음 만났을 때 깜짝 놀랐다. 연습을 할 때 하루는 코치와 한국말로 대화를 했다. 그에게는 일본인이란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일본선수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일본 국적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한국에서 자라서 그런지 한국말이 편해 한국어만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LPGA투어에서도 의사소통이 잘 되는 한국선수들과 어울리고 한국음식을 더 즐긴다”고 덧붙였다.

일본어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는 ‘노무라 하루’, 국적은 일본이지만 그는 분명 한국인이었다. 일본선수들도 하루를 한국인으로 대했다.

대한민국정부는 다국적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을 재외동포라 한다. 하지만 한국 미디어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인의 DNA가 몸속에 흐르더라도 국적에 따라 외모에 따라 그때그때 성향을 달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루가 미국 국적이었다면 그리고 더 예뻤더라면 한국 미디어의 반응은 달라졌을 것이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저작권자 © 와이드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