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장 회원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경기 진행을 돕고 있다.

[골프포스트(부산 기장)=최웅선 기자]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는 대회가 열리는 코스의 회원들이 중심이 된 ‘발렌티어(자원봉사자)’를 흔히 볼 수 있다.

골프강국이면서도 국내 남녀 대회는 자원봉사는커녕 회원들의 반발로 골프장을 빌리는 것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 국내 최초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들이 팀을 이뤄 매치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 2015 첫날 경기에서 대회 장소인 부산 베이사이드 골프클럽 회원들이 발렌티어로 나서 화제다.

이벤트 대회라 참가선수들이 24명에 6개조로 경기를 펼치는 탓에 발렌티어로 나선 회원은 10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들은 ‘명예 경기진행요원’으로서 2인 1조가 되어 영하의 날씨와 강한 바람이 부는 코스에서 ‘조용히’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선수들의 경기진행을 묵묵히 도왔다. 그들이 골프를 좋아하고 골프를 잘 알기에 선수들이 샷을 하기 전인 ‘프리샷 루틴’ 때부터 피켓을 들어 방해 없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실 남자대회인 코리안투어나 여자대회인 KLPGA투어의 경기진행요원들은 대학교에 재학 중인 아르바이트 학생들이다. 골프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 오히려 선수들의 샷을 진행요원들이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PGA투어나 LPGA투어에서나 볼 수 있는 원활한 경기 진행이 나왔다.

이 골프장 정회원인 신원길(77세) 씨는 고령의 나이에도 진행요원으로 나섰다. 신 씨는 “이런 큰 대회가 우리 골프장에서 열리게 되어 영광”이라며 “세계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태극낭자들의 샷을 직접 볼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골프장 회원들이 자원봉사에 나선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3년 전 이 골프장에서 열렸던 한일국가대항전 때도 이들은 눈이 내리는 혹한의 날씨에도 흔쾌히 경기진행을 도왔다.

경남·부산지역 골프장은 겨울에도 영상의 따뜻한 날씨 때문에 내장객이 많아 평일에도 부킹하기가 힘들다. 특히 베이사이드 골프클럽은 지역의 최고 명문 골프장으로 명성이 자자해 부킹은 하늘의 별따기다.

이런 상황에서 주최 측이 대회장을 빌리는 것은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만큼 힘들다. 대회장을 빌려줌으로써 손님을 받지 못한 발생하는 영업 손실과 회원들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골프장 회원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는 후문이다.

신 씨는 “우리 회원들이 골프라운드를 하지 못해 피해는 보지만 이런 훌륭한 대회를 개회함으로서 골프장의 격이 높아지고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한다. 회원들의 반발로 대회를 유치하고 싶어도 발을 뺄 수밖에 없는 타 골프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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